독립운동가 권기옥 지사 만장 사진. (제공: 당진시) ⓒ천지일보 2019.4.2
독립운동가 권기옥 지사 만장 사진. (제공: 당진시) ⓒ천지일보 2019.4.2

“심훈선생의 더 많은 업적이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노력”

[천지일보 당진=박주환 기자]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비행사이자 독립운동가인 권기옥 지사가 저항시인 심훈선생의 죽음을 애도하며 지은 만장이 심훈기념관에서 발견됐다.

2일 당진시에 따르면 심훈기념관이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기념관 소장 자료를 연구하던 중 심훈 추모시를 발견하고 권기옥 지사의 후손을 통해 필체 등의 확인을 거쳐 권기옥 지사가 심훈선생의 죽음을 애도한 추모시임을 최종적으로 밝혀냈다.

‘곡소설가심선생대섭영좌(哭小說家沈先生大燮靈座)’라는 제목의 추모시는 7언 절구의 한시 초서로 적혀있다. 심훈선생에 대해 어지럽고 속된 세계를 걷지 않은 인물로 표현했으며, 권기옥 지사 자신을 ‘광생(狂生)’이란 단어로 낮추고 심훈선생을 높이는 비유법을 쓰기도 했다.

전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소설가 심대섭 선생 영전에서 곡하다(哭小說家沈先生大燮靈座)

하늘에 옥경 있다더니 이 빈소가 거기라네(聞道玉京卽此樓)
번거롭고 속된 관리길 걷지 않았네(紅塵官海不同流)
봄바람 일렁이면 미인들 한탄하고(春風到處美人恨)
가을달 밝으니 외론 나그네 시름에 젖는구나(秋月明時孤客愁)

권기옥이 만사를 짓다(權其玉 狂生 挽)

그동안 심훈선생과 권기옥 지사와의 관계를 알려주는 직접적인 자료가 없었으나, 이번 추모시 발견으로 권 지사와 심훈선생이 생전에 가까운 사이였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게 됐다.

장승률 당진시청 학예연구사는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하지만, 심훈선생과 권기옥 지사의 인연은 상해 임시정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면서 “앞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심훈선생의 상해시절 임시정부와의 관계 등이 연구돼 심훈선생의 더 많은 업적이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권기옥 지사는 숭의여학교에 결성된 비밀결사대인 송죽회에 가입해 독립운동에 투신했으며, 임시정부의 추천을 받아 1923년 4월 운남육군항공학교 제1기생으로 입학해 한국 최초의 여성 비행사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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