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지난달 28일 정정복 회장이 한투를 만든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3.31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지난달 28일 정정복 회장이 한투를 만든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3.31

세시풍속 한국적 이미지 다뤄

민족정신 말살위해 유포돼

‘화투’ 검색 “신선한 충격”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일본식 화투를 대체한 한국형 화투 ‘한투’가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다시 회자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일제잔재 청산의 꿈을 이루고 동서화합과 남북통일로 민족통합의 단결된 힘으로 잃어버리고, 왜곡된 우리의 역사를 기억하고 후대에 전하고자 하는 염원이 담겨 있습니다”

지난 2006년 한국형 화투 ‘한투(韓鬪)’를 개발한 정정복 ㈜서융그룹 회장이 지난 28일 이같이 밝혔다.

명절마다 일가친척들이 둘러앉아 벌이는 ‘국민놀이’ 화투는 ​널리 알려진 대로 일본에서 건너온 놀이문화다. 화투의 한자를 풀이하자면 ‘꽃의 싸움(花鬪)’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화투는 누구나 받아들이는 익숙한 민속놀이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2000년 밀레니엄 시대를 지나 2019년 스마트 시대를 맞아 젊은 세대부터 60세 어르신까지 너나 할 것 없이 스마트폰은 일상화된 지 오래다. 그렇다 보니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을 비롯한 남녀노소 할 거 없이 인터넷 화투 삼매경에 빠진 모습은 쉽게 찾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유튜브에서도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화투 치는 법’ 등을 다룬 영상이 꾸준한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어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화투 그림은 십장생과 매화, 국화꽃 등으로 묘사돼 있어 우리에게 친근한 느낌으로 보이나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화투 속에 그려진 그림 하나하나가 담고 있는 의미는 일본의 역사와 문화, 풍류 등 일제의 야심과 정신적 가치관이 내재돼 있는 그림 역사책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하기에 젊은 시절 정 회장은 국가의 근본을 바로 세우는 것 중 하나가 겨레의 민족정기를 새롭게 다지는 것이 지식인으로서 사명감이요 책임감이라는 일념으로 일제잔재 청산을 위해 한국형화투 ‘한투’ 개발을 시도한 도전이 자랑스러운 선택이었다고 회상했다.

지난 2002년 당시 지인들과 고작 ‘밥값 내기’ 정도로 접한 화투였다. 어느날 우연히 네이버 검색창을 통해 확인한 ‘화투’는 그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정 회장은 “이미 몇십만뷰를 기록한 화투에 관한 정보는 일본의 풍속, 정신, 문화가 망라돼 있었다”면서 “우리 민족정신을 말살하기 위한 일제가 의도한 망령이 인터넷을 통해 되살아나 젊은 정신세계에 파고드는 것을 막아야겠다는 마음밖에 없었다”고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우리나라 역사 공부도 쉽지 않은 그에게 화투를 통해 일본 역사 공부를 하게 생겼다고 판단 “막아야겠다는 마음이 불같이 뜨겁게 달아 올랐다”고 덧붙였다.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정정복 회장이 한투 화투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3.31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정정복 회장이 한투 화투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3.31

정 회장은 일단 귀 동냥을 통해 조사를 시작했다. 한국에 화투가 대량으로 유포되게 된 경위는 화투가 일본이 우리 민족정신을 말살하기 위해 노동자들에게 대량으로 조직적으로 유포시켰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무엇보다 젊은이들의 정신에 파고드는 것을 막고 지식인으로서 일제잔재청산에 나서야겠다는 일념으로 ‘한투’ 제품 개발에 매진했다.

정 회장은 “어떻게 만들까? 구상하는 데만 2년이 족히 걸렸다”며 “우리나라의 5000년 역사, 문화, 세시풍속, 정신세계 등을 담아야 하기에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구상이 끝난 후 밑그림을 그리고 도안하는데 6개월의 시간을 거쳐 1년 정도의 일러스트 프로그램을 활용해 작업한지 3년 만에 드디어 완제품을 만들어냈다.

완성된 한투는 하나로마트 대량 주문으로 본격 제작에 돌입, 명절에 일반인들을 상대로 판매, 당시 삼국통일과 연계한 인터넷 응용게임도 보급할 정도로 그의 뜻대로 보급·확산은 이뤄졌지만 우여곡절을 겪으며 큰 성과 없이 1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지금, 더는 미루지지 말아야 한다는 의지는 남다르다.

정 회장이 개발한 ‘한투’는 한국형 디자인으로 복(福)패, 대(大)패, 중(中), 졸(卒)로 구분하는 4패를 월(月)별로 구성한 총 13월 52패(윤달 포함)의 그림으로 구성됐다. 기존 화투를 연상케 하면서도 우리나라의 5천년 민족문화의 아름다움과 세시풍속이 월별로 표현돼 있으며 자연과 역사, 세시풍속 등 우리에게 친근한 한국적인 이미지로 표현된 것이 특징이다.

일본을 상징하는 光(광)자 대신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福(복)자를 무궁화(槿花) 문양으로 꾸몄으며 5光을 대신해 다섯 가지 복을 뜻하는 좌청룡, 우백호, 남주작, 북현무와 중앙을 의미하는 황룡 대신에 왕(사람)으로 대체돼 있다.

또한 기존 화투의 홍단, 초단, 청단의 띠를 우리의 전통 두루마리 휘장으로 교체하고 신라, 백제, 고구려로 변경했다.

그 외 봄(春), 여름(夏), 가을(秋), 겨울(冬) 사계와 매(梅), 난(蘭), 국(菊), 죽(竹)의 문학적인 소재와 방위를 나타내는 동(東), 서(西), 남(南), 북(北) 및 하늘(天) 땅(地) 매(山)와 강(水)들이 함축된 우주의 원리와 전통적인 음양오행 사상의 의미가 내재돼 있다.

그는 “당시 여러 방송에 출연해 일제 잔재 청산의 일환으로 충분한 마중물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면서 “돈을 벌자고 시작한 일은 아니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다. 더 이상 후손에게 넘기지 말고 지금 우리가 해야 함이 옳지 않겠습니까?”라고 되물었다.(2편에서 계속)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2004년 정정복 회장이 3년에 걸쳐 개발한 화투. ⓒ천지일보 2019.3.31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2004년 정정복 회장이 3년에 걸쳐 개발한 화투. ⓒ천지일보 2019.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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