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범죄 혐의를 두고 검찰 수사 결과 두 차례에 걸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는 것은 일반적인 법 상식으로서는 범죄행위를 구성하지 않거나, 설령 범죄 혐의가 소명된다고 해도 처벌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3월 법무부차관에 임명된 김학의 전 차관이 경찰과 관계인의 진술에 의한 특수강간 혐의가 검찰에서 무혐의 결정 났으니, 처분 결과를 놓고 본다면 사법적으로 끝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자칫했으면 우리사회에서 유야무야(有耶無耶)로 사라질 뻔했던 ‘김학의 사건’이 그동안의 안개를 걷고 다시 전면에 떠올랐다. 과거 검찰 수사가 미진하다는 판단에서 진상조사단이 꾸며졌고, 마침내 문무일 검찰총장이 나서서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하게 파헤치라는 지시가 떨어진 것이다. 검찰이 두 번에 걸쳐 무혐의 처리한 사건을 검찰 수장이 과거 오점 수사, 미진한 수사였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서 재조사시킨 것은 흔하지 않는, 특이한 사례로 볼 수 있다.

‘김학의 사건’ 재수사를 위한 검찰 수사단이 지난달 29일 출범됐다. 검찰 수사단의 면면을 보면 단장은 검찰내 특수통인 여환섭 청주지검장, 차장검사는 조종태 성남지청장에게 맡겨졌으며 검사 13명과 수사관까지 합해 50여명이 투입되는 역대급 수사단 규모다. 또 수사단 활동 기한도 정하지 않은 채 모든 의혹이 풀릴 때까지 철저한 수사를 벌이겠다고 문무일 총장이 공언한 만큼 이 사건은 김 전 차관의 특수강간 혐의뿐만 아니라 2005~2012년 건설업자 윤중천에게서 수천만원의 금품 수수 혐의, 2013년 당시 청와대의 외압까지 수사 선상에 두고 있다.  

검찰 수사 전력에서 대표적인 ‘칼잡이’로 통하는 여환섭 지검장을 단장에 앉힌 것은 국민 의혹을 샅샅이 파헤치겠다는 검찰총장의 의지로 읽혀지고 있으나 뜻밖의 풍랑을 맞게 됐다. 다름 아닌 임은정 충주지청 부장검사가 여환섭 지검장이 수사단장에 임명된 것과 관련해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임 부장검사는 “누구에게 수사를 맡기는지 보면 수사를 맡긴 자의 의중이 엿보이고 수사 결과까지 다소간 예상할 수 있다”고 하면서 “여환섭 수사단장이 김학의 사건 꼬리 자르기 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낸바 있다. 김학의 사건 재수사 초기부터 검찰 내부에서 검찰 수사의 면죄부(?) 말들이 흘러나오고 있으니 여론 무마용인지는 더 두고 봐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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