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중국연구소 연구위원 

 

중국에 관해 여러 가지 칼럼을 쓰지만 오늘은 언뜻 스포츠에 관련된 내용들이 떠오른다. 특히 사회주의권에서는 스포츠를 통해 국민들을 집체화 시키고 나아가 정치에 관심을 덜 갖도록 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경향들이 있다고 한다. 

소위 스포츠를 비롯해 3S로 대변되는 영어의 이니셜은, 정치가 독재화된 국가에서 위정자들이 많이 활용하는 정치적 술수의 하나라고 보고 있기도 하다. 가까이는 구소련, 쿠바, 북한, 중국 등 사회주의 국가들이 스포츠에서는 유독 그러한 점들이 강한 면을 보여 주곤 했다. 약간 종목마다 강하고 약한 면들을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스포츠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측면들은 공통적이라고 보면 된다. 

중국 같은 경우 사회주의 초급 단계론으로 시작된 중국식 개방과 개혁은 경제적 성과와 더불어 스포츠에서도 준족(俊足)의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중국이 1978년 중국공산당 11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의 결의를 통해 개방을 공식화 시킨 후 경제적 성과와 비례해 스포츠에서도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서 아시아를 뛰어넘어 세계 1∼2위를 자랑하기에 이른 것이다. 

지금은 옛날 얘기가 되고 있지만 한국인들에게 스포츠로 크게 다가온 중국의 모습은 아마도 1986년 서울에서 열린 아시안 게임이 아닌가 싶다. 정확하진 않지만 500여명이 넘는 대규모 선수단을 수교도 하지 않은 한국에 파견하고 국제 스포츠계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뒤이은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는 그이상의 선수단을 파견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개방 개혁 10년도 되지 않았던 시점에서 중공 선수단의 한국행은 세계적 뉴스거리가 아니었던가? 대학생이었던 필자의 눈에는 “이런 일도 벌어지는구나!” 라고 하는 느낌이 그 당시 있었고, 지금도 잊어지지 않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대규모 국제무대 출전은 당시 좋은 성적과 함께 중국 스포츠를 다시 보게 하는 계기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물론 아직도 축구라든지 야구로 대변되는 인기 종목에서는 중국이 세계적 수준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고민이 예상외로 크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축구사랑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기도 하지만, 중국판 프로축구는 영국의 프리미어 리그도 부럽지 않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아시아의 프로리그 중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성장했다라고 봐도 무방하다. 조만간 한국과 일본 프로축구 수준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최근에 보면 한국에서 최고의 성적을 낸 선수들이 중국으로 이적하는 현상들은 낯선 광경이 아닌 것으로 돼 버렸다. 물량과 재정적 집중 투자로 국내리그를 발전시키고 월드컵에 자력으로 진출하는 것을 중단기적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구는 아직까지 잰걸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같은 중화권인 대만은 인기도 있고 한·일과 겨루는 수준에 도달돼 있지만, 왠지 모르게 야구 수준은 한참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때마침 류현진의 미프로야구 개막전 선발등판과, 3월 23일부터 시작된 국내프로 야구를 보게 된다. 

중국도 2002년 국내리그로 야구가 시작됐다. 세계 3대 인기종목인 야구를 자국내에 부흥시키려는 프로젝트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2025년까지 20개 팀을 만들어 축구 못지않은 붐을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다. 야구의 산업화를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중국인들은 야구는 룰도 복잡하고 돈 많은 국가에서는 돈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스포츠라는 편견이 아직은 보편적으로 있다. 인식이 부족한 것이다. 야구장 등 인프라 구축도 시간이 걸릴 것이다. 

14억 인구에서 축구를 그렇게 열광하지만 국내용 축구이고 아직도 2% 부족한데, 야구까지 신경을 돌려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더 많은 시간과 투자만으로는 안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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