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박민규 작가의 단편 18편이 두 권에 담겼다. 5년 만이다. 그의 소설은 기존 소설의 미감과 지향점을 여지없이 흔들어버린다. 이번 작품에서 그는 먼 미래의 이야기(SF)는 물론 무협소설까지 섭렵하며 폭 넓은 문학적 외연을 과시한다. 특유의 문단 나누기와 글자 크기 조절로 시각을 장악하는 기법도 여전하다.

그런 의미에서 <더블>은 한마디로 종합선물세트다. 색다른 맛, 비슷하지 않은 그렇다고 이질적이지는 않은 사유의 리듬이 감각을 희롱한다. 책은 한 권에 아홉 편씩의 단편이 들어있다.

암 선고를 받고 난 후 고향에 내려가서 조용히 삶을 돌아보는 한 남자가 초등학교 때 나무 아래 묻어 두었던 ‘타임캡슐’을 캐내 동창생들을 만난다는 <근처>, 심근경색과 당뇨에 걸린 후 첫사랑인 그녀가 나타나 묘한 노년의 로맨스를 느끼는 주인공이 나오는 <낮잠>은 비슷한 에피소드지만 사뭇 다른 느낌이다.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 나타난 하얀색의 거대한 물체로 한국이 세계의 이목을 끌지만 그 의문의 물체는 아스피린이었다는 <아스피린> 무협지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패러디한 소설인 <龍龍龍龍> 등에 특히 시선이 길게 멈춘다.

단편 <비치보이스>는 동반 입대를 앞두고 해변을 찾은 네 청춘의 불안한 미래를 그린다. 시답잖은 과거를 회상하는 네 친구는 해파리 때문에 물놀이도 포기한다. 이후 네 사람은 식당에서 TV를 통해, 테러로 서로 죽고 죽이는 세상의 불편한 진실을 목격하게 된다. 잠시의 공허한 폭죽놀이 끝에, 청년들은 바다를 향해 헤엄친다. 막 전쟁이 일어나 소란스러운 해변을 뒤로하고, 해파리처럼 말캉거리는 자유를 위해…

박민규 지음 / 창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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