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성완 기자] 4.3보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오후 경남 창원 상남시장 사거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더불어민주당·정의당 여영국 단일후보에 대한 지원유세에 나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천지일보 2019.3.29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4.3보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오후 경남 창원 상남시장 사거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더불어민주당·정의당 여영국 단일후보에 대한 지원유세에 나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천지일보 2019.3.29

여영국-강기윤 양자대결 구도 압축

주민들은 ‘경제 살리기’에 관심 많아

“기득권 잡기에만 혈안” 정치 혐오도

민심이 실제 투표장으로 이어질지 관심

[천지일보 창원=명승일·김성완 기자] “누가 되든 관심 없습니데이. 경기가 최악인데. 경제를 살리는 게 최고인기라.”

경남 창원에서 만난 시민은 대부분 경제가 너무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그만큼 경제 살리기에 대한 관심이 컸다. 창원성산 4.3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이제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PK(부산·경남) 민심을 미리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각 후보 진영은 지지를 호소하면서 총력전을 펼치는 흐름이다. 하지만 어느 한 쪽이 우세하다고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민심은 혼전을 거듭하고 있다. 

경남 창원시 성산구 상남시장 사거리는 29일 각 당의 유세로 시끌벅적했다. 이날은 더불어민주당-정의당 단일후보인 정의당 여영국 후보의 선거 운동원들은 노란색 점퍼를, 자유한국당 강기윤 후보의 선거 운동원들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피켓을 좌우로 흔들며 연신 구호를 외쳤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창원성산은 여영국-강기윤 양자대결로 압축되는 분위기다. 이곳은 제조업이 침체기인데다 일자리가 감소하면서 체감경기는 그야말로 악화일로다. 상남시장에서 20년 동안 채소 장사를 해왔다는 이하식(63)씨는 “이곳 창원 경제가 파탄 지경이다. IMF 때보다 더하다”며 “물가가 너무 비싸다. 그러다 보니깐 물건을 사가지 않는다. 장사가 최고로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틈을 비집고 한국당 강기윤 후보는 ‘민생파탄 경제정책 방향을 바꾸자’는 슬로건을 앞세웠다. 기업인 출신인 강 후보의 유세 차량에는 ‘창원경제 반드시 살리겠습니다. 개성공단만 공단이냐! 창원공단 살려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에 더해 문재인 정부 ‘심판론’을 띄웠다. 지원 유세를 나온 황교안 대표는 “이번 선거가 정권을 심판할 수 있는 기회”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세계 최고 원전도시인 창원의 경제가 죽어가고 있다는 비판도 꺼냈다. 

강 후보는 인기영합식 경제정책은 그만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과 정의당의 단일화 역시 ‘소가 웃고 개가 웃을 일’이다. 쇼정치를 끝내자”고도 했다. 탄탄하게 지역구를 다져온 강 후보 쪽 관계자는 “최선을 다해 뛸 뿐이다. 이번 선거에서 반드시 이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9일 창원 성산구 상남시장 앞에서 4.3 보궐선거 창원 성산구 강기윤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제공: 한국당) ⓒ천지일보 2019.3.30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9일 창원 성산구 상남시장 앞에서 4.3 보궐선거 창원 성산구 강기윤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제공: 한국당) ⓒ천지일보 2019.3.30

정의당 여영국 후보는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를 이루며 지지층이 확대됐다는 데 고무적인 분위기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장사가 잘되고 망치소리가 잘 들리는 잘사는 지역을 만들겠다. 여영국 후보는 민주당-정의당 공동후보”라고 여 후보에게 힘을 실었다.

여 후보는 노회찬의 뒤를 이어갈 사람이라며, 진보개혁세력의 단일후보라는 점을 적극 부각했다. 불평등을 해소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고 촛불정신을 이어받아 반드시 당선되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여 후보 쪽 관계자는 “단일화 바람이 불고 있다. 그럼에도 민심은 냉정하기 때문에 단일화 바람에 흔들리지 않겠다”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더욱 낮은 자세로 시민들을 만나고, 반드시 승리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여야 후보가 난립하면서 정치혐오 현상도 감지됐다. 현재 이곳에는 여야, 무소속 후보까지 합쳐 총 6명이 출마한 상태다. 창원에서 20년 동안 거주해온 고모(63)씨는 “(각 후보가) 서로 헐뜯고만 있다. 공약은 둘째고 서로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라며 “이건 서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다. 자신들의 기득권 잡기에만 혈안이 됐다”고 여야를 싸잡아 비판했다.

그래서 바른미래당은 이재환 후보를 앞세워 새로운 정치세력이 필요하다고 민심을 파고들었다. 손학규 대표는 “이재환을 앞장세워서 창원을 확 디비 뿌리고 새로운 정치로 창원의 미래를 건설해나가자”고 강조했다.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4·3보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오후 경남 창원 상남시장에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이재환 후보에 대한 지원유세에 나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3.29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4·3보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오후 경남 창원 상남시장에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이재환 후보에 대한 지원유세에 나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3.29

여영국-강기윤 간 양자대결로 흘러가는 양상이지만, 아직은 표심을 쉽사리 예측할 수 없었다. 마지막에 뚜껑을 열어봐야 표심을 알 수 있다는 의미와 같은 맥락이다. 

30년간 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퇴직한 강성규(63)씨는 “진보정당에 대한 싫증을 느낀다. 거대 여당이 정의당에 후보를 양보했다. 문재인 정부가 하는 걸 봐서라도 한국당을 지지한다”며 “정부를 견제할 야당에 힘을 부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김모(40대)씨는 “여영국 후보가 도의원을 할 당시부터 상남시장에 일이 있으면 꼭 찾아왔다. 그래도 시장을 챙기는 사람은 여 후보”라고 치켜세웠다.

중장년층과 달리 젊은층은 이번 선거에 대한 관심이 저조했다. 취업 준비생인 조서현(25)씨는 “선거 자체에 관심이 없다. 유세 연설 때문에 시끄럽기만 하다. 제 주변 친구 역시 관심이 없다”면서 “매번 공약을 내세웠지만, 정작 창원이 변한 건 별로 없다. 투표장에도 나갈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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