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게이트’가 점입가경이다. 단순 폭행에서 시작된 사건이 이젠 눈덩이처럼 불어나다 못해 지축을 뒤흔들고 있다. 성접대 알선 의혹, 성관계동영상 불법촬영 논란에 급기야 경찰 최고위급 간부 연루설까지 돌면서 권력형 비리로 비화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나날이 늘어가는 버닝썬 관련 범죄 혐의들을 정리해봤다.

빅뱅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 29, 오른쪽)와 그의 사업 파트너로 알려진 대만 투자자 ‘린 사모’. (출처: 인스타그램)
빅뱅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 29, 오른쪽)와 그의 사업 파트너로 알려진 대만 투자자 ‘린 사모’. (출처: 인스타그램)

‘버닝썬 게이트’ 의혹⑥: 탈세 및 돈 세탁

 

린 사모, 버닝썬에 10억원 투자한 대만인

대만서 상당한 거물 재력가란 소문 무성

버닝썬에 ‘삼합회 대장’ 초청했단 주장도

1억원↑ 술값 현금 지급해 돈 세탁 의혹

린 사모 국내 자산 300억원가량 추정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버닝썬 게이트’가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뻗어나가고 있다. 서울 강남의 유명 클럽 버닝썬이 해외의 검은 돈을 씻어주는 일종의 ‘세탁소’ 역할을 한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29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버닝썬의 최초 투자금을 최대 주주 르메르디앙 호텔의 운영사인 전원산업과 대만 여성인 이른바 ‘린 사모’, 빅뱅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 29) 등 3인이 함께 댄 것으로 확인됐다.

관계자에 따르면 2017년 10~11월 전원산업과 승리 측 인사, 린 사모는 서울 강남의 모처에서 클럽 운영에 필요한 자금 투자계약을 맺었다. 이 모임에서 전원산업은 버닝썬의 첫 운영자금으로 12억 2500만원을, 린 사모는 10억원, 승리는 2억 2500만원을 부담하는 내용의 계약서가 작성됐다.

버닝썬에 선뜻 투자한 이 린 사모는 누구일까?

지난 23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클럽 버닝썬의 지분 20%를 소유한 대만 투자자 린 사모를 집중 조명했다.

‘린 사모’가 한 대만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승리를 언급하고 있다. (출처: 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쳐)
‘린 사모’가 한 대만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승리를 언급하고 있다. (출처: 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쳐)

버닝썬 지분은 르메르디앙 호텔의 운영사인 전원사업이 42%를 가져 가장 많고, 유리홀딩스가 20%, 린 사모로 불리는 해외 투자자가 20%, 이문호 버닝썬 공동대표가 10%, 호텔 측 이성현 공동대표가 8%를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린 사모가 승리와 알게 된 건 승리와 같은 빅뱅 멤버인 지드래곤을 통해서다. 린 사모는 과거 한 대만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승리의 사인이 담긴 가방을 소개하면서 “지드래곤을 통해 승리를 알게 됐다. 빅뱅과는 사업 파트너”라고 밝힌 바 있다.

승리도 지난해 12월 버닝썬에서 열린 자신의 생일파티에서 ‘린 사모님’을 부르면서 감사의 마음을 표하기도 했다는 증언도 있다.

버닝썬 이문호 대표에 따르면 린 사모는 버닝썬에 10억원을 쾌척했다. 승리는 버닝썬에 실제로 투자하지는 않았지만 린 사모가 투자한 10억원을 받고 유리홀딩스를 통해 투자, 공짜 지분을 챙겼다. 세무 전문가는 “아무런 반대 급부가 없는데 투자하는 사람은 없다”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그알’ 제보자들은 “린 사모는 거물”이라며 “대만에선 사모님 이름조차 못 꺼낸다. 남편이 대만에서 거의 총리급”이라고 전했다.

승리가 지난해 자신의 생일파티에서 린 사모를 언급하는 모습. (출처: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승리가 지난해 자신의 생일파티에서 린 사모를 언급하는 모습. (출처: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버닝썬을 방문한 린 사모는 보통 매니저로 불리는 화교 남성의 이름으로 테이블을 예약하고, 가격이 2억에 달하는 ‘더블 만수르 세트’를 시키는 등 재력을 과시한다는 것이 버닝썬 직원들을 통해 알려졌다.

한 직원은 더 나아가 “린 사모는 스케일이 엄청 컸다. ‘삼합회(三合會)’ 대장도 데리고 오고 그랬다고”고 증언하기도 했다.

삼합회는 중국·대만 일대를 주름잡는 일종의 마피아로, 경우에 따라 세계 3대 범죄 조직으로 불리기도 한다. 일본 야쿠자와 함께 아시아 대표 범죄조직으로 명성을 떨쳤다. 1980년대 홍콩·마카오 등지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던 삼합회는 홍콩 염정공서(廉政公署, 홍콩 반부패 수사 기구)가 삼합회와 유착한 경찰 단속 하는 등 강경한 모습을 보이자 중국 본토와 대만으로 세력권을 옮겼다.

우리에게 삼합회가 알려진 가장 큰 일화는 중화권 배우 양조위와 유가령 부부와 얽힌 사건이다. 1990년 유가령은 스케줄을 끝내고 집으로 가는 길에서 삼합회에 납치됐다. 일당은 납치한 유가령을 성폭행하고, 나체 사진을 유포했다.

양조위는 나체 사진이 공개되자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내 사랑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고 선언한 바 있다. 두 사람은 2008년 부탄에서 비밀 결혼식을 올리고 19년간 열애의 결실을 맺었다.

배우 양조위. (출처: 뉴시스)
배우 양조위. (출처: 뉴시스)

클럽 버닝썬이 삼합회의 검은 돈을 세탁해주는 장소였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번지자 여론을 더욱 더 들끓었다.

승리 측은 “린사모와 삼합회는 관련없다”며 수습에 나섰다.

지난 27일 MBC도 린 사모와 삼합회 연루설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도했다. 다만 린 사모가 버닝썬을 통해 돈 세탁을 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린 사모는 버닝썬에서 대포통장을 이용, 돈 세탁을 했다. 자신의 자금관리책 안모씨 지인들의 계좌를 대포통장으로 활용했다. 앞서 말한 더블 만수르 세트 등의 술값에 2~3배 금액을 결제한 뒤, 대포통장을 통해 차액을 돌려받는 식의 방법이었다. 대포통장의 대여자는 적어도 7명은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번도 관세청에 현금 반입 신고를 한 적 없는 린 사모는 지난해 10월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68층의 240억원 상당의 펜트하우스를 구매하고, 서울 성수동 주상복합 건물 갤러리아 포레, 용산구 한남동 더 힐 아파트를 각각 38억, 40억원가량에 구매했다.

린 사모는 서울 강남에 위치한 WXB라는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했는데 자본금이 500만원에 불과했다. 바로 이곳을 통해 해외자금을 지속적으로 반입한 것이란 예상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각종 의혹에 휩싸인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클럽과 경찰관 사이에 부적절한 유착이 있었던 정황이 포착되며 수사가 확대되고 있다. ⓒ천지일보DB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각종 의혹에 휩싸인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클럽과 경찰관 사이에 부적절한 유착이 있었던 정황이 포착되며 수사가 확대되고 있다. ⓒ천지일보DB

린 사모는 각종 투자금 등 총 300억원대의 국내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린 사모가 버닝썬을 돈 세탁처로 사용한 것처럼 버닝썬은 탈세가 빈번하게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6일 강남의 유명 클럽 ‘아레나’의 실소유주 강모씨가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아레나 운영 대부분을 현금거래를 활용해 매출을 축소하고, 종업원 급여를 부풀려 신고하는 등의 수법으로 2014∼2017년 세금 162억원을 내지 않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를 받고 있다.

강씨 구속이 주목받는 것은 이문호 버닝썬 공동대표가 아레나의 MD(영업직원)출신이기 때문이다. 그는 아레나를 모델로 삼아 버닝썬을 운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탈세가 이뤄졌다면 아레나와 비슷한 수법으로 진행됐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실제 린 사모가 술값을 통해 돈 세탁을 하는 방식이 아레나와 상당히 유사하다는 분석이다. 1억원짜리 만수르 세트를 현금 결제하도록 유도해왔기 때문에 탈루 금액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클럽 수익의 40%를 장부에 기록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흘러나온다.

경찰은 린 사모와 승리, 전원산업이 투자한 버닝썬 운영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아울러 MD들이 각종 불법적인 영업 행태에 동원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언급한 돈 세탁을 위한 대포통장을 MD들이 제공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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