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하순봉 경남일보 회장은 청와대 출입기자, MBC 뉴스데스크 앵커, 4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이후에는 ‘이회창 대통령 만들기’ 최선두에 섰으나 두 차례 실패 끝에 정치에서 물러났다. 수십 년간 대한민국의 정치사를 온몸으로 겪었던 그가 낸 이 회고록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부터 이명박 대통령까지, 대한민국 현대정치의 질곡이 그대로 담겨 있다.

하 회장은 회고록을 통해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81년 국군의 날 행사에서 핵무기를 공개한 뒤 대통령을 그만둘 생각이었다고 고백한다. 그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후계자로 김종필 전 총리를 꼽고 있었다고 한다. 이후 10.26사태로 계획은 다 무위로 돌아갔지만, 하 회장은 “우리가 원자력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것은 박 전 대통령이 토대를 마련한 것”이라고 높이 평가한다.

유신 정권이 무너진 뒤 하 회장은 ‘유신 잔당’이라는 오명을 쓰고 여기저기에서 공격을 당했다. 유신 반대로 처벌까지 받은 그였기에 답답한 노릇이었다. 하 회장을 청산 대상으로 지목하게 된 데에는 그가 청와대 출입 기자로 박 대통령의 신임을 받았던 것과, 경상도 출신에다 TV앵커로 학생 데모 등 시위사태를 항상 비판 질타한 행동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우여곡절 끝에 정계에 입문하게 된 하 회장은 전두환 대통령 이후 대통령으로 노신영 총리를 꼽았으나 결국 막강한 TK 세력의 지원 아래 노태우 대통령 정권이 열리게 됐다.

이어 하 회장은 DJ와 YS를 면밀하게 분석한다. YS가 즉흥적이고 투박한 데 비해 DJ는 사변적이고 세심하다는 평이다. 그러므로 앞사람은 행동파고, 뒷사람은 사색파가 된다고 그는 말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DJ는 던져진 문제에 대해 논리적으로 꼼꼼하게 따지고 귀납적 결론을 내린 뒤에도 바로 행동에 들어가지 않는 성격인데 비해, YS는 배짱이 두둑하고 추진력이 있어서 곧바로 행동에 들어간다고 평가한다.

물론 공통점도 있다. 하 회장은 두 사람이 성경은 차이가 나도 모두 정치적 후각이 발달돼 있다고 분석한다. YS는 기회가 왔다 싶으면 전광석화처럼 낚아채고, DJ는 신중하지만 기회 포착에는 남달리 빠르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하 회장은 이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아쉬움을 나타낸다. 비핵개방 3000공약과 그랜드 바겐을 내세웠지만 효과는 미비하다는 것이다. 하 회장은 이 대통령에게 좁은 인사 틀을 과감히 혁파하라고 촉구한다. 그는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는 뺄셈정치에서 하나라도 더 도움을 받는 덧셈정치를 하라고 강조한다.

하순봉 지음 / 연장통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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