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평론] 정책의 생명은 신뢰성에 있다
[정치평론] 정책의 생명은 신뢰성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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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병 정치평론가  

 

모두를 만족하는 정책은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제아무리 기발한 정책을 만들고 효과적으로 추진을 하더라도 국민의 불신을 받고 있다면 그 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 결국 일부 정치인들이나 관료들의 잔치로 끝날 공산이 크며 이후에는 그 정책에 대한 재평가 압력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치적 ‘당파성’이 개입될 여지가 많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차라리 안하느니 못한 정책으로 남을 수도 있다. 정책의 장점과 성과는 사라지고 그 피해만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책의 신뢰성은 어떻게 담보되는가. 그것은 과학성과 효용성 그리고 투명성으로 이뤄진다. 정치적 판단이나 당파성은 정책의 신뢰성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신뢰성을 해치는 주범이 되기 일쑤다. 따라서 국책사업이나 대형 정책사업의 경우 정치적 고려나 당파적 이해관계가 개입되면 최악의 경우가 되기 마련이다. 당연히 과학성이나 효용성보다는 표 계산에 휘둘릴 것이며 또 그것은 정쟁거리로 변질돼 신뢰성을 해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헌정사에는 정치가 정책을 망쳐놓은 사례들이 수두룩하다.

이명박 정부 때의 ‘4대강 사업’은 지금도 논쟁적이다. 정책수립 과정부터 정책집행 그 이후의 정책효과 등을 놓고 아직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애초부터 과학성은 턱없이 미흡했으며 과대 포장된 효용성과 집행과정에서의 불투명성 그리고 온갖 비리들이 개입하면서 4대강 사업은 결국 국책사업에 대한 불신의 ‘상징’처럼 회자되고 있다. 정치적 당파성이 과다하게 개입됨으로써 국민적 신뢰를 얻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라 할 것이다.

4대강 보 해체, 또 당파적으로 갈 것인가

4대강 사업에 대한 논란은 이쯤에서 그만두자. 그 후에 다른 문제가 또 불거졌기 때문이다. 지난 달 22일 환경부 ‘4대강조사 평가기획위(기획위)’가 4대강 사업으로 인해 금강과 영산강에 세워진 5개의 보(洑) 가운데 3개를 해체하고 2개는 상시 개방하겠다는 내용의 처리 방안을 발표했다. 금강의 세종보와 공주보 그리고 영산강의 죽산보는 해체하고 금강의 백제보와 영산강의 승촌보는 상시 개방한다는 것이 골자다.

보의 건설 및 해체와 상시 개방 문제는 말 그대로 철저하게 과학적 검토를 거쳐 경제적 손익까지 따져서 신중하게 결정할 일이다. 특히 이미 건설된 보를 해체하는 작업은 더 신중해야 한다. 다시 해체하는 비용은 너무도 뼈아픈 손실이며 그에 따른 정치적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의 건설로 인해 이미 편익을 보고 있는 사람들의 반발은 더 클 수밖에 없다. 건설보다 해체가 더 어려울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기획위는 지난해 11월 구성된 이후 불과 몇 개월 만에 뚝딱 보 해체 결정을 내렸다. 그것도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재자연화’ 정책에 그대로 화답한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기획위가 졸속 결정을 내렸다는 뜻은 아니다. 경제성 및 환경 평가를 다방면으로 검토했으며 수질 분석 등에 대해서도 종합적 평가를 통해 결정했다는 설명은 믿고 싶다.

그러나 보 해체에 따른 모니터링 기간이나 표본이 생각보다 부족하다. 특히 수질 문제는 시기나 계절 별로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최소 10년 이상은 관측해야 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보를 완전히 개방한 날수가 백제보는 16일, 죽산보는 115일에 그쳤다는 지적은 매우 아픈 대목이다. 거기서 무슨 유익한 통계자료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인가. 그리고 보를 해체했을 경우 지하수의 수위는 당연히 낮아지게 마련이다. 농사에 큰 지장이 초래되는 대목이다. 이에 기획위측은 강 양쪽 500m 정도에서 농사에 차질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토양에 따라서는 그 보다 10배 이상의 지역까지 지하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지하수 대책에 드는 비용은 당초 예상치를 훨씬 벗어난다. 그리고 금강과 영산강의 보를 해체하는 데 3년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짧아도 너무 짧지만 하필 왜 3년인가. 보 해체마저 대통령 임기에 맞춰 끝내겠다는 것인가.

우려했던 대로 보 해체에 대해 일부 지역의 농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보를 해체하면 농사지을 물이 부족해진다는 것이다. 특히 공주보 주변에는 보 해체에 반대하는 농민들의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려있다. 이제는 지역 주민들과 자치단체까지 나서서 보 해체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자유한국당도 합류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지난 21일에는 서울 조계사에서 ‘4대강 재자연화 촉구 시민사회 선언식’이 열렸다. 종교 및 노동, 환경 단체들이 한 목소리로 4대강에 있는 16개 보 전면 해체로 강을 재자연화 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보 해체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 발대식이 28일 오후에 열렸다. 자유한국당 안팎의 전현직 정치인들과 일부 보수세력 등이 주도하다보니 그 순수성이 떨어지긴 했지만 대규모의 조직적 저항에 나섰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처럼 보 건설이나 해체에도 보수와 진보가 맞서는 지금의 현실은 안타깝다 못해 참으로 참담하다.

보 해체 여부를 놓고 정치권과 우리 사회가 또 찬․반 양론으로 더 갈라질까 두렵다. 이쯤에서 정부가 좀 더 유연한 보완책을 내놓아야 한다. 특히 농민들의 의견을 대폭 반영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은 보 해체만이 능사가 아니다. 좀 더 탄력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그리고 이참에 시간적 여유도 더 가져야 한다. 뭔가 정치 스케줄에 맞춰지는 모습은 누가 봐도 정책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게 한다. 좀 더 긴 호흡으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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