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임기 중반을 함께 할 장관 후보자 7명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27일 끝났다. 그동안 인사청문회를 많이 지켜봤지만 이번처럼 도덕적 수준이 떨어지는 후보들이 대거 발탁된 사례도 흔치 않을 것이다. 이번에도 기본적인 도덕성, 자질 문제로 시비가 커지다 보니 정책이나 비전을 들여다 볼 시간이 부족했다. 인사청문회가 매번 이런 식으로 가도 되는 것인지 보다 근본적인 의문을 거듭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인사청문회는 한마디로 ‘송구청문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장전입이나 부동산 투기, 탈세, 자료제출 미비 등의 단골메뉴로 가득했다. 문재인 정부가 스스로 정한 인사검증 기준에도 한 참 미치지 못한 후보자가 많았다. 청문회 위원들이 문제를 제기할 때마다 ‘송구하다’는 말은 이젠 듣기조차 민망하다. 그런 식으로 넘어간다면 인사청문회를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단순한 실수이거나 일반적인 과오를 따지는 것이 아니다.

주택정책을 총괄해야 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그 자신부터 다주택 보유자였다. 그것도 강남 등 집값이 가장 비싼 곳에 여러 주택을 보유했다. 시세차익만 수십억에 이른다고 한다. 그리고 후보 내정 뒤에는 다주택자 부담을 덜기 위해 급히 증여하는 ‘꼼수’도 썼다. 그런 사람이 장관이 돼 주거정책을 이끌어 간다면 누가 그를 믿고 따라 갈 것인가. 아무리 국민을 우습게 알아도 이럴 수는 없는 일이다. 청와대 인사검증 라인에 대한 극도의 불신감을 드러내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이 뿐이 아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자녀가 유학 중인 미국 특정 지역에 여러 차례 출장을 다녀왔고 수시로 아내와 동반했다고 한다. 그 때마다 자녀의 졸업식이나 입학식과 겹쳤다. 나랏돈이 사적인 목적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실이라면 교수나 장관 후보자가 아니라 수사 대상에 올라야 할 사람이다. 청와대가 어떻게 이런 사람을 장관 후보자로 발탁할 수 있다는 말인가. 도대체 인사 검증을 어떻게 했는지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오만인지 아니면 무능인지 참으로 궁금할 따름이다.

국회에서는 다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놓고 또 싸우고 있다. 그러건 말건 청와대는 이번에도 임명을 밀어붙일 태세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중반기를 이렇게 끌고 가서는 안 된다. 나라 안팎의 위기 징후가 정말 보이지 않는다는 말인가. 청와대가 기어코 국민과 싸우겠다면 달리 할 말이 없다. 그렇다면 부적격 후보자들이 스스로 결단해야 한다.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하루빨리 자진 사퇴함으로써 더 이상 국민을 욕보이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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