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세 설조스님이 29일로 단식 44일을 맞았다. 지난해 사상 최악 폭염과 맞서 41일을 단식했던 그다. 당시 단식이유는 자승 전 총무원장 구속과 여러 의혹을 안고 있던 총무원장 설정스님 퇴진이었다. 아흔이 다된 노승의 단식에 여론이 주목하면서 설정스님은 결국 물러났다. 조계종 불자들을 중심으로 적폐 청산 요구도 거셌다.

그가 올해 들어 또 곡기를 끊었다. 노승의 이번 단식 목표는 조계종 적폐청산, 더 구체적으로는 자승 전 총무원장과 문재인 정부의 종교유착의 고리를 끊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세력화되고 부패한 조계종이 종교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승의 두 번째 단식에 여론도 썰렁하고 종단 내부 반응도 시큰둥하다. 주류언론에 보도되지 않는 이유를 묻자 “이번에는 자승과 청와대의 함수관계를 밝히라고 하니 민주적인 언론들도 선뜻 나서지 않는 모양새”라고 진단했다. 정부의 눈치를 보는 언론들이 몸을 사린다는 것이다. 불자들도 살아있는 권력을 향한 몸부림은 부질없다며 단식을 만류하고 있다. 그러나 노승은 “권력이 살아 있을 때 고쳐야지 지나간 다음엔 무슨 소용이냐”며 뜻을 꺾지 않고 있다.

적폐청산을 외치며 출범한 정부가 정작 자신들의 적폐만큼은 외면한다는 말이고 언론도 국민도 그러려니 한다는 얘기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이번 설조스님의 단식이 성과를 거두긴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스님은 “수행인이 권력에 겁이 나서 침묵한다면 일반 백성은 어떻게 하겠냐. 나 혼자서라도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모 인터뷰를 통해 군부시절 불의에 대적하지 않았던 자신의 삶을 후회한다고 했다. 현재 그의 모습은 과거에 대한 반성이기도 한 셈이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이 제 목숨을 내놓은 사람이다. 이런 수행인이 있는 것을 보면 조계종 개혁이 영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닌듯하다. 불의와 타협하지 않은 올곧은 이들이 세상을 바꿔왔다. 설조스님의 몸을 사르는 외침이 조계종 개혁에 작은 불씨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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