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지난해 11월 잠실 아파트를 부동산 중개업소에 내놨지만 팔리지 않던 상황이라 올해 2월 분당 아파트를 딸에게 증여했다” “어떻게든 다주택자를 면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국토부 장관 후보자로서 떳떳함을 갖고자 증여를 선택했다” “실거주 목적으로 구입했다.” 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쏟아낸 말이다. 입을 다물 수 없다.

최 후보자는 서울 잠실 아파트와 분당 아파트를 보유한 상태에서 세종시 펜트하우스 분양권을 확보한 다주택자다. 잠실 재건축 투기로 10억원의 이득을 본 것을 비롯 적어도 20억원의 불로소득을 건졌다. 몸 하나 뉠 곳이 없는 사람들은 복장이 터질 수밖에 없다. 세입자로 사는 사람들이나 빚을 잔뜩 안고 집을 산 사람들, 지하 옥탑 고시원 쪽방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생각했다면 ‘장관 후보’를 강력히 고사했어야 한다.

최 후보는 일생동안 공직에 몸담았다. 공무원으로 산다는 것은 다른 직군과는 다른 특별한 의미가 있다. 공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사는 사람이 공무원이다. 사회적으로 지탄이 되거나 사회에 해를 끼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되는 위치이다. 집을 사서 자산을 불리는 것은 투기 행위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공직에 있는 사람이 불로소득을 추구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행위이다. 강력한 법을 만들어 공직자 부동산 투기를 원천 봉쇄해야 한다.

뉴스타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토부 고위 공무원 가운데 45%가 다주택자다. 최 후보는 ‘나는 그 45%에 속한 사람일 뿐’이라고 말하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 다주택자들의 숲 속에서 살다 보니 자신이 주택 보유를 통해 불로소득을 취하는 것에 아무런 ‘죄의식’을 못 느꼈을 수 있다. 모든 걸 인정한다고 할지라도 장관 후보로 나오는 건 스스로 삼갔어야 한다. 투기를 하는 다주택자가 장관이 된다는 건 본인에겐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는 길인지 모르지만 집 한 칸 없어 있는 설움 없는 설움 겪는 서민들에겐 슬픔 그 자체다.

공무원들이 투기를 해서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는 경우가 자주 있다. 공직을 수행하면서 집 투기를 일삼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 최 후보자가 비판을 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직, 그것도 고위 공직자의 위치에 있어 부족한 것 하나 없는 최정호씨가 왜 집을 투기의 수단으로 삼아 재산을 불리려고 했을까.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는 집권 이후 ‘집은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고 역설해왔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다주택자들에게 집을 팔 것을 권유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주거정책을 총괄하는 자리에 다주택자를 앉힌다는 것은 모순된 행동이다. 이율배반적인 행동이라는 건 스스로가 더 잘 알 것이다.

최 후보는 청문회에서 죄송하다고 하면서도 실거주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거주를 위해 여러 채를 보유하는 사람도 있는가. 여러 집에 동시에 사는 기이한 취미라도 가지고 있는가? 여기저기 순간이동을 하는 ‘축지법의 대가’라도 된다는 말인가? 그도 아니면 초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도 되는가?

국민의 절반에 이르는 주택을 소유하지 못한 사람들은 집을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사람들이다. 2년마다 이사불안에 시달리고 주거비 폭등에 한숨 쉬는 사람들이다. 지하방, 옥탑방, 고시원, 쪽방, 시설, 거리에서 몸조차 자유롭게 누일 곳이 없고 안전조차 문제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주거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자리가 국토교통부 장관 자리인데 투기를 한 다주택자가 이 같은 사명을 어떻게 수행할 수 있을 것인가.

문재인 정부 인사 5원칙에는 ‘부동산투기’가 들어 있다. 투기를 일삼은 인물을 주거정책을 담당하는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문재인 대통령은 초심을 잃은 것이다. 주거권에 역행하고 세입자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결정을 했다. 문 대통령은 잘못을 인정하고 즉시 지명을 취소해야 한다. 최 후보는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고 즉시 사퇴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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