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을 때, 일본이 전쟁에 질 거라 생각한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일본의 패전은 일본인들의 마음에 원폭의 흔적으로 남았다. 영원한 태양 아래 살 것 같았던 일본에게 패전이란 ‘대동아공영’ ‘내선일체’ 같은 프로파간다의 붕괴를 낳았다. 일본 신도가 일본인의 정신을 지배했듯, 전쟁 슬로건을 내면화했던 일본인들은 허황된 꿈에서 벗어나 새로운 현실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세삼스레 일본의 전후를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가 지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본이 스스로 전후의 기억을 ‘희생의 과거’로 포장하고 ‘아름다운 나라’라는 황금빛으로 칠하는 이 시점에서 전후를 탐구하는 것은 의미 없다고 할 수 없다. 이 책은 이러한 기획에서 출발했다.

전후 패전이라는 사건, 그리고 전후에 반응했던 작가들의 작품 5편을 엮었다. 부산과 경남일대의 한국문학과 일본문학 전공자들로 구성된 ‘한일 전후문학 세미나’팀은 기존의 일본의 문학이나 역사적 시각에서 벗어나 전후 일본의 단편소설들을 통해 전후라는 시간이 남긴 흔적을 추적하고 있다.
 

고바야시 마사루 , 다무라 다이지로, 가지야마 도시유키, 오에 겐자부로, 오시로 사다토시 지음
조정민 , 장수희, 김려실 옮김 /소명출판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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