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지솔 기자] 대한불교조계종 자승 전 총무원장과 문재인 정부와의 함수관계를 밝히라며 또다시 단식에 돌입한 설조스님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정법회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기 앞서 명상수행을 하고 있다. 설조스님은 40여일 단식으로 설정 총무원장 사퇴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던 인물이다. ⓒ천지일보 2019.3.26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대한불교조계종 자승 전 총무원장과 문재인 정부와의 함수관계를 밝히라며 또다시 단식에 돌입한 설조스님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정법회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설조스님은 40여일 단식으로 설정 총무원장 사퇴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던 인물이다. ⓒ천지일보 2019.3.26

“‘권력’이라는 난관에 부딪혀
매번 찾아와 단식 중단 요구”
“수행인이면 침묵해선 안 돼
종단-정부 함수관계 밝혀야”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지금까지 불자들이 알고 외친 것은 자승이 종단 적폐의 주범이라는 것인데, 개혁 단체들이 ‘권력’이라는 난관에 부딪혀 서리 맞은 풀처럼 숨을 죽였다.”

포근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실내에서 두꺼운 외투를 껴입고 보온팩을 끌어안고 있던 설조스님(89)이 기자를 보자 힘겹게 몸을 일으켜 걸어 나왔다. 스님의 무기한 단식은 오늘(28일)로써 43일째를 맞았다.

스님의 단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설조스님은 지난해 6월 20일 40여일 단식으로 설정 총무원장 사퇴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던 인물이다.

그렇다면 저번 단식과 달라진 것은 무엇일까. 스님은 가장 먼저 종단 개혁을 향한 불자들의 열망이 사그라들었다고 지적했다.

저번 단식 때는 ‘자승 구속’ ‘설정 퇴진’이 목적이었다면 현재 스님의 단식 목적은 문재인 정부와 자승 전 총무원장의 함수관계를 밝히는 것이라고 했다. 스님은 정치-조계종 행보의 이면에는 ‘정교유착’이라는 고질적인 병폐가 자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스님은 지난해 8월 초 청와대 한 관계자가 모 인사에게 “설정 총무원장 퇴출은 가능하지만, 그 이상은 어렵다”고 발언했다는 것과 단식 중에 천막에 찾아온 정부 부처 고위관계자가 “조계종 문제는 정교분리의 원칙에 따라 정부로서는 어쩔 수 없다”고 한 발언을 문제 삼으며 이는 청와대에서 가이드라인(선)을 그은 것이라고 단식장을 방문한 불자들에게 말했다고 했다. 또 자승 전 총무원장은 안 된다는 얘길 청와대 수석에게 들었다며 수석은 “이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견해”라고 말했다고 설조스님은 전했다.

이 주장을 들은 불자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이들은 ‘살아있는 권력인데 규명이 되겠냐’ ‘스님 건강만 해치는 행위다’ 등의 단식을 만류하는 행태를 보였다고 설조스님은 토로했다.

이에 스님은 “살아있는 권력이 잘못하면 살아있을 때 얘길 해야지 지나간 뒤에 하면 무슨 소용이 있냐”며 이는 버스가 지나간 뒤 손 흔드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유착 관계가 있을 때 지적해야 한다”며 “그들이 하는 짓은 민주정부의 행태가 아니다. 수행인이 권력에 겁이 나서 침묵한다면 일반 백성들은 어떻게 하겠냐. 나 혼자서라도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단식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대한불교조계종 자승 전 총무원장과 문재인 정부와의 함수관계를 밝히라며 또다시 단식에 돌입한 설조스님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정법회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기 앞서 명상수행을 하고 있다. 설조스님은 40여일 단식으로 설정 총무원장 사퇴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던 인물이다. ⓒ천지일보 2019.3.26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대한불교조계종 자승 전 총무원장과 문재인 정부와의 함수관계를 밝히라며 또다시 단식에 돌입한 설조스님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정법회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기 앞서 명상수행을 하고 있다. 설조스님은 40여일 단식으로 설정 총무원장 사퇴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던 인물이다. ⓒ천지일보 2019.3.26

지난번 단식과 또 다른 점이 있다면 스님의 단식장을 찾아오는 불자들의 숫자다. 지난해 설조스님의 단식 선언 후 수많은 불교단체가 지지에 나서고 성명을 쏟아냈지만, 주류 언론들은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보도가 안 되니 종단뿐 아니라 사회에서도 설조스님의 단식에 대해 관심 갖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7월 언론계 대선배인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88세의 설조스님이 단식에 나선 사연을 전하며 언론들의 보도행태에 일침을 가했다. 그러자 덩치 큰 언론들이 부랴부랴 보도하기 시작했다.

주요 언론들이 스님의 단식을 보도하자 사부대중들은 하루에도 몇백명씩 찾아와 설조스님을 위문했으며, 특히 재가불자대표들은 순번을 정해 스님이 단식하는 천막을 지켰다. 또 조계사 앞에서 ‘종회해산’을 외치며 3000여명의 사부대중이 승려대회를 거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노승의 단식은 여전히 보도되지 않고 있다. 단식장을 찾아오는 불자들은 하루 평균치로 6~7명에 불과하다. 보도되지 않는 이유를 묻자 스님은 “이번에는 자승과 청와대의 함수관계를 밝히라고 하니 민주적인 언론들도 선뜻 나서지 않는 모양새”라고 진단했다.

인터뷰가 끝나자 기자는 스님을 향해 합장한 후 뒤를 돌았다. 그러자 스님은 단식장을 나가는 기자를 향해 잰걸음으로 다급히 걸어와 재차 강조했다.

“조계종과 정부간 ‘정교유착’이라는 고리를 끊어내야 합니다.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시정할 수 있도록 보도 부탁드립니다.”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대한불교조계종 자승 전 총무원장과 문재인 정부와의 함수관계를 밝히라며 또다시 단식에 돌입한 설조스님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정법회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기 앞서 명상수행을 하고 있다. 설조스님은 40여일 단식으로 설정 총무원장 사퇴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던 인물이다. ⓒ천지일보 2019.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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