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명동의 한 레코드 점에서 일하는 시미즈 마키 씨가 식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스시보다 김치찌개 좋아하는 진짜 ‘한국인’
한국이 좋아 한국인과 결혼한 시미즈 마키 씨

[천지일보=백하나 기자] 시미즈 마키(27) 씨는 처음 한국 땅을 밟기 전까지 이렇게 한국문화에 푹 빠지게 되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앞으로 이곳에 살 것 같다.” 대학교 2학년 때 부산외대로 일본어 연수를 온 마키 씨는 ‘한국과 자신의 인연’을 직감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 때로부터 5년여 세월이 흐른 지금, 그는 한국인 남편 김홍철(37) 씨를 만나 깨소금 냄새나는 신혼 생활을 꾸려나가고 있다. 마키 씨는 “스시보다 한국의 감자탕과 된장찌개, 아침밥 아니면 죽음”을 외치는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다운 일본인이다.

지난 10월 30일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을 마치고 일터로 복귀한 마키 씨를 지난달 16일 명동에서 만났다. 외국인들의 왕래가 잦은 레코드 가게에서 일하는 마키 씨는 일본인 등 외국인에게 한국인보다 더 유창하게 한류를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다.

마키 씨가 한국인의 밥 문화에 대해 신기하다고 털어 논 두 가지가 있다. 바로 ‘밥심’이란 단어가 있다는 것과 ‘밥 먹었냐’는 말을 인사로 쓴다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인사를 건넬 때 ‘밥 먹었어?’ ‘밥 맛있게 먹어’ 등 밥 얘기로 인사를 해요. 일본에는 이런 인사가 없기 때문에 처음 이 인사를 받고 무척이나 신기했죠.”

마키 씨는 자꾸 이런 인사를 받으면서 ‘내가 밥 하나도 못 챙겨 먹을 만큼 아이 같나’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상했지만, 얼마 안 가 이 말이 ‘건강을 챙겨 주는 한국 사람들의 따뜻한 인사법’이란 것을 알고 “자신도 애용하고 있는 인사”라고 웃음을 터트렸다.

▲ 마키 씨의 힘의 원천은 ‘밥’이다. 밥을 먹고 출근하지 않으면 이제는 왠지 힘이 달린다고…. ⓒ천지일보(뉴스천지)
한국인과 결혼하고 밥심으로 일한다는 말 이해
아침밥 꾸준히 챙겨 먹으며 잃었던 건강 되찾아

“한식, 서로 다른 재료가 하나 돼 맛도 영양도 최고
한국인이 뭉쳐 하나의 힘을 내는 민족성과 비슷”

특히 마키 씨는 한국에 ‘밥심’이란 단어가 있다는 것을 신기하게 여겼다. 양식을 먹으면 힘이 나는 건 당연한데 밥심이라니. 그것도 꼭 밥을 먹어야 힘이 솟는다고 하니 일본인인 마키 씨가 그 말을 이해하긴 힘들었다.

그러나 마키 씨는 이 말을 토종 한국인 남편과 결혼하고 나서야 알게 됐다고 전했다.

마키 씨의 아침은 김치와 밥을 꺼내는 일로 시작한다. 남편이 아침밥의 중요성을 무척 강조하기 때문에 도무지 이불 속에 누에처럼 있지 못하고 마키 씨도 슬그머니 나와 밥상을 펴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냥 있는 대로 먹지’란 생각에 투정도 부렸어요. 그런데 아침밥을 먹어야 밥심으로 일을 한다는 남편의 말에 아침밥을 열심히 챙겨먹기 시작했죠.”

사실 한국으로 유학 오기 전 일본에서 학창시절을 보낼 때도 아침밥을 안 먹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마키 씨의 어머니도 아침밥 먹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셔서 미소 시루(みそしる, 일본식 맑은 된장국)와 밥을 꼭 내주셨지만, 바쁜 생활에 쫓겨 빵과 주스를 우겨넣고 등교 하는 일이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그나마 어머니 덕에 챙겨 먹던 아침밥 생활도 한국 어학당을 다니며 자취생활을 할 때 허물어졌다. 오전 10시 40분쯤 일어나 11시 아르바이트를 갔으니 끼니를 놓치면 과자로 배를 채우고 굶기도 했다. 저녁이면 한국인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꽃을 피우며 한두 잔 걸치다 보니 불규칙한 생활습관과 고열량 음식에 살이 찌기 시작했던 그였다.

마키 씨는 “남편과 아침밥을 먹고 규칙적으로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살이 빠지고 건강도 되찾았다”며 “이제는 ‘밥심’이란 남편의 말을 이해할 수 있다”고 장난스럽게 웃어 보였다.

한국과 일본 모두 쌀을 주식으로 하는 국가이지만 아침밥을 먹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다소 다르게 생각한다. 일본은 ‘아침밥’을 먹으면 현대인의 뇌 활동에 충분한 에너지를 제공해 주기 때문에 먹는 습관을 들이자는 건강학적 측면으로 이야기되는 게 보통이다.

한국은 이것보다 더 확대된 범주로 이해된다. 1970년대 밀가루 먹기 운동으로 흐트러진 한국인의 식단을 바로 잡는 ‘범국민적 운동’ 차원부터, 재고쌀이 늘면서 1인당 쌀 소비율도 줄어든 악조건을 해소해 ‘식량 안보’를 유지하자는 정치적 측면도 함께 작용하고 있다.
           
얘기를 듣던 마키 씨는 “일본은 지진·화산·폭우 등 천재지변이 많기 때문에 쌀농사를 짓기가 힘들다. 쌀을

▲ 일본과 한국은 쌀을 주식으로 하는 국가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아침밥을 먹어야 하는 이유는 다소 차이가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먹을 때 한 톨도 남기지 말고 먹어야 한다는 교육은 한국과 일본 모두 받지만 일본은 쌀이 적게 나니 귀하게 먹으란 의미이므로 한국과 다르다”고 다른 점을 찾아 나갔다.

아침밥 먹기의 중요성을 얘기하다 보니 ‘밥상머리 교육’이란 말도 나왔다. 이 얘기에 마키 씨는 처음 뜻을 이해하지 못하다가 설명을 듣고 일본 매스컴에 등장한 말을 기억해 냈다. 마키 씨는 일본에 2000년도부터 ‘쇼쿠이쿠(しょくい, 食育:식육)’란 말이 나오면서 밥을 먹는 시간에 이뤄지는 가정교육의 중요성이 대두됐다고 신기해했다.

대화가 깊어질수록 서로 다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차원으로 이야기가 깊어졌다. 살아온 문화와 배경은 달랐지만 아침밥을 먹어야 하는 명분은 쌀을 주식으로 하는 두 나라 모두 비슷했다. 끝으로 마키 씨에게 한식과 일식의 정의를 부탁했다. 그리고 그 둘의 장점을 합해 즐길 수 있는 건강한 아침 식사는 어떤 것 일이지 모색해 봤다.

마키 씨는 일본 음식은 ‘식재료 하나하나의 맛을 살린 싱거운(?) 음식’이라고 정의 내렸다. 그리곤 한식은 ‘각 재료가 한 데 어우러져 맛을 내는 다소 짠 음식’이라고 했다.

“한국 음식은 푸짐하고 넉넉해 맛도 영양도 최고죠! 하지만 조금 싱겁게 먹는다면 좋겠어요. 서로 다른 재료가 하나가 돼 음식이 되는 것은 한국인이 뭉쳐 하나의 힘을 내는 민족성과 비슷해 알수록 흥미롭습니다. 저와 함께 한식 아침밥 먹기에 동참하지 않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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