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출처: 연합뉴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출처: 연합뉴스)

20년간 대한항공 이끈 조양호

주주 신뢰 잃고 ‘경영권 박탈’

‘회계쇼크’로 충격 안긴 박삼구

금호산업 주총서 재선임 주목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의 경영권을 상실하면서 국내 항공사 2위인 아시아항공의 수장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대한항공은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제57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을 찬성 64.1%, 반대 35.9%로 부결시켰다. 대한항공 정관에 따르면 의안 통과를 위해선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조 회장은 66.66%에 불과 2.5%포인트 부족해 사내이사 자리를 지켜내지 못했다. 결국 조 회장은 1999년 이후 20년 만에 대한항공 최고경영자(CEO)에서 주주들의 신뢰를 잃고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재벌 총수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통해 물러나는 첫 사례다.

11.56%를 보유해 2대주주에 올라 있는 국민연금의 반대가 조 회장을 사내이사에서 끌어내리는 데 결정적이었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하는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이하 수탁위)는 지난 25일과 26일 이틀간 회의를 열고 조 회장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 및 주주권 침해 이력이 있다며 연임에 반대하기로 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4일 서울 광화문 그룹 사옥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최근 논란인 ‘기내식 대란’ 사태 등 각종 논란에 대해 해명하며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1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4일 서울 광화문 그룹 사옥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최근 논란인 ‘기내식 대란’ 사태 등 각종 논란에 대해 해명하며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19

박삼구 회장은 악재를 만난 조 회장의 처지가 남의 일 같지 않다. 금호산업은 29일 주총을 열고 박 회장을 재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금호아사아나그룹의 주력인 아시아나항공은 그간 악화된 재무건전성을 우려하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아시아나항공의 매출은 증가하고 있지만 과도한 부채비율로 실적이 적자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2일 외부감사 회계법인으로부터 한때 ‘한정’ 의견을 받아 투자자들의 시선이 갈수록 차가워지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한정’ 의견을 받은 아시아나항공을 지난 25일 관리종목에 지정하기도 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아시아나IDT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로 구성된다. 이 중 아시아나항공의 전체 연간 매출 비중은 60%에 달한다. 이 때문에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주식 거래가 정지됐고, 아시아나IDT는 주식시장에서 급락했다.

다만, 지난 26일 감사의견 ‘적정’을 받아 해당 사태가 일단락됐다. 그렇다하더라도 아시아나항공이 ‘회계쇼크’로 시장 전체에 안긴 우려가 적지 않는 만큼 재무건전성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재무구조와 수익성 개선 등 사업 영위를 위한 근본적인 체질개선이 이뤄지지 않고서는 투자자들의 우려 섞인 시선을 되돌리기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한 박 회장은 지난해 업무상 배임과 승무원 성희롱 의혹, 아시아나항공 ‘기대식 대란’ 등으로 홍역을 치른 것도 재선임하는 데 걸림이 될 요소다.

아울러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등이 박삼구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하고 있는 것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지난 22일 “박 회장이 개별회사 간 이해충돌이 발생하는 경우 적절하지 못한 의사결정을 할 위험이 있다”며 재선임안에 반대 의견을 권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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