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림중학교 2학년 2반 이준형 학생. (제공: 광주시교육청) ⓒ천지일보 2019.3.27
운림중학교 2학년 2반 이준형 학생. (제공: 광주시교육청) ⓒ천지일보 2019.3.27

지나가던 시민이 목격… 학교로 학생 선행 사실 알려 와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한겨울에 만취한 취객을 깨워 집까지 귀가를 도운 중학생의 선행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2018년 12월 7일 밤 10시 30분경 광주 운림중학교 이준형 학생은 학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다 광주 동구 학동 세라믹아파트 후문 부근 일방통행로 화분 옆 만취한 상태로 앉아 잠들려 하는 중년 남성을 발견했다.

이 광경을 함께 목격한 시민들은 추운 밤에 술에 취해서 길거리에서 잠들면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낯선 남자에게 선뜻 접근하지 못하고 몇 발자국 떨어진 자리에서 걱정스럽게 지켜보고만 있었다. 지나가던 시민들이 몇 명 있었지만 모두 쳐다보기만 하고 지나쳐 갔다.

당시 취객을 발견한 어린 남학생 한 명은 남성에게 다가가 ‘집으로 들어가서 주무시라’고 수차례 말을 했지만 취객은 만취해 횡설수설 할 뿐이었다.

남학생은 취객에게 겨우 집 전화번호를 알아냈다. 자신은 핸드폰을 지니지 않은 상태라, 옆에 있던 시민에게 핸드폰을 빌려 취객 집에 전화해 보았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학생은 취객에게 계속 말을 걸어 계림동 모 아파트에 거주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학생은 택시를 잡아 취객을 태워서 집으로 보내 주려고 했으나, 만취한 승객의 모습을 본 택시 기사들은 4차례나 승차를 거부하고 지나가 버렸다.

학생은 자신이 승객인 것처럼 행동해 택시를 잡은 다음, 취객을 태워 택시 기사에게 계림동 아파트까지 태워다 달라고 당부해 남성은 무사히 귀가할 수 있었다.

이 광경을 목격한 한 시민은 “학생의 모습이 하도 기특해 학교와 이름을 물어본 결과, 운림중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이준형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방학이 끝나자 곧바로 학교로 전화를 걸어 목격담을 알리면서 이 학생의 선행 사실을 칭찬하고 격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어떤 사건을 목격을 하는 경우 사람들은 ‘누군가가 나서겠지’ 하고 서로 미루면서 아무도 적절한 대응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심리학에서는 이를 ‘방관자 효과’라고 한다.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학생들이 치열한 경쟁에 내몰려 힘든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지만 이와 같이 맑은 심성으로 아름다운 선행을 하는 경우도 있어서 무한경쟁시대에 내몰린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고 학생의 선행을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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