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윤리자문위원장 구요비 주교. (출처: 서울대교구 홈페이지 캡처)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윤리자문위원장 구요비 주교. (출처: 서울대교구 홈페이지 캡처)

한국인 2명 스위스 원장 안락사 소식에 우려 표시

“연명의료결정법과 안락사법은 분명히 다른 것”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윤리자문위원장인 구요비(68) 주교가 최근 3년간 한국인 2명이 스위스 비영리 단체를 통해 생을 마감한 사실이 알려지자 우려를 나타냈다.

구 주교는 26일 담화문에서 “가톨릭교회는 이런 상황이 참으로 걱정스럽다”면서 “연명의료결정법과 안락사법은 분명히 다른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톨릭교회는 안락사가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라고 선언해왔다”며 “말기 환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안락사가 아니라 연민과 지지 그리고 돌봄”이라고 밝혔다.

구 주교는 “어떤 이들은 인간이 죽음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생명의 주인은 하느님이시며 생명은 하느님의 선물이고 은총”이라며 “인간의 생명은 존중하고 보존해야 할 소중한 근본 가치기 때문에 생명을 자유롭게 끊을 수 있는 죽을 권리를 인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2016년과 2018년 각각 1명의 한국인이 안락사를 돕는 스위스 비영리 단체 디그니타스(DIGNITAS)를 통해 안락사를 실행했다. 디그니타스는 1998년 설립돼 20년 동안 2100여명의 안락사를 도와왔다.

이러한 비영리단체를 통한 안락사는 경찰관이 입회한 상태에서 죽음을 앞당기는 약물, 주사를 주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대부분의 국가가 안락사를 인정하지 않지만, 스위스는 1942년부터 비영리단체를 통한 안락사가 이뤄져 왔다. 찬반 논의가 지속됐지만 2006년 스위스 연방대법원이 안락사를 최종적으로 인정하면서 논란이 마무리된 상태다. 현재 스위스는 자국민뿐 아니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안락사도 허용하고 있다.

스위스에는 현재 디그니타스를 비롯해, 엑시트 인터내셔널(Exit International), 이터널 스피릿(Eternal Spirit) 3곳의 안락사 기관이 있다. 디그니타스에는 47명의 한국인이 가입했고, 다른 단체인 엑시트 인터내셔널에는 한국인 60명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는 안락사가 법으로 금지돼 있다. 다만 지난해 2월부터 치료 효과 없이 생명만 연장하는 연명 치료를 중단할 수 있게 하는 ‘존엄사법’은 시행 중이다. 존엄사법은 인위적으로 죽음을 앞당기지 않고 자연사의 범주 내에서 연명 치료를 포기한다는 점에서 안락사와는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보건복지부는 ‘존엄사법’이 시행된 후 1년 동안 3만 5000여명의 사람들이 존엄사를 선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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