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학부모가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종합평가에 대한 감사를 청구하기 전 기자회견을 갖고 손팻말을 들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4일 자사고 운영성과 종합평가 결과를 발표하며 재지정 취소 8개 학교 명단을 공개했다. (출처: 연합뉴스)
자사고 학부모가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종합평가에 대한 감사를 청구하기 전 기자회견을 갖고 손팻말을 들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자사고 “교육청 평가 거부”

조희연 “평가지표 문제없다”

양대 교원단체도 의견 갈려

자사고 준비생 “폐지 반대”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둘러싼 논란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양대 교원단체가 이에 대한 엇갈린 평가를 내놓는 가운데 자사고들과 교육청은 강대강 국면을 지속하고 있고, 고교 입시를 앞둔 중3학생과 학부모의 혼란은 커지고 있다.

◆교육청 협상서 입장차만 확인

27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살펴보면, 교육감은 5년마다 시·도 교육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해당 학교 운영성과 등을 평가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올해 3월 1일 기준 전국 자사고 42곳 중 서울 13개교와 전북 상산고, 경기 안산 동산고 등 지방 11개교 등 총 24개교가 자사고 재지정을 위한 평가 대상에 해당한다.

평가는 각 교육청의 평가표준안에 따라 진행되며, 각 학교가 자체평가보고서를 제출하면 이를 바탕으로 교육청이 현장평가를 하게 된다. 최종 100점 만점에 70점(전북은 80점)을 넘지 못할 경우 일반고로 전환된다.

하지만 일부 자사고는 교육청이 ‘자사고 폐지’를 목표로 평가 기준을 잡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올해와 내년에 운영평가가 예정된 22개교가 평가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교육청의 평가가 ‘자사고 죽이기’ 의도를 노골화한 것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에 서울교육청은 전날 서울 22개 자사고 교장들의 모임인 ‘서울자율형사립고등학교장 연합회(연합회)’와의 비공개 회의를 열고 협상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 양측은 각자의 주장만 되풀이하며 입장차이를 조금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회 측은 교육청의 평가지표가 자사고에 불리하게 구성됐다며 전면 재검토 후 수정해달라는 입장을 고수한 반면 교육청 측은 평가지표를 변경하는 것에 대한 확답을 주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대 교원단체 엇갈린 반응

이에 대해 양대 교원단체는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조직적 평가거부로 맞서는 자사고는 법과 원칙에 따라 지정 취소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반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교육부와 교육청은 일방적인 자사고 폐지 등 교육법정주의 훼손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교조는 전날 논평을 내고 “현재 자사고는 성적이 우수한 중학교 학생들을 싹쓸이해 일반고 붕괴의 큰 원인이 되고 있다”면서 “고교 평준화의 근간을 흔들고 사교육비 증가의 원인이 되는 자사고에 대한 엄정한 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또 “과도한 ‘경쟁’과 ‘배제’, ‘특권’과 ‘차별’ 속에서 청소년기를 보내는 것은 결단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다양하고 개성 있는 교육과정을 시행하겠다며 도입된 자사고가 사실상 입시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그 도입 취지와도 전혀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전교조와 달리 교총은 지난 25일 밝힌 논평에서 “자사고 정책은 교육감에 의해 좌우될 문제가 아니라 수월성 교육, 미래 고교체제라는 거시적 관점을 갖고 국민적 합의와 국가적 차원의 검토를 통해 결정해야 할 중차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목표로 하는 것과 다름없는 시·도교육청의 평가 기준 상향 및 재량점수 확대를 전면 재고해야 한다”며 “교육부와 교육청은 더 이상 교육법정주의를 훼손하고 정책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중3학생·학부모 혼란 점차 커져

이러한 가운데 고교 입시를 앞둔 중3학생과 학부모의 혼란은 커지고 있다. 서울교육청이 2020학년도 고입 세부계획을 9월에는 확정해야 하는 만큼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서둘러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중3학생과 학부모들은 당초보다 2~3개월 늦게 입시를 준비해야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청은 당초 6월말 안에 평가를 완료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이행명령 등을 거치면 8월이 돼서야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자사고를 준비하는 중학생의 ‘자사고 폐지 반대’ 주장도 올라와 있다. 그는 “자사고라는 목표만을 바라보고 죽기살기로 공부했다”며 “그런데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들과 같은 출발선에 서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 부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초·중학교부터 자신이 가진 것을 포기하며 공부한 아이들이 왜 피해를 봐야 하느냐”고 반문하며 “일반고 전환을 적극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조희연 “최선 다해 설득하겠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자사고들의 반발과 관련해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자사고 교장단이 평가 기준점수를 문제 삼았는데 이는 교육부 권고에 따른 것”이라며 “(교장단은) 또 평가지표의 문제를 들었는데 이 역시 교육청 재량지표를 제외하면 교육부 표준안을 그대로 적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서울교육청은 교육부의 권고를 따라 (탈락기준점을) 70점으로 설정했는데 이를 거부하는 것이 시민이나 학부모의 동의를 받을 수 있는 결정인지, 자사고 교장단 측에서 다시 한 번 고민해주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어 “우리 교육청은 평가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진행할 것”이라며 “29일이 (보고서) 제출기한인 만큼 자사고가 평가에 참여하도록 최선을 다해 설득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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