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시인

오바마 미 대통령 시절 주한대사를 역임했던 마크 리퍼트(46) 미 보잉사 부사장이 한국에 왔다. 공식적인 업무가 아닌 2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KBO리그 개막전을 관람하기 위해서인데,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대사직을 그만둔 뒤 야구개막식 관람차 한국에 온 것은 벌써 세 번째다. 주한미국대사 시절부터 두산 베어스의 팬임을 자처해온 그는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근무하는 등 바쁜 일정 속에서도 한국에 와서 이틀 연속 잠실구장을 찾았으니 이 정도면 ‘KBO의 광팬’이라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보도기사를 보면, KBO리그 특유의 응원 문화를 좋아한다는 리퍼트 전 대사는 KBO 팬이기에 가장 좋은 점은 한국이든 외국에서든 언제나 한국인과 야구로 대화할 수 있다는 점이라 했다. 지난해에도 휴가나 출장 등을 이용해 서울과 부산, 광주 등 4개 구장에서 펼쳐진 야구 경기를 11경기나 관람했다고 하니 오래전부터 프로야구에 관심을 가져온 필자보다 경기장에 더 자주 갔다는 것이니 대단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는 한국프로야구 사랑이 정말 뜨거운 분이다.

필자가 서울 반포에 살던 시절은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니던 때라 공휴일이 되면 가족들과 수시로 잠실야구장을 찾았던 기억이 난다. 아이들이 야구게임을 알랴마는 부모를 따라가서는 아이스크림이나 간식을 사주는 맛에 따라나섰던 것이다. 그러다가 잠실로 이사 간 후에 야구장이 가까워 자주 갈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아이들이 성장해 출가한 지금은 야구장에 가기보다는 경기가 있는 날이면 집에서 TV로 야구 시청하는 게 더 편해 익숙해져 있지만 아무튼 야구광이 아니라할지라도 야구시즌이 닥치고 경기가 있는 날이 기다려지기도 했다.

꽃샘추위가 찾아드는 봄에는 으레 야구시즌이 열린다. 올해에는 11월 ‘프리미어 12’ 개최 관계로 프로야구 시즌이 조금 당겨져 지난 23일 개막됐다. 아니나 다를까 겨울 내내 야구시즌이 돌아오기를 기다려온 팬들로 개막경기가 열린 잠실, 창원, 인천 등 5개 지역 경기장은 만원사례를 이뤘다. 개막전 경기를 보러 5개 야구장에 총 11만 4028명이 입장했는바, 이 인원은 2009년 개막전 최다 관중(9만 6800명) 기록을 10년 만에 깼다고 하니 프로야구의 열기를 알만하다. 앞으로 9월 13일까지 총 720경기(팀당 144게임)가 전국의 전용구장 및 보조구장에서 펼쳐지면서 선수들의 열정이 녹아든 결과로 가을야구에 참여할 상위 5개 팀이 결정될 것이다.

KBO(총재 정운찬)에서는 2019 시즌 슬로건으로 ‘함께하는 야구, 공정한 야구’라는 의미가 담긴 ‘B TOGETHER, CLEAN BASEBALL’를 내세우면서 올시즌 최다인 878만명 관중시대를 목표로 잡았다. 작년에는 879만명을 목표치로 잡았으나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 논란과 일부 선수들의 일탈 행위로 검찰에 소환되고 또 한여름 최악의 무더위가 지속되는 등 악재가 속출해 807만 3742명에 그쳤다. 전 해보다 40만명이 줄어들었으니 관중 감소 원인 등을 잘 분석하고 문제점이 없도록 조치해 올해 관중 최다 신기록이 세워질 수 있도록 KBO와 프로야구선수들은 최선을 다해야 함은 당연한 일인바, 개막이틀째 연이은 10만 관중이니 시작 조짐이 좋다.

프로야구는 팬들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스포츠다.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구단과 선수, 한국야구위원회가 혼연일체가 돼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데, 특히 KBO에서 할 일이 많다. 지난 시범경기 때 중계권 논란으로 팬들에게 기대감을 높여 줘야할 시범경기가 TV로 중계되지 못한 것은 불찰이다. KBO와 방송사 간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 해도 총괄 주관하는 KBO의 사전 준비상 소홀함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올 시즌 KBO 리그에 등록된 선수단은 등록 마감 기준일 1월 31일 현재, 10개 구단의 감독 10명과 코치 248명, 선수 586명 등 총 844명이다. 팀당 평균 60명 안팎의 프로선수들이 지난 시즌 종료 후 갈고 닦아온 기량으로 올 시즌 내내 경기장을 달굴 것이다. 우리사회에서 프로야구 선수들은 높은 연봉과 건전 스포츠맨으로서의 상징성 때문에 인기가 높다. 한마디로 팬들의 인기를 먹고 사는 선수들인 만큼 경기뿐만 아니라 사회생활 매사에서 성숙한 사회인으로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국민스포츠로서 프로야구가 더 발전해 나가리라 본다.

지난 주말 꽃샘추위를 뚫고 2019 프로야구가 개막됐다. 야구전문가들은 올해 우승후보로 SK, 두산과 키움을 꼽고 있지만 어느 팀 선수들이 겨우내 훈련을 열심히 해 체력관리를 잘 했고, 불협화음 없이 시즌을 이어가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프로야구를 사랑하는 팬들로 인해 시즌이 무르익으면서 관중들의 뜨거운 열기는 넘쳐날 것이다. 가을야구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쏟아 붓는 선수들의 열정을 팬들은 재미있게 또 쾌적하게 관람하면 좋을 일이 아닌가. 2019 프로야구가 힘찬 출발을 했으니 악재 없이 올 시즌이 전개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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