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5G 세계대전이 시작됐다. 지난 2월 25일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의 상용화를 앞두고 개막된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인 ‘MWC 2019’가 개막됐다. 올해 MWC 전체 행사장이 ‘5G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였다고 한다. 올해 MWC는 ‘지능형 연결(Intelligent Connectivity)’이지만, 전시는 5G가 독식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 중국과 유럽의 주요국 정부와 기업들도 5G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은 치열하다.

이번 전시회에서 퀄컴을 비롯해 구글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기업이 모두 최신 5G기술을 선보였다. 화웨이와 에릭슨과 모토롤라, 버라이즌 등 장비 제조업체들도 5G에서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대대적인 공세를 펼쳤다. 우리 기업들도 다양한 5G 서비스와 혁신 기술을 탑재한 5G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각국 정부도 자국의 5G 기술이 국제 표준이 될 수 있도록 치열하게 경쟁했으며 우리 정부도 행사장 곳곳에 ‘5G 코리아’를 홍보하는 등 5G 강국의 면모를 과시했다.

5G는 기존 4G보다 속도는 20배 빨라지고 시속 500㎞로 달리는 열차에서도 통신이 가능하다. 통신 지연은 10분의 1로 줄어들며, 연결기기는 10배 많아지는 초연결성이 특징이다. 5G에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결합하면 초연결 사회를 실현하고 원격의료와 디지털 금융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상상하기 힘들 만큼 큰 파급력과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스마트팩토리, 자율주행, 원격제어 로봇 같은 미래 산업을 앞당기고 우리 생활과 산업 전반에 걸쳐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조사 업체인 HIS마킷 보고서에 따르면 5G는 2035년에 경제적 가치가 12조 300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각국 정부도 5G를 ‘4차 산업혁명의 대동맥’이라고 평가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과 중국, 영국, 일본 등 전 세계강대국들이 세계 최초의 5G 국가를 실현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ICT(정보통신) 강국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5G 상용서비스 개시를 추진해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물론 국무총리까지 나서 올 3월 세계 최초로 5G 서비스를 구현하겠다고 호언했다. 문대통령도 1월 24일 대전 전국경제투어 중 “우리는 올 3월 5G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시작합니다”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3월 중 상용화를 공언했지만 5G 지원 스마트폰 지연, 안정화를 위한 테스트기간과 요금제 문제로 3월 중 서비스 개시는 어렵게 됐다. 이 틈을 타 미국 버라이즌이 모토로라와 손잡고 ‘4월 11일 세계 최초 5G 서비스 출시’를 발표했다. 이에 한국 정부와 업계는 세계 최초를 놓칠까 비상이 걸렸다. 정부와 이동통신사는 서둘러 요금제를 마련하고 삼성전자도 갤럭시S10 5G 모델을 내달 초에 출시할 예정이다.

사람은 누구나 최초나 최고를 추구한다. 그래서 목숨을 걸고 최초에 도전하기도 한다. 세계 최초 5G 타이틀이 갖는 의미도 크다. 기술적 우위를 확인시켜주는 동시에 4차 산업이라는 신천지에 먼저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러나 최초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최고다. 세계 최고의 5G구현을 통해 침체한 대한민국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4차 산업혁명의 주도국으로 도약하는 것이 근본 과제이다.

세계 최초이자 최고의 5G 국가가 된다면 금상첨화다. 그러나 서둘러 4월 초 세계 최초로 5G 서비스를 한다 해도 부실한 서비스가 된다면 오히려 세계의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 우리가 5G 세계 시장을 선도하려면 이동통신과 단말기를 넘어 장비와 플랫폼, 콘텐츠 등 다방면에서 경쟁력을 한층 더 높여야 한다. 우리 기술이 국제 표준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민관이 적극 협력해야 한다. 개시일도 중요하지만 최대한 안정적인 상태에서 세계 최고의 새롭고 획기적인 상품을 시장에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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