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삼국지] 상산 조자룡 1
[다시 읽는 삼국지] 상산 조자룡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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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윤 소설가

군사들을 거느리고 강동으로 돌아가는 손견의 앞길을 원소의 밀서를 받은 유표가 군사를 출동시켜 막았다. 수차례의 교전 끝에 패해 달아난 손견의 군사는 반으로 줄어들었다. 그즈음 원소의 군사들은 제후들이 흩어지자 군사를 거두어 하내에 진을 치고 있었다. 마침 원소의 군사들이 군량미가 떨어져 곤란을 겪고 있을 때 기주목의 한복은 양식을 보내 도움을 주었다. 모사 봉기가 원소에게 간했다.

“대장부가 천하를 치달릴 때 구구하게 남 주는 양식을 받아먹고 산다는 것은 말이 아니 됩니다. 기주는 땅이 넓어서 전곡(錢穀)이 풍부한 곳이올시다. 장군께서는 어찌하여 기주를 취하지 아니 하십니까?”

“마음엔 있으나 좋은 계책이 없네.”

“장군, 좋은 수가 있습니다. 공손찬한테 가만히 사람을 보내서 기주를 취하자고 약속을 하시면 그는 기뻐서 군사를 일으킬 것입니다. 그렇다면 기주 한복은 무모한 사람이라 장군께 기주 위협을 부탁할 것입니다. 그때를 타서 두 사람 다 물리치신다면 기주 땅은 손에 침을 뱉기보다 쉽게 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원소는 봉기의 말을 듣자 무릎을 쳤다. 당일로 편지를 써서 공손찬에게 보냈다. 공손찬이 원소의 편지를 읽어 보니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다.

- 장군과 내가 기주를 함께 친다면 기주를 취하기는 손바닥 뒤집기보다 쉬울 것입니다. 기주를 평정한 뒤에 땅을 반분하면 어떻겠습니까? -

공손찬은 원소의 편지를 읽고 입이 벌어졌다. 즉시 답장을 보냈다.

- 좋은 말씀이외다. 나는 장군의 말씀대로 곧 군마를 일으켜 기주를 치겠습니다. 약속대로 협공해 주시기 바랍니다. -

공손찬의 답장 밀서가 원소한테로 돌아갔다.

밀서를 받아든 원소는 봉기의 계책대로 기주의 한복에게 사자를 보냈다.

- 지금 공손찬이 대병을 이끌고 기주를 공격한다 하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

한복은 원소의 밀고를 받자 당황했다. 급히 순심과 신평 두 모사를 불러 의논을 했다.

“공손찬이 기주를 치기 위해 온다고 하니 이 일을 장차 어찌하면 좋겠는가?”

“공손찬이 연주와 대주의 무리를 거느리고 호기 있게 몰아온다면 예봉을 당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더구나 공손찬의 진영에는 유비, 관우, 장비의 맹장들이 있으니 그들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원소는 지금 지혜와 용맹이 있고 수하엔 명장들이 많으니 은근히 사람을 보내시어 함께 기주를 지키자 하시면 원소는 반드시 장군을 후대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공손찬 쯤은 걱정이 없습니다.”

가장 좋은 계책을 낸 것처럼 모사 순심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말하자 옆의 신평도 맞장구를 쳤다. 한복은 별가 벼슬인 관순을 불러 분부를 했다.

“너는 당장 원 장군의 진영으로 달려가 장군을 뵈옵고 함께 기주를 지켜 주십사 하고 아뢰어라.”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사람이 불쑥 일어나 불가한 일이라고 큰소리로 외쳤다. 한복이 바라보니 장사 벼슬을 한 경무였다.

“지금 원소는 외로운 나그네요, 궁한 군사올시다. 지금 우리가 대어주는 군량미를 얻어먹으면서 겨우 군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원소는 우리 입김을 엿보고 있으면서 마치 손바닥 위에 있는 어린애 같은 존재입니다. 양식을 아니 주면 굶어 죽을 형편에 있는 위인인데 어떻게 기주를 함께 다스리자 하십니까? 이것은 호랑이를 양 떼 무리 속으로 끌어들이자는 말이나 같은 이치입니다.”

경무가 분연히 간하는 말을 듣자 한복은 부드러운 말로 대답했다.

“나는 본시 원씨의 옛 아전이었다. 재주와 능력이 원씨만 같지 못할 뿐 아니라, 어진 이를 가려서 나라를 양보하는 것은 옛 군자의 법도다. 제군들은 어찌 그리 마음이 좁은가. 아예 질투를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한복의 말을 듣자 경무는 탄식을 했다.

“아, 기주도 이것으로 끝장이로구나.”

경무의 탄식 소리를 듣자 벼슬을 버리고 가는 사람이 30여명이나 됐다. 그러나 경무와 관순만은 기주를 차마 버리고 갈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은 서로 의논하고 가만히 성 밖에 복병을 배치하고 원소가 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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