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버트 뮬러 특검이 지난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측과 러시아의 공모 혐의를 찾지 못한 것으로 결론 내면서 미국 정치권의 희비가 갈렸다. 사진은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장이 지난 2월 5일(현지시간) 국정연설을 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보고 있는 모습. (출처: 뉴시스)
미국 로버트 뮬러 특검이 지난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측과 러시아의 공모 혐의를 찾지 못한 것으로 결론 내면서 미국 정치권의 희비가 갈렸다. 사진은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장이 지난 2월 5일(현지시간) 국정연설을 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보고 있는 모습.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미국 로버트 뮬러 특검이 지난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측과 러시아의 공모 혐의를 찾지 못한 것으로 결론 내면서 미국 정치권의 희비가 갈렸다.

지난 22개월의 수사 기간 뮬러 특검을 ‘악당’으로 특검팀을 ‘성난 민주당원’으로 부르며 특검 수사를 비난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 면죄부’를 받으며 반전의 기회를 가지게 됐으나 수사결과가 나오기만을 고대한 민주당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격’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은 즉각 이번 수사 결과를 내세우고 ‘맞불 특검’까지 거론하며 대대적 반격에 나섰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특검 수사와 관련한 질문에 “매우 매우 나쁜 일들을 한 사람들이 저 밖에 있다. 우리나라에 대한 반역적 처사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바라건대 우리나라에 그러한 해를 끼친 사람들은 분명히 수사받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대상을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특검 수사를 독려하거나 수사에 협조한 이들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공화당 소속 린지 그레이엄 상원 법사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 스캔들 수사가 시작된 근원에 대해 특검 실시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그는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의 상대였던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캠프는 물론 그 당시 트럼프 캠프 외교고문이던 카터 페이지에 대한 감시영장 발부를 들여다볼 때라고 강조했다.

당시 연방수사국(FBI)은 해외정보감시법(FISA)에 따라 감시영장을 발부받는 데 민주당 쪽이 자금을 댄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트럼프 X파일’을 사용해 논란이 됐다. 이 X파일을 토대로 FBI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와 특검 수사가 시작됐다.

상원을 장악한 공화당도 특검보고서를 빨리 전면 공개해야 한다는 민주당의 요구에 맞서 반격을 더했다.

공화당 소속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특검보고서의 신속한 전면 공개를 위해 결의안을 통과시키자는 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앞서 하원은 지난 14일 특검보고서의 전체 내용을 일반에 공개하는 결의안은 찬성 420표, 반대 0표로 가결했다. 민주당은 당시 같은 결의안을 상원에서도 만장일치로 채택하자고 제안했으나 그레이엄 의원의 반대로 표결하지 못했다.

트럼프 진영은 즉각 이번 수사 결과를 재선 캠페인의 핵심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은 2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어 ‘마녀 사냥’을 둘러싼 ‘싸움’은 끝이 아니라 이제 겨우 시작”이라며 이번 특검 수사 결과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선거운동의 슬로건이자 주요 무기가 됐다고 보도했다.

초반 승기를 잡았다고 자신하는 트럼프 진영과 달리 민주당 안팎에서는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민주당은 지난 2년 가까이 뮬러 특검 보고서를 간절히 기다렸지만, 이번 수사결과로 모든 것이 크게 달라졌다. 민주당은 이제 완전히 다른 정치적 현실을 마주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WP는 “탄핵론은 현재로선 아예 논외가 돼버렸다”며 민주당이 벼르고 있는 의회 조사권 발동의 경우도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 대해 어떤 목적을 갖고 밀어 붙이냐를 정하는 게 쉬운 문제는 아니라고 전했다. 이어 “뮬러를 철석같이 믿었던 민주당은 그가 왜 그랬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전날 뮬러 특검팀은 지난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 측과 러시아 간 공모 사실을 찾지 못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 방해 의혹에 관해서는 유무죄 판단을 유보했다는 내용의 수사결과 보고서 요약본을 제출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