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안현준 기자]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번영포럼 창립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1.1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번영포럼 창립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1.1 

야당, 과거 논란 발언 겨냥 ‘맹공’

천안함 질의에 金 “북한 소행”

정진석 “정신상태 ‘노말’ 않다”

원혜영 “남북관계 최고 전문가”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26일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김연철 후보자의 자질을 둘러싼 공방으로 달아올랐다.

도마에 오른 것은 김 후보자의 과거 발언이었다. 이날 자유한국당 등 야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가 통일 문제를 비롯한 각종 정치현안에 대해 과격한 표현으로 의견을 개진해온 점을 들어 ‘자질 미달 후보’로 혹평한 반면 여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를 ‘통일 전문가’로 평가하며 옹호하는 데 주력했다.

먼저 한국당 의원들의 맹공이 불을 뿜었다. 과거 “천안함 폭침은 북한 소행이 아니다” “사드 배치하면 나라 망한다” “대북 제재는 비핵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등의 발언을 한 점을 문제로 삼았다.

원유철 의원은 김 후보자의 과거 글이나 발언 중에서 논란이 됐던 부분을 언급하며 해명을 요구했다. 그는 김 후보자가 “천안함 폭침은 북한 소행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던 점을 언급하고 “오늘은 천안함 폭침 9주기가 되는 날이다. 조국 영해를 수호하다가 산화한 해군 용사들이 이 현장을 보고 있을 것이다. 후보자는 천안함 폭침의 누구의 소행이라고 생각하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천안함은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했다”며 희생 장병들에 대해 “비극적 죽음에 대해선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의 정치 현안 발언도 집중 비판을 받았다. 정진석 의원은 김 후보자가 국내 각종 정치 관련 현안에 대해 원색적인 표현으로 SNS 등에 의견을 개진했던 점에 “지금 이 자리는 장관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을 검토하는 자리인데, (후보자) 본인은 장관 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결론”이라며 “세상을 향해 내뱉는 언사가 지식인이나 대학교수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수준”이라고 맹비난했다. 정 의원은 “통일, 남북 문제를 연구하는 분이 모든 정치 현안에 대해 의견 개진하고 주목을 끌려고 하는지 후보자 정신상태가 ‘노말’하다고 보지 않는다”며 “이런 후보자를 어찌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느냐”고 날을 세웠다.

같은 당 김무성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친북주의자인 김 후보자를 지금 시점에서 발탁한 것은 미국과 달리 역주행을 하겠다는 의도”라고 했다. 김 후보자가 자신의 논문 서적과 강연, 칼럼에서 논란이 됐던 표현에 대해 사과하며 사실상 입장을 바꾼 점에 대해서도 “그동안 소신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대통령의 지명에 대한 예의 아니냐”고 꼬집었다.

바른미래당 정병국 의원은 금강산 피격 사건은 북한군의 우발적인 경고 사격에 따른 것이란 김 후보자의 저서 ‘70년의 대화’ 내용 중 일부를 읽고 “당시 우리 정부 측 발표를 보면 북한 측 조준 사격으로 피살된 것이라고 했다. 후보자 책 내용대로라면 우발적 사고라는 것이다. 그 당시 정부 발표를 부정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김 후보자는 해당 내용에 대해 “합동조사단 발표와 사업자(현대아산)의 발표를 참조해서 쓴 것”이라고 했다.

이에 정 의원은 “이거야말로 북한 대변인이다. 어떻게 북한군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느냐”며 “통일 정책과 남북 정책을 총괄하는 장관으로서 가능한 일인가”라고 질타했다. 또한 김 후보자가 고(故) 박왕자씨 피살 사건을 ‘통과의례’라고 표현했던 점에 대해서도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신청했던 박왕자씨 아들 방재정씨의 음성을 공개하기도 했다. 방씨는 녹음에서 피살 사건에 대해 “첫 번째는 진상규명이고, 두 번째는 재발 방지”라며 “저는 이 사건이 미제 사건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할 사건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간 (김 후보자에 대해) 언론에서 나왔던 일들은, 어떤 사고와 의식을 가지고 말씀하셨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저의 어머니 일을 처리해나갈지 궁금하다”고 했다.

박왕자씨 아들의 질문에 답하라는 요구에 김 후보자는 “유족에 대해선 다시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이런 비극적 사건은 재발 방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야당 의원들의 공세에 맞서 여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에 대해 ‘이념에 치우치지 않은 남북관계 전문가로서 대북정책을 주도할 적임자’로 평가하며 방어막을 쳤다. 특히 김 후보자의 전문성을 부각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의원은 김 후보자에 대해 “이념에 갇혀있지 않고 현실과 현장을 중시한다”며 “그것을 기반으로 (통일부 장관) 직책을 맡아서 창조적이고 적극적이고, 대북관계와 비핵화 해법 마련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원 의원은 특히 김 후보자가 박정희 정부와 전두환 정부 등 보수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점을 거론하고 “후보자가 편향적 이념에 사로잡혔다면 과거 정부의 사업들을 전면적이고 다각적으로 평가하기는 힘들다”고 했다.

원 의원은 또 “(김 후보자는) 대북정책의 역사를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며 “성공과 실패 역사를 교훈으로 삼아 남북관계 발전과 공동번영을 추진할 최고의 전문가”라고 했다.

같은 당 이석현 의원은 “김 후보자의 청문 자료를 받아보고 깜짝 놀랐다. (인사 배제 기준) 7가지 중 어느 하나에도 해당하지 않는 깨끗한 후보라고 생각했다”며 장관으로서의 역량에 대해서도 “남북관계를 투철하게 연구해온 사람이 또 있을까 한다. 통일부 장관으로서 천연 다이아몬드 같은 사람”이라고 김 후보자를 치켜세웠다.

그러나 여당 의원들도 김 후보자가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표현으로 논란을 자초했다는 점에선 야당 의원들과 인식을 같이했다. 김 후보자는 “그 부분에 대해선 깊이 반성한다. 인간적으로 좀더 성숙한 표현을 쓰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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