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제목부터 읽어 보자. 훈민정음을 뚫고 일본의 국화(國花)가 피어오르는 장면이 떠오를 것이다. 결코 유쾌한 상상은 아니다. 현실은 더 불쾌하다. 한글과 일본어의 동거(?)로 만들어진 단어가 알게 모르게 일상생활에서 툭툭 튀어나온다. 하나하나 지적하면 글에 손도 못 댈 지경이다.

30년간 일본어 공부를 한 저자는 우리말 속에 흉물처럼 남아 있는 일본말 찌꺼기의 유래와 다양한 쓰임새를 밝히고 있다. 부산외대 김문길 교수에 따르면 우리가 학창시절 자주 들었던 ‘수우미양가’는 과거 사무라이들이 적군의 목을 많이 베어오는 정도에 따라 매긴 용어다.

우리가 흔히 듣고 쓰는 말 중에 ‘고객’이라는 단어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고객’은 일본에서 온 말이다. 저자에 따르면 정확한 기록은 찾기 쉽지 않지만 백화점이나 유통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고객’이라는 말을 수입해 왔다고 한다. ‘물류’ ‘택배’ 등도 30년 전만 해도 생소한 말이었다.

우리나라 토박이말처럼 보이는 일본어도 있다. 신기할 따름이다. ‘고바위’라는 단어인데 일어로는 ‘코우바이’다. 우리말 언덕배기를 가리키는 말이다. 저자는 도로변에 약간 낮은 둔턱인 턱, 턱보다 좀 더 높은 언덕, 비탈, 고개, 꼭대기 등 높이를 나타내는 우리 말이 많이 있는데 굳이 고바위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꼬집는다.

‘신토불이’도 일본에서 온 말이라면 믿을까? 우리나라 농협에서 쓰기 시작한 말이라는 설도 있지만 이 말은 일본에서 유래했다. 1907년 일본의 육군 약제감 이시즈카가 식양회를 만들면서 처음 사용했는데, 식양회는 식사를 통해 건강을 지키자는 취지로 만든 단체다.

이때 ‘자기 고장의 식품을 먹으면 몸에 좋고 남의 고장 것은 나쁘다’는 의미로 신토불이가 쓰였다는 것이다. 그것을 1989년 당시 한호선 농협 회장이 한국에 가져왔다는 것이다. 사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불교 불전에도 나온다. ‘몸과 흙은 본래 두 가지 모습이 아니다’라는 뜻.

책은 이외에도 ‘달인’ ‘전지훈련’ ‘진면목’ ‘마사토’ ‘보루’ 등과 같이 평소에 자주 쓰는 일본식 단어의 유래를 짚고 있다.

이윤옥 지음 / 인물과사상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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