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사법농단’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보석 심문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2.26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사법농단’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보석 심문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2.26

첫 공판준비기일 시작

검찰수사기록만 20만쪽

본 재판 4월 말 가능성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첫 재판이 25일 열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는 25일 오전 10시 양 전 대법원장 등 이들 3명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연다.

검찰이 공소의 핵심내용을 설명하고 피고인이 혐의별로 입장을 나타내 향후 원활한 재판을 위해 유무죄 입증에 대한 쟁점을 정리하는 절차다. 피고인이 출석할 의무는 없다.

양 전 대법원장에 적용된 혐의는 직권남용, 직무유기, 위계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공무상비밀누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 등 손실 등 47개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 지도부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소송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관련 행정소송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 사건 형사재판 등에 부당하게 개입한 것으로 판단했다.

상고법원 도입과 법관 해외파견 등 양 전 대법원장이 주요 계획에 청와대와 외교부의 협조를 얻으려는 목적으로 이같이 범행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박병대 전 대법관(왼쪽)과 고영한 전 대법관 (출처: 천지일보DB)
박병대 전 대법관(왼쪽)과 고영한 전 대법관 (출처: 천지일보DB)

반면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이 핵심 동기라 지적한 상고법원 도입에 대해 “위법을 감수할 정도의 목표가 아니었다”고 부인하고 있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 소송도 애초 본인이 심리한 사건이 아니라 그 뒤의 소송 경과나 재판을 바라보는 정부 측 반응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일본 기업을 대리한 김앤장 변호사를 면담한 것을 두고도 짧은 환담만 했고 사건 관련 이야기는 나눈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검찰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적용한 것도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사법부엔 법관의 재판 독립을 해칠 ‘상하관계’가 없고, 재판에 대한 직무상 명령권도 없다는 입장이다.

박·고 전 대법관도 이와 비슷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재판이 본 재판에 들어가기 위해선 많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검찰 수사 기록이 20만쪽에 달하는 만큼 변호인들이 관련 내용을 검토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2~3차례 공판준비기일을 더 거친 뒤 빨라야 4월 말에 정식 공판기일이 진행될 거란 관측이다.

다만 검찰은 1심 구속 만기가 6개월인 점을 고려해 빠른 재판 진행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또 부장검사들이 직접 공판도 담당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이번 재판을 중요하게 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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