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마포구 운전면허시험장 고령운전자 면허갱신(출처 : 뉴시스)
서울시 마포구 운전면허시험장 고령운전자 면허갱신 (출처 : 뉴시스)

 서울 마포구 ‘고령운전자 교육장’ 
“노인만 책임?… 생계권 보장해야”

[천지일보=이수정 인턴기자] “아직 난 운전에 아무 지장이 없는데 고령운전자 교육을 받으라고?”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부운전면허시험장에서 만난 이응수(가명, 80, 남, 경기도 일산)씨는 ‘고령운전자 교육장’이라고 적힌 교실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실소를 터트리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이곳에서는 70대 중반을 넘긴 고령운전자들의 면허 갱신 여부에 영향을 주는 기초인지능력 진단이 실시되고 있었다. 기초인지능력 진단은 ▲선 잇기(숫자, 요일, 계절 혼합) ▲교통표지판 변별검사 ▲방향표지판 기억검사 등 7가지로 구성돼 있다. 이씨 외에도 다수의 고령 운전자들이 방문한 교육장 내부에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고령화시대를 코앞에 두고 있는 이때, 도로에도 고령운전자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사고 또한 급증하는 분위기다.

실제 지난해 10월 국토교통부와 도로교통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3년 1만 7590건에서 2017년 2만 6713건으로 5년 사이 51.9%나 증가했다. 고령 운전자들의 운전이 위험한 이유로는 주행 중 반응속도가 느리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2월에도 96세 고령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보행자가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고령 운전자에 대한 운전 적성검사를 더욱 철저히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사회 곳곳에서 터져 나온 바 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부운전면허시험에 설치된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베너 ⓒ천지일보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부운전면허시험에 설치된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베너 ⓒ천지일보

사회에서는 이러한 우려에 반응하고 있는 분위기다. 올해부터 만 75세 이상 고령운전자는 교통안전의무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면허 취득과 갱신이 가능하다. 면허 갱신 등 주기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됐다. 국토교통부 경찰청은 연내 ‘고령자 교통안전 종합대책’을 마련하기로 하고 인지능력 저하가 확인된 고령운전자에 대해서는 고속도로 주행을 제안하는 방안까지도 검토하고 있다.

이 외에도 서울시에서는 지난 15일부터 10만원 교통카드 인센티브를 내걸고 ‘고령자 운전면허 자진반납’ 제도를 실시했다.

이 가운데 이날 기자가 만난 고령운전자들은 고령운전자들로 인한 교통사고 위험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정부가 고령운전자의 운전을 강제로 제한하려 하는 것 같다며 우려를 보였다.

교육장을 찾은 박원식(77, 남, 서울시 마포구)씨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데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면허증을 반납하라고 하게끔 하고 운전을 제한하니 참 씁쓸하다”며 “정부에서는 이런 대책들 말고 고령운전자들이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는 없는 건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내와 함께 교육장을 방문했다는 김춘식(79, 남)씨도 “일부 사고로 노인에게만 책임을 묻는 사회가 많이 아쉽다”며 “운전문제는 국가에서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생계를 위해 운전을 하는 노인들의 경우에는 그 우려가 더욱 큰 모습이었다. 올해로 택시기사 30년차인 김두식(73, 남, 서울시 도봉구)씨는 “만약 운전을 못하게 되면 생계를 이어갈 수가 없다”면서 “생계 보장 대책도 없이 면허증 반납하는 분위기를 조장하면 운전 하지 말라는 것인데 그럼 뭘 먹고 살아야 하냐”고 토로했다.

이어 “고령층이 내는 일부 사고 때문에 모든 고령층들을 그런 선입견을 가지고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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