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인도의 시성 타고르는 한국을 가리켜 ‘동방의 빛이 되리라’고 노래했다. 1929년 4월 2일자 동아일보 창간 기념 특집호에 타고르의 시는 영문으로 실린다. 일제 치하에서 억압받고 있던 한국을 왜 이렇게 바라본 것일까.  

`일찍이 아세아의 황금시기에 / 빛나던 등촉의 하나인 조선/ 그 등불 한 번 다시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In the golden age of Asia. Korea was one of its lamp-bearers. And that lamp is waiting. to be lighted once again. For the illumination in the East).’

타고르는 동방의 사상과 문화에 대한 대단한 긍지를 갖고 있었다. 그가 1917년 펴낸 민족주의(Nationalism)라는 저서에서도 동방의 빛을 언급한다.

“동방에서 영원한 빛이 다시 빛날 것이다. 동방은 인류역사의 아침 태양이 태어난 곳이다. 아시아의 가장 동쪽 지평선에 이미 동이 트고 태양이 떠오르지 않았다고 누가 확신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나는 나의 선조 현인들처럼 다시 한 번 온 세계를 밝힐 동방의 일출에 경의를 표한다.”

타고르의 고향 인도도 당시에는 영국의 식민지였다. 일제에 의해 강점당한 동병상련 한국, 그러나 전통이 살아있는 작은 나라에 대한 미래의 희망을 노래한 것인가. 서구 침략자들에게 억압을 받던 시기 타고르의 시는 폭력에 대한 문화적 저항이었던 것이다. 

빛나야 할 동방은 지금 역사상 가장 위기를 맞고 있다. 타고르가 동방의 빛이라고 추켜세웠던 한반도, 그가 가장 애착을 가지고 있던 중국 대륙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타고르의 조국 인도와 인접국 파키스탄은 핵무기를 앞세워 분쟁을 거듭하고 있다. 언제 핵전쟁이 일어날지 모르는 위기가 감돈다.

한반도는 북한의 핵 보유와 함께 세계적 위기를 몰고 있다. 미국과 북한은 북한의 핵 보유를 놓고 힘겨운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핵을 보유하려는 북한과 이를 인정하지 않는 미국과 유엔 국제사회의 견제가 지금 충돌하고 있다. 인류멸망의 단초가 여기서부터 생길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북한은 며칠 전 일방적으로 개성연락사무소에서 철수했다. 

타고르가 예언한 동방의 빛은 이런 극한 적인 상황까지 오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게다. 한국은 지금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민심을 두 동강으로 갈라놓고 있다. 정치력은 상실되고 분노와 복수, 증오만 팽창할 뿐이다. 어떤 과오든 전 정권과 현 정권의 책임 전가에 급급하며 사생결단식 언어만 남발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차기 권력에 대한 집착이 만들어 내는 카오스다. 왜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인가.

사회는 어떤가. 팽배한 배금주의가 빚은 살인과 폭력이 난무한다. 전근대적 권력과의 성 접대 등 유착관계는 낯이 뜨거울 정도다. 사업 실패로 빚에 쪼들리는 가장들은 천륜마저 저버리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 한말 우국지사들이 지금 다시 태어난다면 어떤 말을 했을까. ‘오호 통재라~ 빛을 잃은 대한민국이여’라고 하지 않았을까.  

대통령은 대통령다워야 한다. 장관은 장관답고, 국회의원은 국회의원다워야 한다. 국민은 국민다워야만 한다. 모두가 자신을 뒤돌아보고 다시 옷깃을 여며야 한다. 

동방의 빛이 되려다 어둠속을 헤매는 대한민국이 돼서는 안 된다. 인도에 있는 타고르 박물관에 한국실이 만들어진다는 보도가 있어 적어본 소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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