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게이트’가 점입가경이다. 단순 폭행에서 시작된 사건이 이젠 눈덩이처럼 불어나다 못해 지축을 뒤흔들고 있다. 성접대 알선 의혹, 성관계동영상 불법촬영 논란에 급기야 경찰 최고위급 간부 연루설까지 돌면서 권력형 비리로 비화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나날이 늘어가는 버닝썬 관련 범죄 혐의들을 정리해봤다.

배우 박한별(35) ⓒ천지일보
배우 박한별(35) ⓒ천지일보

‘버닝썬 게이트’ 혐의⑤: 경찰 유착

 

최초 신고자 김상교, 버닝썬-경찰 유착 의혹 제기

승리·정준영 카톡방에서 ‘경찰총장’ 존재 언급 확인

경찰 고위급 연루 의혹에 여론 폭발… 경찰 ‘흔들’

文대통령 “경찰 조직 명운 걸고 진상 규명” 지시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배우 박한별(35)이 23일 남편인 유리홀딩스 대표 유인석(35)씨의 경찰 유착 의혹과 관련한 조사를 받았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박한별이 이날 오전 7시부터 3시간가량 참고인 신분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고 밝혔다.

박한별이 경찰 조사를 받은 것은 남편 유 대표와 함께 이른바 ‘경찰총장’으로 지목된 윤모 총경과 함께 골프를 치고 식사를 함께하는 등 친분을 맺고 유착 관계를 형성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경찰 유착 논란은 그야말로 버닝썬 게이트의 핵심이다. 몇몇 연예인들의 개인적 범죄가 아닌 돈과 힘이 결합된 권력형 비리로 의심받으면서 모든 이목이 한 순간에 집중됐다. 여론은 빅뱅의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 29)와 가수 정준영(30) 등 스타들의 심각한 도덕적 헤이가 경찰 유착이라는 뒷배 없이 가능했겠냐는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경찰 유착 의혹은 버닝썬 사건의 최초 신고자 김상교(28)씨로부터 제기됐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24일 당시 방문한 클럽 버닝썬에서 성추행을 당하던 여성을 목격했다. 그 여성이 김씨를 잡고 숨으려고 하자 김씨는 해당 여성을 보호하기로 했고, 그러다 이 클럽 이사 장씨 등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버닝썬 폭행 신고자’ 김상교씨(29)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피고발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던 중 생각에 잠겨 있다. ⓒ천지일보 2019.3.1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버닝썬 폭행 신고자’ 김상교씨(29)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피고발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던 중 생각에 잠겨 있다. ⓒ천지일보 2019.3.19

이에 김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도리어 신고자인 자신을 제압하고 체포했다는 것이 김씨의 주장이다. 당시 출동한 서울 강남경찰서 역삼지구대 경찰관들은 김씨를 연행하는 과정에서 김씨를 폭행했던 클럽 관계자나 목격자 등은 확보하지 않았다. 그리곤 그에게 클럽의 보안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의 행동이 석연치 않다고 판단한 김씨는 자신의 주장을 담아 지난해 12월 14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게시했다. 또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서울 강남경찰서 역삼지구대 폐쇄회로(CC)TV 폭행 영상을 올렸다.

이때부터 언론들이 취재에 들어가기 시작했고, 올해 1월 28일 MBC ‘뉴스데스크’에서 김씨가 클럽 직원들에게 폭행당하고 역삼지구대 안에서도 경찰관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하는 듯한 영상을 보도하면서 버닝썬 게이트의 서막이 올랐다.

이후 한겨레에서 버닝썬 투자사의 대표 최모씨가 강남경찰서의 경찰발전위원이었다는 보도, MBC에서 버닝썬 측이 미성년자 출입 사건을 무마하려고 경찰에 돈을 건넸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이번 사건에 경찰이 연루돼 있다는 여론의 의심은 점차 확신으로 바뀌었다.

앞서 지난해 7월 클럽 버닝썬에 미성년자가 출입한 사건이 발생하자 이성현 버닝썬 공동대표는 전직 경찰이자 화장품업체 대표인 강모씨에게 이를 무마해주는 조건으로 2000만원을 전달했다. 이를 무마강씨의 화장품회사는 론칭 파티를 버닝썬에서 할 예정이었다.

빅뱅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 29)와 가수 정준영(30) 등이 함께 있는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참여자들이 이른바 ‘경찰총장’을 언급하고 있다. (출처: SBS)
빅뱅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 29)와 가수 정준영(30) 등이 함께 있는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참여자들이 이른바 ‘경찰총장’을 언급하고 있다. (출처: SBS)

유착 논란에 정점을 찍은 것은 이른바 ‘경찰총장’ 언급이었다. 지난 2016년 승리와 정준영 등이 함께 있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경찰총장’이 뒤를 봐주고 있다는 취지의 대화를 나눈 것으로 확인됐다.

버닝썬 직원이기도 했던 김모씨는 “어제 (유)인석형이 경찰총장이랑 문자한 것도 봤는데 누가 찌른 것도 다 해결될 듯ㅎㅎ”이라는 메시지를 전송했다. 이는 다른 업소에서 유 대표와 승리가 공동설립한 ‘몽키뮤지엄’ 내부를 찍어 관계당국에 알린 것을 두고 그들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경찰 인사가 문제를 처리해줄 것이란 의미였다.

경찰총장이란 자리는 존재하지 않지만, 경찰이 버닝썬의 뒤를 봐주고 있다는 의혹이 팽배한 상황에서 경찰 고위급 인사를 연상시키는 발언이 공개됐다는 자체가 어마어마한 파장을 불렀다.

경찰총장에 대한 정보도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한 민갑룡 경찰청장이 긴급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먼저 공개한 것이었다.

앞서 국민권익위원회에 처음 승리의 성접대 의혹 카톡 대화방 내용을 전달한 방정현 변호사는 11일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처음 자료를 확인한 뒤 경악했다”며 “자료를 다 보고 나서 제가 느낀 건 한국형 마피아, 대한민국에서 사실 지금 이런 일들이 벌어질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놀랐다”고 밝힌 바 있다.

FT아일랜드 최종훈의 음주운전 사건을 두고 최종훈을 비롯해 빅뱅 승리, 가수 정준영, 유인석 유리홀딩스 대표 등이 경찰 유착 의혹이 의심되는 대화를 나누고 있다. (출처: SBS)
FT아일랜드 최종훈의 음주운전 사건을 두고 최종훈을 비롯해 빅뱅 승리, 가수 정준영, 유인석 유리홀딩스 대표 등이 경찰 유착 의혹이 의심되는 대화를 나누고 있다. (출처: SBS)

경찰조직에 대한 불신은 하늘을 찔렀고, 이는 중앙행정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도 마찬가지였다. 권익위가 방 변호사에게 건네받은 카톡 대화 자료를 지난 11일 경찰이 아닌 대검찰청에 직접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유착이 의심되는 카톡 대화는 경찰총장 언급이 끝이 아니었다. 2016년 3월 FT아일랜드의 멤버 최종훈은 “저는 다행히 인석형 은혜 덕분에 살았습니다”란 메시지를 남긴다. 최종훈은 그 즈음 음주운전이 적발돼 경찰 조사를 받아야 했다.

이에 정준영은 “이번에 (신문) 1면에 날 수 있었는데”라고 말했고, 다른 참여자들은 “대서특필 감이었다” “유명은 해질 수 있었지” 등 한마디씩 거들었다.

그러자 최종훈은 “내가 왜 기사가 나. 얼마나 조용히 처리했는데”라고 반박했고, 승리는 “다음 음주운전은 막아줄 거란 생각 말아라. 인석형이 자기 돈 써서 입 막아줬더니”라고 적었다. 그들 스스로 사건을 막기 위해 경찰과 부적절한 무엇인가가 있었다고 시인한 셈이다.

하지만 승리와 유 대표 등은 이 모든 게 허풍·농담이었다고 말했다.

승리 몰카 카톡 보도에 박한별·유리홀딩스·승리 연예인 실검 등장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승리 몰카 카톡 보도에 박한별·유리홀딩스·승리 연예인 실검 등장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승리는 지난 19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경찰총장’이라고 쓴 것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바보들끼리, 친구들끼리 허풍 떨고 허세 부린 것”이라며 “이런 것들이 탈세, 경찰 유착이라는 여론으로 만들어졌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유 대표 역시 “(경찰총장으로 지목된) 윤 총경을 형으로 따르며 식사도 함께 하고 골프도 치며 가르침을 받은 것이 전부”라면서 “‘경찰총장’ 언급을 하며 마치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을 듯이 카톡상에서 말했다. 저와 제 지인들의 수준이 그 정도뿐이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몽키뮤지엄’ 단속 당시에 윤 총경과 유착이 없었고, 최종훈이 음주운전을 벌인 시점엔 윤 총경과 아는 사이도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유 대표는 부인 박한별과 최종훈 등과 함께 윤 총경과 골프를 치며 친목을 다졌고, 최종훈은 윤 총경 부인인 김모(48) 경정에게 K팝 공연 티켓을 마련해주기도 했다.

이밖에도 승리는 일반인은 대여할 수 없는 경찰정복을 입고 ‘셀카’를 찍은 의혹, 정준영의 2016년 성관계 몰카 사건 당시 경찰이 그의 휴대전화를 맡은 업체에게 포렌식이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서를 써달라고 했다는 의혹 등 경찰과 버닝썬 관련자들과의 연관성은 끝도 없이 이어졌다.

FT아일랜드 최종훈(왼쪽)과 가수 정준영. ⓒ천지일보 2019.3.24
FT아일랜드 최종훈(왼쪽)과 가수 정준영. ⓒ천지일보 2019.3.24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버닝썬 사건 등과 관련해 “검찰과 경찰 지도부가 조직의 명운을 걸고 진상을 규명하라”고 지시했고,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튿날 “경찰관의 유착 비리가 사실로 밝혀지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벌에 처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총력 수사를 결의한 경찰은 서울지방경찰청장 차장을 책임자로 광역수사대를 비롯해 지능범죄수사대, 마약수사계, 사이버수사대 등 16개팀 152명 규모의 합동수사팀을 꾸렸다.

하지만 지금까지 유의미한 결과는 얻지 못하고 있다. 전직 경찰 강씨를 구속하고 윤 총경 등 현직 경찰 6명을 입건한 것 외엔 별다른 성과가 없다. 과연 경찰이 ‘시민의 지팡이’로서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할 결과를 내놓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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