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처: 연합뉴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처: 연합뉴스)

당시 관계자 “청와대 전화 받아”

사건 뒤 경찰 인사 수상한 정황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성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에 대해 6년 전 ‘경찰 수사 외압설’이 점점 힘을 얻고 있는 모양새다.

KBS는 23일 당시 김 전 차관 사건 초반까지 경찰청에 근무했던 수사 관계자를 인용해 경찰이 김 전 차관 의혹 관련 첩보를 확인한 직후인 2013년 3월 초 경찰청 수사국장이 “청와대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며 부담감을 토로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경찰이 정식 수사에 들어가기도 전에 청와대에서 연락이 먼저 온 것이다. 당시 경찰은 김 전 차관이 등장하는 성관계 동영상 관련한 첩보를 본청 범죄정보과 단계에서 확인한 정도에 불과했다. KBS는 그 이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이 경찰청을 방문해 청와대 의중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그해 3월 13일 청와대는 대전고검장이던 김 전 차관을 법무부 차관으로 지명했다. 이틀 뒤 취임한 김 전 차관은 자신을 둘러싼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언론에 실명이 오르내리자 부임 6일 만인 21일 자진 사퇴했다.

경찰에도 풍파가 있었다. 같은 달 15일 김기용 당시 경찰청장이 옷을 벗었다. 청장이 사의를 밝힌 후 4월 첫 인사에서 당시 수사라인이 모두 바뀌었다. 본청 최고 수사책임자인 수사국장(치안감)부터 수사기획관(경무관), 수사 실무부서장이던 범죄정보과장과 특수수사과장(총경)이 모두 교체됐다.

총경 이상 경찰공무원 임용권한은 대통령에게 있다. 일반적으로 1년 정도 지나면 보직이 변경되고, 상황에 따라 이보단 일찍 전보될 수 도 있다. 그러나 당시 수사라인 전면 교체에선 수사기획관같이 불과 4개월 만에 경찰청 부속기관으로 사실상의 ‘좌천’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경찰 내외에서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임기 초반 고위직 인사에서 경찰 수사로 인해 곤욕을 치르자 경찰을 ‘혼내주기’ 위한 물갈이가 아니었는지 의심이 가득했다. 민정수석실 핵심 인사가 경찰에 불쾌감을 표출했다는 얘기도 파다했다는 전언이다.

다만 수사 실무진에까지 관련 압력이 미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4개월여 동안 수사를 벌여 그해 7월 김 전 차관을 ‘성접대’가 아닌 ‘성폭행’ 혐의(특수강간)를 달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김 전 차관 사건을 무혐의로 결론 냈다.

수사 이후 단행된 인사 면면도 들여다봐야 한다는 얘기도 엿보인다. 수사를 총괄하는 자리인 수사국장에 2번 연속 사법고시 특채 출신이 임명된 것이다. 검찰 출신이 많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경찰 수사라인과 접촉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김 전 차관 수사에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실무를 총괄했던 당시 경정급 경찰관은 사건을 검찰에 넘긴 직후 수사현장에서 밀려났다.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에 생채기를 낸 그를 두고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풍문이 계속 돌았다고 전해진다. 그는 정권이 바뀌고서야 총경으로 승진했다.

현재 검찰 과거사위의 활동과 연일 계속되는 언론보도에 김 전 차관 사건 재수사의 길이 열리면서 당시 외압 여부에 관련해 증언이 쏟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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