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AP/뉴시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8일(현지시간)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의 단독 회담을 마치고 회담장 주변을 거닐며 얘기하고 있다.
【하노이=AP/뉴시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8일(현지시간)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의 단독 회담을 마치고 회담장 주변을 거닐며 얘기하고 있다.

[천지일보=이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추가제재 전격 철회 지시는 북미협상 교착 상태를 ‘톱다운식’으로 타개하려는 강력한 의도로 보인다.

정부 차원의 대북제재 발표를 대통령이 철회한 사례는 찾기 어려울 정도로 이례적이다.

북한이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인력 철수로 강수를 둔 가운데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로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강 대 강 대치를 이어온 북미 교착상태가 새 국면을 맞을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재무부가 오늘 기존 대북제재에 추가적 대규모 제재를 더한다고 발표했다”면서 “나는 오늘 이런 추가 제재의 철회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재무부가 중국 해운사 2곳 등에 대한 대북 추가제재를 발표한 것은 하루 전인 21일이다. 미 언론들은 재무부가 전날 대북 관련 제재를 발표한 이후 이날 추가로 발표한 제재는 따로 없었던 점 등을 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날짜를 잘못 말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 대해 입을 연 것은 지난 14일 밤(현지시간) 북한이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앞세워 핵·미사일 실험 중단 가능성을 열어두고 ‘협상중단 검토’를 선언한 이후 8일 만이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재무부의 추가 대북제재 철회 결정을 내린 데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톱다운 차원의 협상 동력을 계속 유지해나가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워싱턴포스트(WP)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깜짝 발표’에 대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비롯, 고립된 김정은 정권에 대한 경제적 징벌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행정부 인사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핵 협상을 구해내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다만 전날 북한의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철수 결정이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 철회를 결정적으로 이끌어냈는지는 미지수다.

북한의 남북연락사무소 철수 결정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 협상 궤도 이탈을 막기 위해 달래기에 나섰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북한의 결정 자체가 협상의 판을 깰 정도의 중대 신호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북한의 태도 변화와 관련 추가 정보를 고려해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 철회에 나선 게 아니냐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대북제재 철회 결정은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빚어지는 트럼프 행정부 내 파열음까지 노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날 재무부는 중국 해운사를 제재하는 동시에 국무부 및 해안경비대와 함께 북한의 불법 해상거래 주의보를 갱신했다. 볼턴 보좌관도 이와 관련 “모두가 북한의 제재 회피에 연루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활동을 재검토하라”는 트윗까지 올렸다.

이에 제재 발표 주체였던 재무부는 물론 백악관 등 정부 인사들까지 당혹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WP는 “북한 정권에 대해 보다 강경한 태도를 요구해온 최고 참모들과의 균열을 보여주는 것인 동시에 백악관의 대언론 메시지 전략의 실패를 드러낸 대목”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애매모호한 트윗 표현으로 예정된 제재를 취소함으로써 혼란을 촉발했다. 행정부 내의 정책적 이견에 의해 촉발된 혼란이 대통령의 불분명한 트윗으로 가중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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