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에서 열린 제5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원희 현대차 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제공: 현대자동차) ⓒ천지일보 2019.3.22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에서 열린 제5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원희 현대차 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제공: 현대자동차) ⓒ천지일보 2019.3.22

엘리엇 제안, 표결서 모두 패배

정의선, 명실상부 ‘현대차 대표’

[천지일보=김정필 기자]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가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에 완승을 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은 이사회에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정몽구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3세 경영’의 출발을 알리며 명실상부한 그룹의 수장이 됐다.

◆엘리엇, 현대차그룹에 완패

이날 현대차와 모비스가 배당안과 사외이사 선임안을 놓고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과 벌인 주주 투표 대결에서 모두 압승을 거뒀다. 지난해 5월 엘리엇의 제동으로 지배구조 개편안이 무산됐었지만 10개월 만에 재개한 이번 주총 대결에서는 현대차가 엘리엇을 눌렀다.

또 엘리엇은 올해 1월 현대차에 주주제안을 보내 주당 2만 1967원을 배당하라고 요구했다. 배당 총액 기준 4조 5000억원, 우선주 배당까지 고려하면 배당 총액이 약 5조 8000억원에 달한다. 반면 현대차 이사회 배당안은 주당 3000원이다.

모비스에는 보통주 주당 2만 6399원, 우선주 주당 2만 6449원의 배당을 요구했다. 배당 총액은 2조 5000억원에 달한다. 모비스 이사회 안은 주당 4000원이었다.

배당에 대한 서면표결에서도 현대차 이사회 방안은 86.0%의 찬성률을 거둬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엘리엇 제안에는 13.6%만 찬성했다. 모비스 주총에서도 배당과 관련해 주주 69%가 모비스 이사회가 제안한 배당안에 찬성했고 엘리엇 제안에는 11%만 찬성하는데 그쳤다.

엘리엇이 주주 지지를 끌어내지 못한 이유는 단기 수익을 챙기고 빠지려는 해외 투기자본 특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엘리엇의 무리한 요구에 대해 ‘먹튀’ 시도라는 비난도 있었다.

현대차는 사외이사 선임표결에서도 엘리엇에 큰 표 차이로 승리했다. 이사회가 추천한 윤치원(59) UBS 그룹 자산관리부문 부회장과 유진 오(50) 전 캐피탈그룹 인터내셔널 파트너, 이상승(55)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등 3명이 모두 77~90%의 찬성률로 선임됐다. 반면 엘리엇이 내세운 후보들은 모두 탈락했다. 모비스 주총에서도 이사의 수를 늘리자고 엘리엇이 제안한 정관변경안건은 부결됐고 엘리엇이 제안한 사외이사들은 모두 탈락했다.

이날 주총으로 현대차는 정 회장, 정 수석부회장, 이원희 사장, 하언태 부사장 등 4인은 각자 대표이사 체제가 됐다. 모비스는 정 회장과 정 수석부회장, 박정국 사장 등 3인이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구성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에서 열린 2019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제공: 현대자동차) ⓒ천지일보 2019.1.2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에서 열린 2019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제공: 현대자동차) ⓒ천지일보 2019.1.2

◆‘MK 시대’ 가고 ‘ES 시대’ 도래

이날 현대차와 모비스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이후 이사회를 통해 대표이사에도 올랐다.

이로써 1999년 자재본부 구매실장으로 현대차에 입사한 지 20년 만에 대표이사에 오르게 된 정 수석부회장은 그룹 내 주요 계열사의 수장이 됐다. 아버지인 정 회장의 뒤를 잇는 정 수석부회장은 ‘책임경영’ 체제를 완성해 본격적으로 그룹을 이끌어 나갈 전망이다.

그가 이끄는 현대차그룹은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체를 넘어 ‘스마트 모빌리티(이동) 솔루션기업’으로 전환하는 작업에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은 자율주행차와 커넥티드카, 차량공유(카셰어링) 등을 그룹의 중요한 미래 신사업으로 보고 꾸준히 작업을 추진해 왔다. 그는 수소연료전지차(FCEV) 개발을 직접 지휘하면서 2013년 투싼 FCEV를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했고 지난해에는 FCEV 전용차인 넥쏘를 론칭하는 등 수소차 시장을 개척했다. 또한 동남아 최대 차량공유업체인 ‘그랩’, 인도의 우버인 ‘올라’ 등 모빌리티 기업과 제휴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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