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4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을 예방, 인사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4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을 예방, 인사하고 있다.

검찰, 영포빌딩 압수수색 과정 중

MB 불교계 개입 정황 문건 발견

“문제점 부각해 여론 조성” 지시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정치인의 행보가 또 다시 종교 갈등의 촉매제가 되고 있다. 최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당대표 당선 후 의례껏 정치인들이 다니는 종교계에 예방 행사를 치렀다. 그런데 이러한 그의 행보가 논란으로 떠올랐다. 황 대표가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을 만난 자리에서 합장을 하지 않자 불교계 매체에서 이를 지적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질세라 개신교 보수진영을 대변하는 한국교회언론회(대표 유만석 목사)는 도리어 개신교인에게 대웅전에서의 합장을 요구한 것이 오히려 ‘무례’라고 맞받아쳤다. 

그러면서 교회언론회는 “불교계가 과거 범불교대회를 통해 이명박 전 대통령을 길들이려 했던 기억이 난다”며 “지난 십수년동안 불교계는 ‘종교 편향’이라는 주장을 통해 이웃 종교를 괴롭히고 자신들의 종교 정치적 목적을 이루는 데 크게 성공(?)했다”고 언급했다.

과연 불교계가 범불교대회를 통해 이명박을 길들이려 했다는 교회언론회의 주장이 사실일까. 당시 취재와 언론에 보도된 정황을 통해 이 발언을 팩트체크해봤다.

불교계의 이명박 길들이기?

교회언론회는 당시 불교계가 MB를 길들이려 했다고 주장했지만 당시 불교시민사회단체 등 곳곳에선 오히려 MB가 정치권력으로 불교계에 개입, 길들이려 했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주목할 점은 지난해 실제 MB 정부 당시 경찰과 국정원으로부터 불교계 동향을 보고 받은 증거가 나왔다는 점이다.

한겨레가 검찰이 지난 1월 이명박 대통령의 영포빌딩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청와대 문건을 입수,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8월 4일 청와대 정무수석실은 ‘주간 정국분석과 전망’ 문건에서 “(불교계 문제는) 하반기 국정운영에 최대 장애로 작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불교계 반발을 진정시키는 시기와 방법의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불교계에 대한 장기대응책 마련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불교계가 무리한 요구와 주장을 하는 데 대해 언제까지나 끌려 다닐 수 없다. 인터넷과 언론 등을 통해 불교계의 문제점을 부각해 여론조성을 하라”고 지시하는 내용이 나온다. 이는 MB정부가 당시 종교계 문제까지 개입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영호 의원은 “정부가 종교계 문제까지 개입해 여론전에 나선 것은 경악스럽다”며 “지난 정부는 과오를 반성하고 참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웃 종교를 괴롭힌 불교계?

그렇다면 “불교계가 이웃 종교를 괴롭혔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을까?

MB 재임 당시 있어졌던 일들을 보면 오히려 개신교에서 불교계를 악의적으로 비난하거나 저격하는 일이 잦았던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는 2007년에는 부산 벡스코 인근에서 열린 일부 개신교인들의 집회가 있다. 집회 참가자들은 악의적으로 불교계에 대해 비난을 쏟아냈다. 특히 참가자들이 부산 지역 내 사찰명까지 구체적으로 거론, 해당 사찰이 무너질 것을 기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파장이 일기도 했다.

이뿐 아니라 당시 개신교 케이블 TV에서 만담 식 설교로 인기를 누렸던 장경동 목사는 석가모니와 스님들을 모독하는 설교를 해 파문을 일으켰다. ‘불교가 들어간 나라는 다 못산다’는 그의 설교 내용은 불교계를 격앙시키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명박 정부 종교편향, 불교계의 일방적 주장일까?

불교계가 십수년동안 주장했다는 ‘종교 편향’은 단순 불교계의 일방적 주장이었을까? 과거 범불교대회가 열렸던 배경을 살펴보자.

당시 MB는 출범 직후부터 끊임없이 종교 편향 지적을 받아왔다. 시중에서는 이 대통령이 다녔던 소망교회 인맥을 빗댄 ‘소망 대망(大望)’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했을 만큼 한나라당 공천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사람이나 청와대 비서관 중에선 개신교 인맥에 줄을 대 도움을 받은 사람이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기도 했다.

MB 재임 시절 당시 상황을 보더라도 ‘종교 편향’이란 꼬리표를 떼어내긴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2008년 5월 초, 주대준 당시 청와대 경호처 차장이 한 언론 매체와 한 인터뷰에서 ‘모든 정부 부처 복음화가 자신의 꿈’이라고 발언한 내용이 드러나며 불교계를 자극했다.

정부 고위 공직자들의 부적절한 발언은 이후에도 계속해서 이어졌다. 조금씩 가열되기 시작했던 종교편향 의혹에 기름을 끼얹은 것은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이 탄 차량을 경찰이 검문하는 ‘결례’를 범하면서부터다. 이미 여러 차례의 편향 사례들로 불만이 고조되고 있던 터라 종단을 이끌던 지도자에 대한 결례는 ‘불난 집에 기름 부은 격’이 됐다. 종로경찰서장, 서울경찰청장, 경찰청장이 잇달아 유감을 표시하면서 진화에 나섰으나 불교계의 분노는 갈수록 높아졌다.

분노가 극에 달한 불교계는 들고 일어났다. 지난 2008년 8월 27일, 전국 20만 스님과 불자는 서울시청 광장에 운집해 당시 MB 정부의 지속적인 종교편향과 헌법파괴 행위를 규탄했다. 사상 초유 대규모 불교 집회였다. 집회가 열린 3일 뒤에 오대산 상원사의 전 주지 삼보스님이 조계사 대웅전에서 정부의 ‘종교 차별’에 항의하는 할복을 시도하기도 했다.

결국 이 전 대통령은 언론에 나와 직접 나와 불교계에 고개를 숙였다. 당시 한 방송에 출연한 이 전 대통령은 “국민 통합을 위해 불교도 물론이지만 종교, 사회 등과 폭넓게 대화하겠다.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면 저한테 불찰”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MB 정부는 당시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을 개정해 공직자의 종교 차별 행위를 금지하도록 하고, 어길 경우 징계토록 명문화하기로 했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의 종교적 편파 행정 논란은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직도 끝나지 않고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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