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로 읽는 역사 이야기] 일제 말기 잔혹한 동물원 학살극이 있었다
[동물로 읽는 역사 이야기] 일제 말기 잔혹한 동물원 학살극이 있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 신현배 시인, 역사 칼럼니스트
 

일제 말기 잔혹한 동물원 학살극이 있었다. ⓒ천지일보 2019.3.22
일제 말기 잔혹한 동물원 학살극이 있었다. ⓒ천지일보 2019.3.22

1943년 7월, 일본의 수도인 도쿄의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오오다찌 시게오는 우에노동물원을 둘러보고 있었다. 우에노동물원은 1882년에 세워진 일본의 대표적인 동물원이었다. 코끼리, 사자, 곰 등의 우리 앞에는 사람들이 잔뜩 모여 즐거운 표정으로 동물들을 관람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오다찌 시게오의 얼굴은 밝지 못했다. 오히려 그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우리 일본은 지금 미국을 상대로 힘겨운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일본 본토의 시민들은 너무나 태평스러운 모습이다. 미국은 곧 이곳에 대규모 공습을 할 텐데.”

오오다찌 시게오는 도쿄의 장관으로 부임하기 전에 일본의 점령지인 싱가포르에서 시장을 지냈다. 전시 상황인 그곳에서는 하루하루 살얼음을 밟듯이 불안한 나날을 보냈었다.

“미군의 공습으로 이 동물원이 폭격을 맞는다면 어떻게 될까. 맹수들이 우리에서 뛰쳐나와 동물원에서 도망쳐 시민들을 공격하겠지? 시민들은 공포에 떨 것이고….”

오오다찌 시게오는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쳐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동물원 맹수들을 저대로 두면 안 되겠어. 위험한 일이 생기기 전에 미리 손을 쓰자.”

오오다찌 시게오는 마침내 이렇게 마음을 정하고, 우에노동물원의 사자·코끼리·곰·구렁이 등 사람에게 위협을 주는 동물들을 골라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다.

동물원 사육사들은 이 명령을 받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오랫동안 같이 지내며 정이 깊이 든 동물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을 죽여 없애라니 얼마나 놀라고 기가 막혔겠는가.

그렇다고 상부의 명령을 거역할 수는 없었다. 사육사들은 눈물을 머금고 동물들을 하나하나 해치웠다.
 

우에노동물원 사육사들은1943년 8월 17일, 북만주산 큰곰과 말레이산 보통 곰을 한 마리씩 독약을 먹여 죽였다. ⓒ천지일보 2019.3.22
우에노동물원 사육사들은1943년 8월 17일, 북만주산 큰곰과 말레이산 보통 곰을 한 마리씩 독약을 먹여 죽였다. ⓒ천지일보 2019.3.22


1943년 8월 17일, 북만주산 큰곰과 말레이산 보통 곰을 한 마리씩 독약을 먹여 죽였다. 이 곰들은 일본군이 북만주와 말레이 반도를 무력으로 빼앗고는 그 기념으로 우에노동물원에 보내 온 것들이었다.

다음 날에는 사자가 희생되었다. 이 사자는 일본 천황에게 보내 온 에티오피아 황제의 선물이었다. 독약을 먹여도 죽지 않아 할 수 없이 창을 찔러 죽였다.

우에노동물원에는 재주를 잘 부리는 귀염둥이 코끼리 세 마리가 있었다. 인도산 코끼리였다. 코끼리가 동물원에서 도망치면 시민들이 다칠 수 있다고 코끼리도 처분 대상이 되었다.

영리한 코끼리들은 독약 탄 먹이를 금방 알아차렸다. 아무리 배고파도 먹으려 하지 않았다.

동물원 사람들은 코끼리를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다가 굶어 죽이기로 했다. 그래서 그날부터 먹이를 주지 않았다.

며칠이 지나자 코끼리들은 배고파 기운을 차릴 수 없었다. 그래도 그들은 육중한 몸을 간신히 일으켜, 두 발로 서는 재주를 보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 앞에서 재주를 부리면 감자, 과자 등 먹이를 던져 주었기 때문이다. 코끼리들은 그 일을 생각해서 먹이를 얻어먹으려고 시키지도 않은 곡예를 한 것이다. 사육사들은 이 광경을 보고 코끼리들이 가여워 눈물을 뚝뚝 흘렸다.

우에노동물원에서 희생된 동물들은 코끼리를 비롯하여 사자, 곰, 구렁이 등 모두 27마리였다. 그리고 도쿄의 무사시노시에 있는 이노가시라 은사 자연문화원에서는 일본산 반달곰 한 마리와 북극곰 한 마리가 처분되었다.

동물원 동물들에 대한 잔혹한 학살극은 일본 전국으로 확대되었다. 그리하여 1943년부터 1944년까지 교토시 기념동물원, 나고야의 도오산동물원, 오오사카의 덴노우지동물원, 고오베의 수와잔동물원, 구마모도의 스이젠지동물원, 센다이 시립동물원 등에서 총 100여 마리의 동물들이 죽어 갔다.
 

우에노동물원에서 희생된 동물들은 코끼리를 비롯하여 사자, 곰, 구렁이 등 모두 27마리였다. ⓒ천지일보 2019.3.22
우에노동물원에서 희생된 동물들은 코끼리를 비롯하여 사자, 곰, 구렁이 등 모두 27마리였다. ⓒ천지일보 2019.3.22


◆ “인류는 언제부터 동물원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관람시켰나요?”

동물원이 언제 처음 세워졌는지는 정확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 다만 기원전 1500년쯤에 이집트에 동물원이 만들어졌고, 기원전 1000년쯤에 중국의 문왕이 커다란 동물원을 지어 ‘영유’라고 이름 붙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그리고 중세에는 왕족이나 귀족들이 다른 나라에서 진기한 동물들을 실어와 기르는 개인 동물원이 많이 있었다.

그러다가 오늘날과 같이 동물들을 우리 안에 가둬 놓고 사람들에게 관람시키는 대규모 동물원이 등장한 것은 1765년이다. 신성 로마제국의 황제 프란츠 1세가 황후 마리아 테레지아를 위해 13년 전에 오스트리아 빈의 쇤브룬궁전에 동물원을 세웠는데, 그 뒤를 이은 요제프 2세가 일반인에게 처음 개방한 것이다. 이 쇤브룬동물원은 세계 최초의 근대적 동물원으로서 지금까지 남아 있다.

그 뒤 1775년에는 에스파냐의 마드리드동물원, 1793년에는 프랑스의 파리동물원 등이 잇달아 문을 열었다. 19세기 중반까지 세계 여러 곳에 많은 동물원이 만들어졌는데, 그 가운데 40여 개의 동물원은 지금도 그대로 남아 동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