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게이트’가 점입가경이다. 단순 폭행에서 시작된 사건이 이젠 눈덩이처럼 불어나다 못해 지축을 뒤흔들고 있다. 성접대 알선 의혹, 성관계동영상 불법촬영 논란에 급기야 경찰 최고위급 간부 연루설까지 돌면서 권력형 비리로 비화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나날이 늘어가는 버닝썬 관련 범죄 혐의들을 정리해봤다.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성관계 동영상을 불법촬영·유통한 혐의를 받는 가수 정준영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3.21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성관계 동영상을 불법촬영·유통한 혐의를 받는 가수 정준영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3.21

‘버닝썬 게이트’ 혐의④: 성관계 동영상 불법촬영·유포

 

승리·정준영 카톡방서 몰래 촬영한 영상 공유

“가지고 놀기 좋은 X”… 여성을 성적 도구로만

‘비밀 지켜달라’ 피해자 요구에도 멈추지 않아

정준영, 3년 전 성관계 몰카 혐의로 조사 받아

당시 검·경 ‘황금폰’ 확인 無…부실 수사 도마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성관계 동영상을 불법촬영·유포한 혐의를 받는 가수 정준영(30)에 대한 구속영장이 21일 발부됐다. 이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한 정준영은 “혐의를 인정한다. 용서 받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질렀다”며 “오늘 법원에서 내리는 판단을 따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로 인해 고통 받은 피해자 여성분들과 근거 없이 구설에 오르며 2차 피해를 본 여성분들, 지금까지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신 모든 분께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 항상 반성하며 살아가겠다”고 밝혔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준영의 혐의가 알려지게 된 것은 승리의 성접대 알선 의혹과 관련해 카카오톡 대화방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불법 촬영이 의심되는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한 혐의를 포착하면서다. 이른바 ‘황금폰’이 열린 것이다.

정준영은 빅뱅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 29) 등과 함께 있는 카카오톡 대화방 등에 상대방의 동의 없이 몰래 촬영한 것으로 의심되는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를 받는다.

빅뱅의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 29)와 가수 정준영(30) 등이 함께 있는 카카오톡 대화방의 모습. (출처: SBS)
빅뱅의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 29)와 가수 정준영(30) 등이 함께 있는 카카오톡 대화방의 모습. (출처: SBS)
빅뱅의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 29)와 가수 정준영(30) 등이 함께 있는 카카오톡 대화방의 모습. (출처: SBS)

정준영은 2015년 말 한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여성들과의 성관계 사실을 자랑하면서 불법 촬영한 영상을 전송하는 등 동영상과 사진을 지인들과 여러 차례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일 SBS의 보도에 따르면 정준영은 지인 김모씨에게 한 여성과 성관계를 했다고 언급했다. 그러자 김씨가 ‘영상 없냐’고 물었고, 정준영은 곧바로 성관계를 촬영한 영상을 보냈다.

씨엔블루(CNBLUE)의 멤버 이종현(29)와의 대화에서도 정준영은 “상가에서 관계했다. 난 쓰레기야”라고 떠벌렸다. 그러자 이종현은 “즐길 수 있을 때 실컷 즐겨라”라고 답했다.

이종현은 또 “빨리 여자 좀 넘겨요. O같은 X들로”라고 적자 정준영은 “누구 줄까”라고 답응답한다. 이에 이종현은 “형이 안***있으면 좋고 없으면 그냥 예쁜 X” “어리고 예쁘고 착한X 없어? 가지고 놀기 좋은”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종현이 “나 어제 OO애들이랑 XXXX했어”라고 밝히고 정준영이 “괜찮네. 다음에 나 소개시켜줘”라는 내용을 주고받기도 했다.

특히 정준영은 피해 사실을 알게 된 한 여성이 ‘비밀을 지켜달라’는 요청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영상을 지인에게 유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여성에게 사실을 들킨 뒤에도 정준영은 카톡방에서 “동영상 찍어서 보내는 거 걸렸다” “아 영상만 안 걸렸으면 사귀는 척하고 하는 건데” 등 피해자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빅뱅의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 29)와 가수 정준영(30) 등이 함께 있는 카카오톡 대화방의 모습. (출처: SBS)
빅뱅의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 29)와 가수 정준영(30) 등이 함께 있는 카카오톡 대화방의 모습. (출처: SBS)
빅뱅의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 29)와 가수 정준영(30) 등이 함께 있는 카카오톡 대화방의 모습. (출처: SBS)

이 같은 카톡 대화 자료는 2015년 말부터 10개월 정도 분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간에 확인된 피해 여성만 10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예인들의 입에 담기 힘든 추악한 대화가 공개되자 그 파장은 엄청났다. 방송 촬영 차 미국에 머물던 정준영은 보도 이튿날인 12일 전격 귀국했다. 그의 입국현장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다음날 정준영은 승리와 마찬가지로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다. 정준영은 사과문을 통해 “그런 행위를 하면서도 큰 죄책감 없이 행동했다. 범행에 해당하는 저의 비윤리적이고 위법한 행위들을 평생 반성하겠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FT아일랜드의 최종훈, 하이라이트의 용준형 등도 차례로 활동 중단을 발표했다.

정준영은 이후 14일 21시간가량 밤샘 조사를 받았고, 17일 한 차례 더 경찰 조사를 받았다. ‘황금폰’이라 불리는 휴대전화도 제출받았다.

성관계 동영상 불법촬영과 유포 혐의를 받는 가수 정준영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성관계 동영상 불법촬영과 유포 혐의를 받는 가수 정준영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그 과정에서 검찰·경찰의 부실수사 의혹도 제기됐다. 정준영은 3년 전인 2016년 8월 지금과 마찬가지로 성관계 불법 촬영 혐의로 고소당한 바 있다. 정준영도 당시 성관계를 촬영한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정준영은 휴대전화를 수리를 위해 휴대전화 복구 업체 ‘모바일랩’에 맡겼다고 밝혔고, 경찰은 끝내 해당 휴대전화를 검찰에 송치하지 않았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 정준영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했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 자료를 보낼 필요가 없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이 포렌식한 기기는 성관계 영상이 담긴 휴대전화가 아니었다.

검찰은 정준영이 제출한 휴대전화가 영상이 촬영된 휴대전화인지를 확인하지 않은 채 분석했고 성관계 영상은 나오지 않았다. 증거에 대한 정확한 확인도 없이 검찰은 피해 여성이 촬영에 동의했다고 결론 내리고 사건을 무혐의 종결했다.

결국 3년 전 수사만 제대로 이뤄졌어도 10여명의 추가 피해자가 생기는 일은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왼쪽부터 용준형, 이종현, 최종훈.
왼쪽부터 용준형, 이종현, 최종훈.

전날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사실 중 상당부분이 소명되고 피의자가 제출한 핵심 물적 증거의 상태 및 내역 등 범행후 정황, 현재까지 수사경과 등에 비춰보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범행의 특성과 피해자 측의 법익침해 가능성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에 대한 구속사유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정준영이 구속되면서 관련 수사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과연 경찰과 검찰이 과거의 과오를 바로잡을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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