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2018년과 2022년 월드컵 개최치 선정 투표를 사흘 앞두고 투표권을 가진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 3명이 과거 뇌물을 받았던 적이 있다고 영국 BBC 등 외신이 29일 폭로했다.

BBC는 이날 시사고발 프로그램인 `파노라마'를 통해 3명의 FIFA 집행위원이 유명 스포츠 마케팅 회사 ISL로부터 1989년부터 1999년 사이에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는 문건을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BBC 외에 스위스 신문 타게스-안차이거와 독일 신문 쥐드도이체 차이퉁도 같은 내용을 알렸다.

문건에는 히카르두 테이셰이라(브라질) 브라질축구협회장, 니콜라스 레오스(파라과이) 남미축구연맹(CONMEBOL) 회장, 이사 하야투(카메룬) FIFA 부회장 겸 아프리카축구연맹(CAF) 회장 등 3명의 집행위원이 뇌물을 받은 것으로 돼 있다.

BBC는 이 문건에는 175차례에 걸친 뇌물 수수 목록이 적혀 있으며 액수는 모두 1억 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ISL은 2001년에 파산했다.

앞서 영국 일요신문 선데이타임스는 지난달 중순 함정 취재를 통해 집행위원 2명으로부터 매표 의사를 확인해 폭로했으며, FIFA는 조사를 거쳐 이들의 투표권을 박탈하고 자격정지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이번에 추가로 불거진 뇌물 수수 의혹에 대해서는 세 명의 집행위원은 물론 FIFA도 아직 공식적인 언급이 없다.

투표가 사흘 앞으로 다가온 상황이라 FIFA가 이들의 투표권을 박탈할지는 미지수다.

2018년과 2022년 월드컵 개최지는 12월2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FIFA 집행위원들의 투표로 결정된다.

한국은 2022년 월드컵 개최지를 놓고 미국, 호주, 일본, 카타르와 경쟁하고 있으며 2018년 월드컵은 영국, 러시아, 스페인-포르투갈, 네덜란드-벨기에가 유치를 신청했다.

월드컵 유치에 뛰어든 각국은 외신의 추가 의혹 제기가 미칠 파장에 주시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하야투 FIFA 부회장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이 걸린다.

하야투 FIFA 부회장은 최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초청으로 미국을 다녀오기도 했지만 국제 축구계의 대표적인 친한파 인사다.

하야투 부회장은 한국의 월드컵 유치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정몽준 FIFA 부회장과 FIFA 개혁을 위해 의기투합해 2002년 FIFA 회장선거에 출마하기도 했고, 2002년 월드컵 유치 때도 한국을 지지했다.

한국 유치위 쪽에서는 이번에 하야투 회장을 비롯해 세 명의 아프리카 집행위원이 가진 표가 한국으로 올 것으로 기대해 왔다.

테이셰이라 브라질 축구협회장과 레오스 CONMEBOL 회장 등 남미 출신 집행위원들은 일본과 가깝다.

하지만 과반수 득표 국이 나올 때까지 계속 투표를 하기 때문에 일본이 일찌감치 탈락하면 이들도 한국에 표를 던질 잠재적 지지자들이라고 볼 수 있다.

정몽준 부회장이 투표가 진행되면서 탈락한 후보국들의 지지표를 모아 2022년 월드컵은 반드시 아시아에서 개최할 수 있도록 하자며 `아시아연대'를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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