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에서 열린 2019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제공: 현대자동차) ⓒ천지일보 2019.1.2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에서 열린 2019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제공: 현대자동차) ⓒ천지일보 2019.1.2

정의선 수석부회장 ‘3세 경영’ 위한 신호탄

계속된 엘리엇 방해로 ‘표 대결’ 피할 수 없어

지배구조개선 시동… “많은 지분 확보해야”

[천지일보=김정필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 그룹의 수석부회장으로 임명된 지 6개월만에 정 수석부회장 체제가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정의선 호’ 출발의 신호탄이 될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의 정기주주총회가 오늘(22일) 열린다. 이번 주총을 통해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와 모비스의 대표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이로써 창업주이자 할아버지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과 아버지 정몽구 회장에 바통을 이어 받아 ‘3세 경영’을 공식화할 전망이다.

◆주총의 목표는 ‘경영권 승계’

이번 주총을 통해 현대차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경영권 승계’다. 현재 현대차그룹을 이끌고 있는 정몽구 회장은 80대 고령으로 최근 건강상의 문제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때문에 정 수석부회장이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의 첫 단추를 채우는 이번 주총에 업계의 이목이 쏠려 있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이날 오전 주총에서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 처리 이후 별도 임시이사회 결의를 통해 정 수석부회장을 대표이사에 올린다. 정 수석부회장이 1999년 현대차그룹에 입사한지 20년 만이다. 예정대로 안건이 통과되면 현대차는 정 회장, 정 수석부회장, 이원희 사장, 하언태 부사장 등 4인은 각자 대표이사를 맡게 된다.

모비스도 같은 날 오전 주총을 통해 정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확정한다. 현대차와 같은 절차로 이뤄지는 가운데 정 수석부회장이 대표이사로 확정되면 모비스는 정 회장과 정 수석부회장, 박정국 사장 등 3인이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구성된다.

앞서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15일 열린 기아자동차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2005~2009년 기아차 대표이사 사장을 지낸 뒤 이사회에서는 2010년부터 올해 초까지 9년간 기타비상무이사 역할만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사내이사를 맡아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현대차그룹 내 장악력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현대차와 모비스와 달리 대표이사는 맡지 않는다. 이에 따라 기아차는 박한우 사장과 최준영 부사장이 각자 대표 체제를 유지한다.

현대기아자동차 서울 양재동 본사 ⓒ천지일보DB ⓒ천지일보 2019.3.22
현대기아자동차 서울 양재동 본사 ⓒ천지일보DB ⓒ천지일보 2019.3.22

◆현대차그룹 vs 엘리엇… 승자는?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개편안을 무산시킨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이 이번에도 훼방하고 있다. 현대차와 모비스 지분의 3% 정도 보유한 엘리엇이 배당확대 요구 및 사외이사 선임에 관한 주주제안을 했다.

엘리엇은 현대차와 모비스에 각각 보통주 기준 4조 5000억원, 2조 5000억원 규모의 배당을 실시할 것을 요구하는 안건과 자신이 추천하는 인사들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주주제안으로 올린 바 있다.

엘리엇은 전날 현대차와 모비스 주주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애널리스트 등도 현대차그룹 대차대조표의 초과자본 상태를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는 일치된 의견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사외이사 추전에 대해서는 “기업 경영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으로 각 이사회에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을 도입하고자 우수한 후보를 추천했다”며 “우리가 추천한 후보는 진정한 의미에서 독립적”이라고 강조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엘리엇과 반대에 서면서 ‘표 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현대차와 모비스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최근 엘리엇의 배당안에 대한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또한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를 비롯해 글래스루이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국내외를 대표하는 의결자문사들 역시 엘리엇이 제안한 배당안에 일제히 반대할 것을 권유했다. 또한 엘리엇이 제안한 사외이사 후보들에 대해 이해상충과 기술유출 등이 우려된다고도 전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엘리엇이 단기적인 기업가치 제고 방안에 관심을 둘 여지가 크다고 판단된다”며 “주주제안자가 제안한 사외이사 후보가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에 부합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학과 교수도 “엘리엇의 요구안이 이번 주총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엘리엇의 무리한 요구로 인해 향후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기업 가치를 제고하겠다는 명분을 가지고 이야기 할 때 ‘엘리엇의 의도가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며 “이는 오히려 정 수석부회장에게 좋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도 “국민연금과 한국지배연구원 등 현대차를 찬성하는 의견이 대부분”이라며 “엘리엇이 배당을 터무니없게 높게 제시했다. 현대차 안대로 통과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배구조개선 본격화되나

정 수석부회장이 올 1월에 시무식을 직접 주재하는 등 그룹 후계자로서 입지를 강화하고는 있지만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바로 지분 승계 및 순환출자고리 해소다. 때문에 이번 주총을 계기로 지배구조개선에 대한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 교수는 앞으로 그룹 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정 수석부회장이 그룹 내 4개 이상 계열사의 사내이사에 올라가면 지분이 낮아 이를 더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며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이 제대로 추진돼야 한다. 이것이 정리되면 안정적으로 승계 체계가 갖춰지고 경영에만 올인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교수도 “작년에 수석부회장 타이틀을 받으면서 사실상 정 수석부회장이 그룹의 리더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통 지분을 확보하고 경영 승계가 이뤄지는데, 현대차그룹은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며 “많은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모비스와 글로비스 분할·합병 외 뚜렷한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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