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신임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문형배(왼쪽) 부산고법 수석부장판사와 이미선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각각 지명했다. (출처: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신임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문형배(왼쪽) 부산고법 수석부장판사와 이미선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각각 지명했다. (출처: 뉴시스)

보수성향 조용호 서기석 내달 퇴임

진보·중도 문형배·이미선 후보 지명

재판관 9명 중 8명 현 정부 지명

한 동안 진보적 결정내릴 가능성↑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새로 지명한 헌법재판관 후보들의 면면으로 볼 때 헌법재판소(헌재)가 진보 색체가 뚜렷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낙태죄 위헌 심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폐지 쪽으로 긍정적인 신호가 잡힌다는 관측이다.

20일 문 대통령이 다음 달 18일 퇴임하는 조용호·서기석 헌법재판관 후임으로 문형배·이미석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문 후보자는 진보성향을 가진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으로 법원 안 대표적 진보성향 판사로 분류된다. 문 후보자는 지난 2007년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불을 질렀다가 기소된 피고인에게 ‘자살’을 열번 외치게 하고는 “우리 귀에는 ‘살자’로 들린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이 후보자는 중도성향으로 평가되지만, 노동법 전문가로 평소 노동자 권리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엔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공무상기밀누설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성창호 부장판사의 사건을 맡기도 했다.

반면 퇴임하는 조·서 두 재판관은 보수성향으로 꼽힌다. 조 재판관은 통합진보당 해산에 찬성하고 교원노조법 헌법소원 사건에서도 합헌 의견을 내는 보수적인 면모가 뚜렷하다는 평가다. 조 재판관이 진보적 결정을 내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자발적 성매매 처벌 사건 같은 경우엔 “성적 자기결절정권을 침해한다”고 의견을 내기도 했다.

서 재판관도 보수색채를 갖고 있다는 의견이 다수다. 서 재판관은 청주지법원장과 수원, 서울중앙지법원 장 등을 역임하면서 상당한 업무 강도를 자랑했다. 원칙주의적인 모습을 많이 보인다는 평가다.

보수성향의 두 재판관이 나가고 진보·중보색채를 가진 새 재판관들이 정식 임명된다면 헌재 전체의 진보성향은 더 뚜렷해질 것으로 풀이된다. 유남석 헌재소장은 우리법연구회 창립멤버다. 이석태·김기영·이은애 재판관도 진보성향으로 평가받는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진성 헌법재판소장(가운데)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8월 심판사건 선고를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천지일보 2018.8.3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진성 헌법재판소장(가운데)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지난해 8월 심판사건 선고를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천지일보 2018.8.30

현재 남게 될 보수성향 재판관은 황교안 전 대통령권한대행 시절 임명된 이선애 재판관과 지난해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이종석 재판관 두 명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영진 재판관도 보수성향으로 분류될 수 있으나 바른미래당은 추천 당시 중도성향임을 강조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문형배·이미선 재판관들이 무난히 국회 동의를 받을 경우, 헌법재판관들을 성향으로 분류할 시 진보 6 중도 2 보수 2의 구도가 짜일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특히 이미선 후보자가 임명된다면 1988년 헌재 설립 이후 최초로 여성 재판관 3명이 동시에 근무하게 된다. 여성 재판관 숫자가 늘어난 만큼 낙태죄 폐지도 훨씬 긍정적으로 검토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또 주목할 만 한 점은 헌법재판관 총 9명 중 8명이 문재인 정부 아래서 임명된 점이다. 이들의 임기는 6년을 모두 채운 2023년 이후 끝난다. 문·이 후보자가 임명된다면 헌재는 향후 진보적인 결정을 계속 내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먼저 조만간 결과가 나올 ‘동의낙태죄 헌법소원사건’에서 위헌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고, 지난달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가 제기한 사형제 폐지 헌법소원 사건에서도 전향적인 결정이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헌재는 앞서 1996년과 2010년 사형제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렸다.

물론 두 후보자가 쉽사리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긴 힘들다. 유 소장에 이어 또 다시 우리법연구회 출신이 지명된 점은 야당이 공격할 지점이다. 야당은 ‘사법장악’ 논리를 들고 나와 적극 반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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