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록 전라남도지사가 19일 오전 여수시 이순신광장에서 열린 여순사건 70주기 희생자 합동 추념식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제공: 전라남도) ⓒ천지일보 2018.10.19
김영록 전라남도지사가 19일 오전 여수시 이순신광장에서 열린 여순사건 70주기 희생자 합동 추념식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제공: 전라남도) ⓒ천지일보 2018.10.19

“군·경, 무차별 체포·감금… 재심사유 해당”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1948년 발생한 ‘여순사건’ 당시 반란군에 협조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유죄판결로 사형당한 민간인 희생자에 대한 첫 재심재판 개시가 확정됐다.

2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내란 및 국권문란죄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은 장모씨 등 3명의 재심결정에 대한 재항고심에서 재심개시를 결정한 원심의 결정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당시 군·경이 적법한 절차 없이 민간에 대한 체포·감금이 무차별적으로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며 “이를 목격한 사람들의 증언도 이에 부합한다. 원심의 재심개시 결정에 관련 법령을 위반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여순사건’ 반란군에 점령됐던 전남 여수와 순천을 탈환한 국군이 반란군에 협조했다는 누명을 씌워 수백명에 달하는 민간인을 불법 체포한 뒤 구체적인 범죄 증명도 없이 유죄 판결을 내리고 사형을 집행했다는 의혹에 대한 재판이 다시 열리게 됐다. 또 이와 관련해 71년 만에 사건의 실체가 드러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장씨 등은 지난 1948년 10월 반란군을 도왔다는 이유로 체포돼 22일 만에 군사법원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곧바로 사형을 당했다.

이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여순사건을 재조명했다. 위원회는 당시 군과 경찰이 438명의 순천지역 민간인을 내란 혐의로 무리하게 연행했으며 살해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장씨 유족 등이 지난 2013년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재판에서의 쟁점은 당시 군과 경찰이 장씨 등을 불법으로 체포해 감금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1심인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당시 판결문에 구체적인 범죄사실의 내용과 증거요지가 기재되지 않았다”면서 “순천탈환 후 불과 22일 만에 사형이 선고돼 곧바로 집행된 점 등에 비춰보면 장씨 등은 법원이 발부한 영장이 없이 체포·구속됐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히며 재심청구를 받아들였다.

이에 검찰은 “유족의 주장과 역사적 정황만으로는 불법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항고했다. 하지만 2심인 광주고법도 재심결정이 옳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재항고했지만 대법원 역시 같은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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