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게이트’가 점입가경이다. 단순 폭행에서 시작된 사건이 이젠 눈덩이처럼 불어나다 못해 지축을 뒤흔들고 있다. 성접대 알선 의혹, 성관계동영상 불법촬영 논란에 급기야 경찰 최고위급 간부 연루설까지 돌면서 권력형 비리로 비화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나날이 늘어가는 버닝썬 관련 범죄 혐의들을 정리해봤다.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클럽 '버닝썬' 내부에서 조직적으로 마약을 유통한 혐의를 받는 버닝썬 이문호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3.19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클럽 '버닝썬' 내부에서 조직적으로 마약을 유통한 혐의를 받는 버닝썬 이문호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3.19

‘버닝썬 게이트’ 혐의②: 마약

 

김상교씨가 올린 영상 속 취한 듯 비틀거리는 여성

“클럽 직원들, 마약 유통하고 조장” 증언 잇따라

‘물뽕’ 등 약물 이용한 고객 성폭행 의혹도 제기

버닝썬 대표와 영업사장에게서 마약 성분 검출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서울 강남의 유명 클럽 ‘버닝썬’에서 마약을 투약하고 조직적으로 유통한 혐의로 이 클럽의 대표 이문호씨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이 19일 기각됐다. 비록 기각되긴 했지만 버닝썬 전반에 걸쳐 마약 의혹이 제기된 것은 김상교(28)씨가 폐쇄회로(CC)TV 영상을 온라인에 게시하면서부터다.

MBC ‘뉴스데스크’ 보도가 나왔던 지난 1월 28일 김씨는 온라인에 공개했던 버닝썬 내부 영상도 급속도로 확산됐다. 이 영상은 지난해 12월 27일 김씨가 유튜브에 올린 영상으로, 그는 영상을 통해 클럽 내부에서 약물폭행이 이뤄진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씨는 “(물뽕 등 약물로 보이는)무언가에 취한 여자를 버닝썬 가드가 머리채만 잡은 채 VIP 통로를 통해 끌고 가고 있다”며 “여자는 컴퓨터와 데스크를 잡지만(구해달라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버닝썬 직원들이 이를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기점으로 폭로도 이어졌다. ‘클럽에서 술을 마셨는데 다음날 일어났더니 클럽 직원이 옆에 누워있었다’ ‘클럽 직원들이 물뽕(GHB)을 판다’는 등 클럽 안에서 마약이 유통되고 또 그 마약을 성범죄에 이용한다는 증언이었다.

‘버닝썬’ 사태의 최초 신고자 김상교씨가 유튜브에 올린 버닝썬 내부 영상. 몸을 가누기 힘든 한 여성이 직원으로 보이는 남성에게 끌려나가고 있다. (출처: 김상교씨 유튜브)
‘버닝썬’ 사태의 최초 신고자 김상교씨가 유튜브에 올린 버닝썬 내부 영상. 몸을 가누기 힘든 한 여성이 직원으로 보이는 남성에게 끌려나가고 있다. (출처: 김상교씨 유튜브)

마약의 일종인 GHB는 복용할 경우 음료수 등 액체에 타서 마시기 때문에 물뽕이라고 불린다. 무색·무취이고 알코올에 넣어 마시면 10∼15분 뒤에 취한 것처럼 몸이 이완되고 기억을 잃는다고 알려졌다. 이 약물이 특히 ‘데이트 강간’ 등에 많이 사용되는 이유로 24시간이 지나면 몸에서 빠져나가며 흔적이 남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클럽 내 직원들이 손님들을 모으기 위해 카카오톡 대화방을 통해 약물을 유통하고, 나아가 물뽕 등의 사용을 모른 척하거나 오히려 장려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물뽕으로 시작된 논란은 마약류 전반으로 커졌고, 클럽에서 엠디(MD: Merchandiser, 영업직원)로 불리는 이들이 마약을 유통한다는 구체적인 증언이 이어졌다.

경찰은 지난 1월 30일부터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고, 버닝썬의 MD 중 한명인 일명 ‘애나’가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되자 의혹은 확신으로 변해갔다. 애나의 집을 압수수색한 경찰은 마약으로 의심되는 액체 여러 병과 백색가루 등을 찾아냈다.

특히 이 애나가 김씨를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던 여성들 가운데 한 명임이 확인되면서 버닝썬에 대한 불신은 더욱 더 커졌다.

(서울=연합뉴스) '버닝썬 마약공급 의혹'을 받고있는 중국인 여성 '애나'가 16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서울지방경찰청마약수사대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버닝썬 마약공급 의혹'을 받고있는 중국인 여성 '애나'가 16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서울지방경찰청마약수사대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마약 조사는 버닝썬의 대표 이씨에게도 진행됐다. 결국 지난달 16일 이 대표와 버닝썬의 영업사장 한모씨의 모발에서 마약성분이 검출됐다. 이 대표는 버닝썬의 전직 사내이사이자 실소유주로도 의심받는 빅뱅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 29)의 친구이기도 하다.

이렇게 증거를 확보한 상태로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은 법원에 이를 청구했지만, 이날 법원이 기각하면서 마약에 관련한 수사는 난항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이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서울중앙지법 신종렬 영장전담판사는 “마약류 투약, 소지 등 범죄 혐의에 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현재까지 증거자료 수집 및 혐의 소명 정도, 관련자들의 신병 확보 및 접촉 차단 여부, 수사에 임하는 피의자의 태도, 마약류 관련 범죄전력, 유흥업소와 경찰 유착 의혹 사건과의 관련성 등에 비춰 현 단계에서 구속할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과연 경찰이 기각 위기를 딛고 클럽 내에서 횡횡한 마약 유통 조직을 뿌리 뽑을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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