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손견은 원소와 옥새 다툼으로 자신의 군사를 거느리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동탁을 뒤쫓던 조조는 형양에서 크게 패한 뒤 낙양으로 돌아왔다. 그는 원소와 함께 한 제후들과는 난국을 도모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양주로 떠났다. 그 뒤를 이어 공손찬과 현덕, 관우, 장비도 후일을 기약하며 제후들 무리에서 떠나버렸다.

공손찬과 유현덕이 떠난 뒤에 연주 자사 유대는 군사들의 군량미가 바닥이 났다. 동군 태수 교모한테 군량미를 좀 빌려 달라고 했으나 빌려 준다고 하면서도 이리 저리 핑계하면서 빌려 줄 생각이 없었다. 유대는 밤을 타서 군사를 거느리고 교모의 진영을 공격해 교모를 죽인 후에 항복한 군사들을 자기 군영에 편입시켰다.

군왕병의 맹주였던 원소는 제후들이 이런 저런 일로 모두 돌아가 버리니 맹주 노릇을 할 수가 없었다. 그도 어쩔 도리 없이 대군을 휘동해 진을 철수해 낙양을 떠나 관동으로 돌아가니 일단 대의를 세워 일어났던 근왕병들은 사분오열 되면서 동탁을 무찌르는 목적을 이루지 못한 채 흩어지고 말았다.

형주 자사 유표의 자는 경승인데 산양 고평 사람으로 한실(漢室) 종친이었다. 어려서부터 친구 사귀기를 좋아해 명사 일곱 사람과 친밀하게 지내니 당시의 사람들은 유표까지 넣어서 강하팔준이라 불렀다. 강하 땅 여덟 명의 잘난 인물이란 뜻이다.

유표 외 나머지 일곱 사람은 여남의 진상, 범방, 노국의 공욱, 발해의 범강, 산양의 단부, 장검, 남양 땅의 잠경 등 일곱 사람이 유표의 막역한 친구였고 또 다시 연평 사람 괴량, 괴월, 양양 사람 채모가 그를 도와주는 장군들이었다.

유표는 원소가 보낸 밀서를 받아 보자 괴월과 채모한테 1만 군사를 주어 손견이 오는 길을 끊기 위해 보냈다. 손견이 형주 땅에 당도했을 때 그들과 마주쳤다. 손견이 앞을 가로 막는 군사들을 바라보니 앞에 창을 비껴든 장수가 괴월이었다.

“괴월 장군은 무슨 까닭으로 나의 돌아가는 길을 막는가?”

손견이 큰소리로 외쳤다.

“손견은 한나라의 신하가 아닌가? 신하의 몸으로 어찌해서 사사로이 전국옥새를 감추었는가? 옥새는 내어 놓고 돌아가라.”

괴월의 말에 손견은 화가 났다.

“개똥같은 소리를 지껄이는구나. 황개는 나가서 저자의 목을 쳐라!”

황개는 손견의 명을 듣자 칼을 휘둘러 말을 달려 나갔다. 괴월의 옆에 있던 채모가 칼을 뽑아 들고 황개 앞으로 달려들었다. 싸운 지 수합에 황개는 철 채찍을 번쩍 들어 채모의 심장을 가린 호심경(護心鏡)을 갈겼다. 호심경이 깨지면서 두 동강으로 땅에 떨어져 버렸다. 채모는 겁을 집어 먹고 말머리를 얼른 돌려 급히 달아나니 손견은 승세해 채모를 쫓아 계구산으로 짓쳐 들어갔다.

손견이 산모퉁이를 돌았을 때 별안간 등 뒤에서 북과 쟁소리가 동시에 일면서 일지 병마가 쏟아져 나오는 것이었다. 손견이 바라보니 다른 사람이 아닌 형주 자사 유표였다. 손견은 마상에서 몸을 굽혀 인사를 건넸다.

“경승은 무슨 까닭으로 원소의 편지만 믿고 인군 사람을 괴롭게 하는가?”

그렇게 말하자 유표가 대거리를 했다.

“장군은 전국새를 훔치고 내놓지 아니한다 하니 장차 국가를 배반할 셈인가?”

“내가 만약 그 물건을 가졌다면 칼에 찔려 죽고 살에 맞아 죽으리다.”

손견은 또 다시 큰소리로 변명했다.

“그렇다면 내가 그대의 몸을 수색할 테니 허물을 하지 마라.”

그 말에 손견은 화가 났다.

“네가 나를 어떻게 그처럼 작게 보는가? 내 너와 한 번 교전을 하리라.”

유표는 손견이 화를 내는 것을 보자 말을 뒤로 물렸다. 손견이 뒤를 쫓았다. 산모퉁이를 돌아설 때 복병이 일제히 손견의 등 뒤에서 쏟아져 나왔다. 바른편에서는 채모가 나오고 왼편에서는 괴월이 군마병을 달려 나왔다. 손견은 곤경에 빠졌다. 그때 황개, 정보, 한당이 손견을 구하려 뛰어 들었다.

맹렬한 격전이 벌어진 뒤에 세 장수는 겨우 손견을 구해 가지고 길을 끊고 달아나니 손견의 군사는 죽고 상한 병사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손견은 반이나 꺾어진 군사를 정리해 강동으로 돌아가니 이로 인해 손견과 유표는 원망을 맺어 앙숙이 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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