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칼럼] 일본산 산업용 로봇에 의존하는 한국의 제조업
[IT 칼럼] 일본산 산업용 로봇에 의존하는 한국의 제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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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한국은 반도체·자동차·디스플레이·철강·조선 등 제조업 분야의 세계적인 강국이다. 산업용 로봇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는 국가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세계 평균 로봇 밀집도 보다 8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연간 산업용 로봇 구매 대수도 3만 9700대로 중국(13만 7900대), 일본(4만 5600대)에 이은 3위다.

그러나 산업용 로봇을 만드는 기업의 세계 상위 10위에는 일본·독일·스위스 기업들이고 한국 기업은 현대중공업지주(세계 시장점유율 3%) 한 곳만 있으나 유럽·미국·일본은 물론 중국에도 거의 팔지 못하고 대부분 내수(內需) 판매다. 지난 30여년간 우리의 제조업 강국이란 명성은 일본산(産) 산업용 로봇 덕분이었다.

일본은 세계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 압도적이다. 사람의 눈에 해당하는 이미지센서, 접촉의 강도를 감지하는 압력 센서, 로봇 관절에 들어가는 모터 분야 등 기술력은 세계 1위이다. 세계 산업용 로봇 시장의 56%를 차지하고 있으며 세계 최고의 로봇 기업 중 7개가 일본 기업이다. 전 세계에서 첨단 제품 개발에 필요한 최고 장비를 찾는 기업은 일본 기업을 찾는다. 일본 화낙(FANUC)은 로봇 산업의 세계 최강자이다. 화낙은 근력을 대신하는 로봇을 만들어 20세기 공장의 본질을 바꾸었으며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이라는 두뇌를 로봇에 심어 21세기 공장 혁명을 시도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지원도 적극적이다. 일본 정부는 2014년 6월 ‘신성장 전략’을, 2015년에 ‘로봇 신전략’을 발표했다. 로봇을 활용해 4차 산업혁명시대에도 세계를 선도하려는 목적이다.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까지 일본 로봇 시장 규모를 제조 분야에서 2배, 서비스 분야에서 20배로 확대하겠다고 한다. 세계 로봇 혁신거점화, 세계 제1의 로봇 활용 사회, 로봇과 인접기술과의 융합을 목표로 추진체계 정비와 핵심기술 개발, 제도적 인프라 정비, 규제 개혁 등을 추진하고 있다. 로봇혁명 이니셔티브 협의회를 설치해 주요 공업협회, 대학, 연구기관 등이 참여해 수요와 기술의 연계와 국제표준에 대응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생산 공장에 로봇을 도입할 때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고 첨단 로봇에 들어가는 센서·카메라 등 핵심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에 세제 감면 혜택도 주고 있다. 로봇의 생산과 소비 모두를 지원하는 것이다.

세계 산업용 로봇 시장에서 국가 간 경쟁도 치열하다. 세계에서 산업용 로봇 소비량이 가장 많은 중국은 과감한 인수·합병(M&A) 전략을 쓰고 있다. 2016년 중국 메이디그룹이 세계 2위 산업용 로봇 업체인 독일의 쿠카(Kuka)를 44억유로에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유럽에서는 스위스의 ABB가 취리히공대와 함께 첨단 로봇 기술력을 개발해 세계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산업용 로봇을 계속 일본에 의존하면 한국의 미래 제조업 경쟁력은 크게 약화될 것으로 우려 한다. 한국은 조립, 제조 공정 기술 때문에 제조업 강국이란 명성을 얻고 있는데 최고 제품을 만들려면 최고의 산업용 로봇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본의 산업용 로봇에 의존하는 추세는 앞으로 심화될 것이다. 일본이 ‘완전 로봇 무인화’ 공장이 확산돼 로봇이 제조를 전담하면 한국의 제조경쟁력은 사라진다.

한국과 일본 부존자원이 없다는 면에서 유사하다. 국내에서 제조업 기반을 튼튼하게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로봇이 필수적이다. 우리도 로봇산업 발전을 위한 범부처 차원의 정책 추진을 위해 올해 발표될 제3차 지능형로봇 기본계획 수립에 부처 협업 과제 등 기획이 필요하다. 일본이 5대 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법‧제도를 정비하는 것과 같이 우리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로봇을 활용한 새로운 산업 및 서비스가 태동하기 쉽도록 유연하게 법‧제도 개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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