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의 문화 찔러보기] 총과 꽃, 재난을 대하는 지도자의 자세
[전경우의 문화 찔러보기] 총과 꽃, 재난을 대하는 지도자의 자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경우 작가/문화칼럼니스트

 

범죄율이 낮고 자연환경이 뛰어나 지상낙원으로 불리는 뉴질랜드가 총기 난사 사건으로 깊은 슬픔에 빠졌다. 백인우월주의자 남성이 이슬람교도 주민들을 상대로 끔찍한 총기 테러 사건을 일으켜 50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한적하고 평화로운 마을이 순식간에 지옥으로 변했고 전 세계 언론들이 앞다퉈 사건을 보도하고 있다.

예상하기 어려운 국가적 재난을 당했으나 그에 대응하는 뉴질랜드의 국가 시스템은 칭찬받을만하다. 경찰의 대응도 민첩했고 무엇보다 올해 38세의 젊은 여성 총리 저신다 아던의 언행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사건 이후 바로 기자회견을 열어 상황을 설명하고 총기법 개정을 약속하는 등 책임 있는 국가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아던 총리는 뉴질랜드에서 종교와 인종으로 인한 갈등은 용납할 수 없다는 뜻을 거듭 밝히고 사건 현장으로 달려가 꽃을 놓으며 조문했다. 히잡을 쓰고 유족들을 만난 그녀는 진심으로 소통하고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너무 관대하고 부드러운 것 아니냐는 소리를 들었던 그녀는 이번 사건을 통해 진정한 리더십이 무엇인지 확실히 증명해 보였다.

엉뚱하게도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구설수에 올랐다. 멕시코와의 국경지역에 거대한 벽을 설치하는 것을 두고 국론이 갈라진 가운데 뉴질랜드 테러와 관련, 소수의 사람들에 의한 심각하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렇잖아도 평소 인종주의적 언사 때문에 비난을 받아온 터라 언론들이 더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뉴질랜드 사건에 미국 대통령이 엮인 것은 두 나라의 공통적인 총과 이민 역사 때문이다. 미국이 총으로 인디언들을 몰아내고 땅을 빼앗았듯, 뉴질랜드도 원주인인 마오리족의 땅을 강탈해 세운 나라다. 미국은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고, 뉴질랜드 역시 이민에 개방적이었으나 이민문제가 국민적 갈등요소가 되고 말았다. 먼저 굴러온 돌과 새로 굴러 들어온 돌이 격돌하게 된 것이다.

초기 이민 개척시기에는 국가의 치안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야생 짐승이나 범죄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해야 했고 이를 위해 총기 소유가 당연한 권리로 인정됐다. 미국의 경우 수정헌법을 통해 총기 소유를 인정해 주었고, 뉴질랜드는 19세기 초반 영국인들이 무역과 포경을 위해 들어오면서 총을 자위수단이자 권리로 인식하게 됐다.

미국에선 1990년대 초 3년간 총기사고나 범죄로 인한 사망자가 6만명으로, 7년간의 베트남 전쟁 때 5만 8천명보다 더 많다. 지금도 총기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에는 주유소보다 총포점이 더 많다고 할 정도고, 전체 인구가 460만명인 뉴질랜드에선 4명 중 1명이 총기를 가지고 있다.

미국에선 어린 학생들까지 들고 일어나 강력한 총기 규제법 도입을 요구하고 있지만 전국총포연합(NRA)의 로비에 막혀 꿈쩍하지 않고 있다. 뉴질랜드는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총기 관련 사고가 적어 관련법 도입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우리는 총을 팔지도 않고 함부로 가질 수도 없다. 그런데도 미국에 사는 사람들은 우리를 걱정한다. 당장이라도 전쟁이 터지고 핵과 미사일이 날아다니는 줄 안다. 우리도, 안전하다 할 수 있을까.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