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아파트 단지 ⓒ천지일보DB
서울 서초구 아파트 단지 ⓒ천지일보DB

2년 전보다 하락한 아파트 52%

이중 또 절반은 10% 이상 내려

보증금 적은 지방이 더 떨어져

임대가구 재무건전성 아직 양호

1.5% 빚내도 보증금 못 돌려줘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전세가격 하락세가 가팔라지면서 올해 초 거래된 전국 아파트 중 전세가격이 2년 전(계약 시점 대비)보다 하락한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다.

1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최근 전세시장 상황 및 관련 영향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 1~2월 거래된 전국의 전세 아파트 중 전세가격이 2년 전보다 하락한 비중이 52.0%에 달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 비중은 2017년 중 20.7%에 머물렀으나 지난해 39.2%에 이어 올해초 절반 이상으로 급증했다.

특히 서울보다 지방의 하락 비중 및 폭이 훨씬 컸다. 서울의 경우 28.1%에 그쳤지만, 수도권은 46.5%, 지방은 60.3%에 달했다.

전셋값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가 서울보다 지방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은 “올들어 서울과 경기·인천 등의 전세가격 하락폭이 커지고 있으며 경남과 울산 등은 주력산업의 침체에 따른 지역 경기 부진으로 큰 폭의 전세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더 주목할 점은 전세가격의 하락 속도가 가파르다는 것이다. 지난 1~2월 역전세가 나타난 전국의 전세 아파트 52% 중 절반 이상(26.7%)이 10% 이상 전셋값이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10~20% 하락한 전세 아파트 비중은 14.9%였다. 가격이 30% 이상 추락한 경우도 4.7%에 달했다.

특히 전세보증금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아파트일수록 전세가격 하락폭이 컸다. 지난 1~2월중 전세가격이 10% 이상 하락한 전세 아파트 비중을 보면, 보증금 3억원 미만 아파트가 32.6%였다. 보증금 1억원 미만 32.6%, 보증금 1억~2억원 34.6%, 보증금 2억~3억원 29.0%였다. 반면 보증금 5억원 이상 아파트의 비중은 9.5%에 불과했다. 보증금 3억~5억원인 아파트 중 전세값이 하락한 경우는 16.0%였다.

보증금 3억원 미만의 지방 전세아파트가 가격 하락이 두드러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한은 관계자는 설명했다.

전세 공급 대비 수요 상황을 나타내는 전세수급지수 역시 지방은 2017년 1월(99.8), 수도권은 2017년 12월(98.1) 이후에 공급우위 기조로 전환됐다.

한은은 전세가격 하락이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에 부담이 될 수는 있지만, 임대가구의 소득 구성을 보면 고소득 비중이 2018년 3월 현재 64.1%로 전체가구(40.0%)를 크게 상회하는 등 재무건전성이 양호해 관련 리스크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때문에 전세가격이 10% 하락할 경우, 임대가구의 98.5%는 보유한 금융자산을 처분하거나 금융기관의 차입을 통해서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한은은 부채 레버리지가 높거나 전세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한 임대가구는(1.5%)는 보증금 반환 관련 리스크가 증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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