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한 면세점 앞에서 중국 보따리상들이 매장 개점시간을 기다리며 길게 줄을 서 있다. 표는 국내 면세점 2019년 월별 매출. ⓒ천지일보 2019.3.19
서울시내 한 면세점 앞에서 중국 보따리상들이 매장 개점시간을 기다리며 길게 줄을 서 있다. 표는 국내 면세점 2019년 월별 매출. ⓒ천지일보 2019.3.19

2월 1조 7415억원 기록

여전히 보따리상 의존高

영업익 정상화 ‘큰 숙제’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2019년에도 국내 면세점은 매월 매출 신기록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 보따리상 의존도가 높고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영업이익은 줄고 있어 속으로는 속앓이 중이다. 

18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면세점 매출은 1조 7415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1월(1조 7116억원) 월간 최대치를 경신한 후 두달 연속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것. 1년 전과 비교해도 성장이 가파르다. 지난해 2월 국내 면세점 매출 총액은 1조 2808억원이었다. 1년 사이 33.64%나 성장한 셈이다.

업계는 통상적으로 2월은 영업일수가 다른 달보다 적은데도 불구하고 춘절과 밸런타인데이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매출의 70% 이상은 보따리상 효과로 해석했다. 지난달 외국인 1인당 면세점 지출액은 106만원에 달다. 이는 지난해 2월(76만원)보다 40%나 증가한 수치다. 1인당 외국인구매단가가 100만원을 넘어선 것도 처음이다. 업계는 이처럼 1인당 구매액이 급격히 증가한 것은 대량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보따리상 효과라고 풀이했다.

지난 1월부터 중국이 보따리상들에게 세금을 물리는 전자상거래법을 시행했지만 부정적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은 것. 중국은 자국의 면세산업을 키우려 보따리상 규제는 강화하고 하이난 등 특정 지역에서는 산업에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정책을 손보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제주도 19배 면적의 하이난섬 내국인 면세구매한도액을 2016년(1만 6000위안)의 2배에 달하는 3만 위안(약 498만원)으로 상향했다. 또 앞서 지난해 5월부터는 면비자 정책도 완화해 기존 26개국에서 59개국으로 면비자국가를 늘렸다.

중국의 이 같은 정책에도 보따리상에게 아직 한국 면세시장의 매력은 크다. 일단 한국 면세품의 품질에 대한 신뢰가 높다. 게다가 정상가에 절반에 달하는 가격 또한 매력적이다. 국내 면세점의 경우 거의 ‘상시 할인’으로 10~30%의 할인이 적용되는 데다 10% 안팎의 적립, 관세와 부가가치세 환급 등을 합하면 거의 절반 값에 제품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 면세점에게 매출 신기록 소식이 달갑지만은 않다. 보따리상으로 매출을 많이 올리는 만큼 써야하는 비용도 커지기 때문이다. 이들에겐 일반 관광객에 비해 할인도 많이 해줘야 하는데 송객수수료도 줘야 한다. 지난해 국내 면세점이 지급한 송객수수료는 1조 318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국내 면세점 총 매출이 18조 9600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10%에 가까운 금액이 도로 중국 보따리상들에게 돌아간 셈이다.

이 같은 국내 면세업체들의 고민은 경영 성적표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업계 1위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매출은 7조 5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281억원으로 중국이 한국단체관광을 금지시키기 전인 2016년(3301억원)보다도 한참 적은 수준이다. 신세계백화점의 면세점 계열사인 신세계디에프 역시 지난해 4분기 매출은 64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4.8%나 급증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53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정상 같은 비정상의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며 “보따리상의 의존도를 낮추고 영업이익을 정상화하기 위해서 변화가 필수적인 만큼 시장 다변화, 해외 진출 등의 노력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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