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사람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배우고 익히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 사람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이러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심리·정서적으로 단절하며, 개인적인 공간에서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사람들은 ‘은둔형 외톨이’로 불린다. 본지는 기획 연재를 통해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특징은 무엇이 있으며, 이들을 도울 수 있는 것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봤다.

가정상담.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가정상담.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정서적인 관계 형성에 도움”

“심리적 격려·지지 가능해져”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1. ‘은둔형 외톨이’ 자녀를 둔 문희정(가명)씨는 아이가 은둔 생활하는 사실 자체를 매우 불편해하면서 숨기려고 했다. 문씨는 아이에게 평범한 사회생활을 강조했지만, 그때마다 아이는 자신의 방에서 나오길 거부했다. 답답한 마음에 아이가 병원에 갈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지만, 이 역시 아이의 거부와 저항으로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2. 은둔형 외톨이의 어머니 서인정(가명)씨는 방에서 나오지 않는 아이와의 다툼이 일상이었다. 그러던 서씨는 청소년상담지원센터에 상담을 요청했고, 상담사가 서씨의 가정을 방문해 아이와의 만남을 시작했다. 일정 기간이 걸리긴 했지만 아이에게는 기본적인 생활관리 능력이 생겼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친구도 생기게 됐다.

심리치료는 그 대상자에 따라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 오상빈 심리상담사의 연구 논문에 따르면 은둔형 외톨이는 긍정적인 자극이 생기면 은둔생활에서 나와 사회로 복귀한다. 문제는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은둔형 외톨이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어떤 방법으로 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오 상담사는 두 번째 사례에서와 같이 상담사가 직접 가정을 방문해 상담하는 프로그램이 은둔형 외톨이에게 효과적임을 실험을 통해 밝혀냈다.

오 상담사는 은둔형 외톨이 성향을 보이는 청소년 15명(실험집단)과 이들의 부모(부모 중 1명씩 총 15명)를 대상으로 주 1회 각각 50분씩, 총 8회기의 가정방문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또 실험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가정을 방문하지 않는 상담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여기에는 은둔형 외톨이를 자녀로 둔 부모 17명(부모 중 1명씩)이 참여했다.

실험집단(15명)의 은둔 기간은 1~2년이 7명(47%), 3~6개월이 5명(33%), 3년 이상 등 기타 3명(7%)이었다. 이들이 집에서 하는 활동은 인터넷 게임이 10명(67%)으로 가장 많았고, 영화감상(TV)이 3명(20%), 음악 감상과 책 읽기가 각각 1명(7%)이었다. 친구는 전체가 ‘0~1명’이었다. 남녀 비율은 남자가 87%(13명), 여자가 13%(2명)였다. 나이는 15~20세가 13명(87%), 21~25세가 2명(13%)이었다.

가정을 방문하지 않고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은둔형 외톨이(통제집단, 17명)의 은둔 기간은 1~2년이 7명(41%), 3~6개월이 4명(24%), 6개월~1년 3명(18%), 3년 이상 2명(12%), 2~3년 1명(6%)이었다. 이들이 집에서 하는 활동은 인터넷 게임이 13명(77%)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음악 감상 3명(18%), 책 읽기 1명(6%)이었다. 친구는 ‘0~1명’이 14명(82%), ‘2~4명’이 3명(18%)이었다. 남녀 비율은 남자가 71%(12명), 여자가 29%(5명)였다. 나이는 15~20세가 10명(59%), 21~25세가 7명(41%)이었다.

각각의 상담을 진행한 결과, 은둔성향 척도의 중간값인 2.5점을 기준으로 실험집단은 2.72에서 2.32로 낮아진 반면 통제집단의 경우 2.72에서 2.76으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삶의 희망을 느끼지 못하는 ‘무망감’을 측정한 결과에 있어서도 실험집단이 0.5점 기준 0.64점에서 0.30점으로 낮아진 것과 달리 통제집단은 0.74점에서 0.72점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출처: 오상빈 심리상담가의 ‘은둔형 외톨이 가정방문 상담 프로그램 개발과 효과’ 논문)
(출처: 오상빈 심리상담가의 ‘은둔형 외톨이 가정방문 상담 프로그램 개발과 효과’ 논문)

오 상담사는 “가정방문 상담 프로그램은 은둔형 외톨이의 은둔성향을 낮추는데 효과가 있었다”면서 “정서적 교류가 없던 상황에서 상담사의 가정방문으로 새로운 정서적 관계가 생기자, (은둔형 외톨이의) 은둔 성향에 변화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상담사가 방문해 은둔형 외톨이와 그의 가족에게 심리·정서적 지지, 격려, 의사소통·감정표현 방법 제시, 상황별 대안 제시 등을 하게 되면 (은둔형 외톨이가) 외부 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사회생활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품게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가정방문 상담 프로그램과 관련해 오 상담사는 해당 가정이 지금까지의 의사소통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의사소통 방식을 학습하는 계기를 만들어 줄 수 있다고도 밝혔다.

그는 “상담사가 가정을 방문하는 것을 통해 은둔형 외톨이에게 가족 이외 타인과의 의사소통 기술이나 대인관계 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며 “은둔형 외톨이로 생활하는 아이에게 대안적인 의사소통이나 대인관계 기술을 학습하도록 도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 상담사는 또 “은둔형 외톨이를 둔 가족은 가족 구성원이 은둔하고 있다는 사실로 인해 심리·정서적 괴로움, 슬픔, 아픔, 미래에 대한 걱정 등을 갖고 있다”며 “상담사는 가정을 방문해 이러한 어려움을 충분히 수용하고 은둔형 외톨이가 은둔 상태에서 벗어나도록 가족에게 심리·정서적 격려·지지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은둔형 외톨이와 가족의 의사소통에서 갈등이 발생해 의견을 조정·중재·협상할 필요가 있을 때 상담사가 이 역할을 할 수도 있다”며 “가정방문 상담은 상담실에서 진행되던 상담이 가정이라는 현장에서 진행돼 가정 내 의사소통 등 변화에 보다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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