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훈 주택건축본부장이 18일 서울시청에서 고시원 주거기준을 담은 ‘노후고시원 거주자 주거안정 종합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제공: 서울시)
류훈 주택건축본부장이 18일 서울시청에서 고시원 주거기준을 담은 ‘노후고시원 거주자 주거안정 종합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제공: 서울시)

노후고시원 주거안정 종합대책
최소 실면적·창문 의무화 추진
스프링클러·주택바우처 등 확대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올해부터 서울에 들어서는 고시원은 방 면적이 최소 7㎡ 이상이어야 하며, 방마다 창문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다.

18일 서울시는 고시원 주거기준을 담은 ‘노후고시원 거주자 주거안정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작년 11월 종로 국일고시원 화재 이후 마련한 종합대책이다.

서울 도심의 ‘고시원’들은 그 이름이 무색하게도 고시생의 공부방이 아닌, 일용직 노동자 등 주거취약계층의 상징적 주거지로 불리고 있다. 주로 창문 하나 없는 1평 남짓한 방들이 폭 1m가 채 안 되는 복도를 중심으로 벌집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는 형태다.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스프링클러조차 없어 화재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된 곳도 많다. 작년 11월 7명의 사망자를 낸 종로 국일 고시원 화재사고는 이런 노후 고시원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다.

이날 발표한 ‘서울형 고시원 주거기준’에 따르면 방의 실면적은 7㎡, 화장실 포함 시 10㎡ 이상으로 하고, 방마다 창문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현재 서울엔 국내 1만 1892개의 절반 가까운 총 5840개의 고시원이 있다. 시가 시내 5개 고시원을 조사한 결과 실면적은 4∼9㎡이었고, 창문 없는 방의 비율은 최고 74%에 달했다.

시는 주거기준을 시의 노후고시원 리모델링 사업 등에 즉시 적용하고, 국토교통부에 건축기준 개정을 건의할 계획이다.

노후고시원 실태조사 (제공: 서울시)
노후고시원 실태조사 (제공: 서울시)

또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를 대폭 확대한다. 시가 전액 지원하는 스프링클러 설치 예산을 전년 대비 2.4배 증액해 총 15억 원을 투입, 노후고시원 약 70개소에 전액 지원하기로 했다. 올해부터는 외부 피난계단이나 비상사다리 같은 피난시설도 함께 설치한다.

시는 중앙정부와 협력해 앞으로 2년 내 모든 고시원에 간이 스프링클러가 설치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2009년 7월 개정된 다중이용시설의 안전관리에 대한 특별법은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법 개정 이전부터 운영 중인 고시원은 예외로 하고 있다. 서울에는 국내의 절반 가까운 5840개의 고시원이 있는데 이 가운데 18.2%인 1071개가 법 개정 이전부터 운영 중이다. 시는 연내 설치비 지원근거가 마련되면 정부와 협력해 입실료 동결조건이 없는 스프링클러 지원사업도 추가로 시행할 예정이다.

저소득가구에 임대료 일부를 지원하는 ‘서울형 주택 바우처’ 대상에 고시원 거주자도 새롭게 포함했다. 이에 따라 약 1만 가구가 1인당 5만원씩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시는 몰라서 지원을 못 받는 일이 없도록 동주민센터와 서울시내 고시원 등을 통해 전방위 홍보도 진행한다. 구체적인 지원시기 및 지원방법 등은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6월 이후 별도 공지예정이다.

시가 고시원 밀집지역 내 건물을 임대하는 방식 등으로 빨래방, 샤워실, 운동실 같이 고시원에 부족한 생활편의·휴식시설 등을 집적한 공유공간 ‘고시원 리빙라운지(가칭)’를 설치하는 시범사업을 올해 추진한다.

류훈 주택건축본부장은 “서울에서 ‘고시원’이라는 주거형태는 최소한의 인권, 안전도 보장받지 못한 채 열악한 생활을 하고 있다. 불평등사회 속 취약계층의 현실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며 “이번 종합대책은 고시원 거주자의 주거 인권을 근본적으로 바로세우고 안전과 삶의 질을 강화하기 위한 첫 걸음이다. 시는 중앙정부와 협의해 제도적인 개선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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