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 11층 인권교육센터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잇따른 체육계 성폭력 문제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 11층 인권교육센터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잇따른 체육계 성폭력 문제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2

“여성 자기결정권 보장돼야”

여성 건강권·생명권 침해 지적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헌법재판소에 낙태죄 관련 조항이 위헌이라는 취지의 의견을 제출했다.

인권위는 “헌법재판소에서 심리중인 형법 제269조 제1항 및 제270조 제1항에 대한 위헌소원(2017헌바127)과 관련,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는 것은 ▲여성의 자기결정권 ▲건강권과 생명권 ▲재생산권 등을 침해한다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고 17일 밝혔다.

형법 제269조 제1항은 부녀가 직접 낙태를 실행하는 자수범(자신이 직접 범죄를 실행해야만 이뤄지는 범죄)에 관한 성립과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제 270조에서는 의사·한의사·조산사·약제사 같은 의료 분야에 종사하는 자의 낙태죄 처벌에 대해 명시하고 있다.

인권위는 이 조항들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인권위는 “출산은 여성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안”이라며 “그럼에도 여성 스스로 임신 중단 여부를 결정할 자유를 박탈하는 낙태죄는 공권력으로부터 간섭받지 않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낙태는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결정할 권리가 있고, 국가는 이를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낙태죄가 여성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침해하는 점도 언급했다.

인권위는 “여성이 낙태를 선택할 경우 불법 수술을 감수할 수밖에 없고, 의사에게 수술을 받더라도 불법이기 때문에 안전성을 보장받거나 요구할 수 없다”며 “수술 후 부작용이 발생해도 책임을 물을 수 없어 여성의 건강권, 나아가 생명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해 제49차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 낙태 합법화·비범죄화를 위한 처벌조항 삭제 주문을 비롯해 세계보건기구의 “안전한 임신중절을 시기적절하게 받는 것을 방해하는 절차적·제도적 장벽들은 철폐돼야 한다”고 선언한 내용들을 열거했다.

이어 재생산권 침해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재생산권 침해’는 낙태죄가 모든 연인과 개인이 자녀 수, 출산간격과 시기를 본인들의 자유의사로 결정하는 등의 행위를 침해한다는 의미다.

아울러 “국가의 인구 정책적 필요에 따라 좌지우지됐다는 점, 우생학적 허용조건을 활용해 생명을 선별했다는 문제 제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에서 낙태죄의 입법목적 또한, 정당하게 실현됐는지 수긍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처벌을 통해 낙태 예방·억제의 효과가 있는지도 의심스럽다”며 “오랜 기간 여성을 옭아맨 낙태죄 조항이 폐지돼 여성이 기본권 주체로서 살아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도록 헌재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