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칼럼] 올바른 토론과 회의문화
[시사칼럼] 올바른 토론과 회의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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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상 동국대 법과대학 교수

 

2월이면 회사는 물론이고 각종 단체가 정기총회 시즌을 맞는다. 기업이나 단체는 정부 회계연도를 따르므로 정관에서 회계연도를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로 하고 정기총회는 통상적으로 회계연도 종료 후 60일 전에 하도록 정하고 있다. 필자는 여러 단체에 소속돼 있어 회의에 참석해 보면 회의진행을 회의규칙에 맞게 하지 않고 이현령비현령·아전인수식으로 대충 넘어 가는 경우를 흔히 목도한다. 회의를 진행하는 의장은 질서유지는 물론이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효율적으로 회의를 진행하되 회의원칙에 맞게 운영해야 한다. 물론 의장의 회의진행 기술도 중요하지만 회의에 임하는 구성원의 반듯한 자세나 회의법에 대한 상식이 원만한 회의진행을 위한 전제이다. 

회의는 소집에서부터 회의의 개회와 폐회의 전 과정이 적법절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회의의 절차나 결의의 내용이 잘못되면 그 회의는 무효나 취소의 사유가 돼 그 후유증이 엄청나다. 그러므로 회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특히 회의진행을 맡은 의장은 질서유지권을 융통성 있게 잘 활용해 물 흐르듯이 회의진행을 원만히 해야 하며, 발언하는 자는 장황하게 주입이나 설명을 한다든지 연설을 하는 식은 안 된다. 이견이 있더라도 겸손과 양보를 통한 다수결원칙을 존중해야지 결코 무한쟁투의 싸움닭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난 주 임시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시황중계를 보면서, 의장이 두 패로 나뉜 싸움을 말리느라 진땀을 빼며 의장석에서 일어서서 의원들을 꾸짖는 모습을 봤다. 야당대표가 한창 연설 중인 상황에서 여당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우루루 몰려 나가 연설을 방해하고, 반대편 당 의원들이 나가서 뒤엉켜 고함지르고 손가락질하고, 밀치고, 연설자는 연설을 멈추고 있고, 의장의 권위가 무시되고 있는 그 광경을 초등학생이 볼까봐 두려웠다. 저건 회의가 아니라 난장판이다. 너나 할 것 없이 회의의 기본을 모르니 발언하는 자나 경청하는 자나 딴 생각으로 따로 놀고 있는 느낌이다. 저건 국회 본연의 회의 모습이 아니다. 

회의는 민주주의의 꽃이며 회의의 성공을 위해서는 알찬 토론이 필수적이다. 국회의원이 대정부질문을 진지하게 팩트 위주로 잘 하고 국무위원은 맞춤식으로 즉문즉답을 적확하게 해야 한다. 국회 본회의나 상임위 회의는 그야말로 세상의 모든 회의의 모범이요 표준이어야 한다.

토론 없는 회의는 지시나 명령하달의 장과 다를 바 없다. 결국 이 문제는 민주주의교육의 문제로 귀결된다. 입시위주의 교과체제하에서 올바를 회의문화를 익힐 수가 없다. 회의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토론문화가 성숙돼야 하고 토론을 잘 하기 위해서는 의사발표 및 전달력이 있어야 하고, 의사발표를 잘하기 위해서는 추리력·상상력·논리력 등을 잘 쌓아야 한다. 그 바탕은 다양한 영역의 지식을 섭렵하는 독서와 특히 인문학적 소양과 자연과학적 기초원리를 익히는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고전과 역사를 통한 인류문화의 기원과 발전에 대한 지식과 공동체사회에서의 나눔과 배려의 덕목을 익히는 전인적 인간상의 구현을 위한 교육시스템의 정립이 절실하다.

유아과정에서부터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터득하는 건강한 토론의 장, 건전한 회의문화를 체득할 수 있도록 범사회적·범정부적 계몽이 필요하다. 회의 속에서 상대를 존중하고 통합을 모색하고 결론에 수긍하며 회의의 룰을 익히는 가운데서 법치주의가 몸에 배고, 민주주의 정신을 수련하게 된다. 회의문화에 익숙한 자가 신사이며, 회의문화가 선진화돼 있는 나라가 문화국가이다. 회의는 통합과 통일의 고속도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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