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중국연구소 연구위원 

 

중국에는 매년 봄이 시작되는 길목에서 약칭 양회라는 것이 개최된다. 물론 당 중심 국가이기에 공산당원 전체회가 중요하다. 아니면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더욱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방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민의를 반영한다는 미명하에 매년 양회가 열린다. 매년 3월 3일에 열리는 정치협상회의와, 3월 5일에 개최되는 전국인민대표대회를 일컫는다. 통상 10~12일간 북경에서 전국의 양회대표들이 집결해 인민대회당을 중심으로 정치 이벤트가 진행되는 것이다. 정협위원은 약 2000명, 전인대표는 약 3000명 정도이다. 이렇게 많은 인원들이 전국에서 몰려와 북경을 북적북적하게 만든다. 언론과 TV에서는 매일 주요 뉴스로 보도하는 것을 빼놓지 않고 있다. 

정치협상회의는 거의 중국만이 독특하게 갖고 있는 제도이다. 일명 정협의 출범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성립과 함께 시작됐다. 중국최고의 정책자문기구라고 할 수 있다. 위원으로는 공산당원도 있고, 들러리 각 정당의 당원도 있고, 인민단체, 소수민족, 홍콩 마카오 교포 등 각계각층을 대표로 구성한다. 임기는 5년이다. 국정방침에 대해 매년 참여해 토의하는 모습을 방송을 통해 볼 수 있다. 제안 및 비판의 기능을 형식적으로 수행한다. 그러나 정책을 결정하는 권한이 없다. 

여기에 또 하나의 축은 전국인민대표회의이다. 한국의 국회에 해당된다. 예산 결산까지 전인대회는 다룬다. 서방의 국회와 비슷하기에 중국정부의 정치 및 경제에 관한 운영방침까지, 인민대회당에 집결해 거의 보이는 거수로 대표들이 결정한다. 이것도 임기는 5년이다. 두 대회가 속칭 공산당 대회보다는 영향력이 절대적으로 떨어지지만 그나마 전인대회는 정협보다 상대적으로 조금 낳은 편이다. 

금년에 이 양회는 예년과 달라진 점이 확연히 노정됐다. 그 대표적인 것이 시진핑의 중국몽이 사라졌다. 작년 이맘때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시진핑의 장기집권 플랜의 통과가 주목 받지 않았는가. 아울러 중국의 양대 목표인 100년의 꿈에 관한 언급도 조용히 사라졌다. 공산당 창당 100년이 되는 2021년과, 중국탄생 100년이 되는 2049년의 상징적 의미강조와 관련된 미래 비전 제시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미국을 능가하는 세계최고의 국가가 되겠다는 표현들이 그 어디에서도 어떤 위원의 입에서도 나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자기들이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려 미국의 집중 포화를 받고 있다고 자성하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등소평의 도광양회를 저버리고 너무 일찍 야망을 표출해 미국의 표적이 된 것 같다는 얘기이다. 아직까지는 집단적으로 현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없다. 그러나 가십성 미약한 비판의 목소리는 없는 것이 아니다. 작년부터 본격화된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가 매년 의기양양했던 양회의 분위기를 완전히 가라앉혀 버렸다. 한국에서도 늘 걱정거리가 되고 있는 일자리 창출이 주된 화두가 됐다. 경기진작을 위해 어떻게 하면 감세를 할 것인가가 그 다음의 화젯거리다. 건국 70년이 되고 공산당 창당 100년이 되는 2020년부터 전면적 소강사회 목표를 위해 진정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자중하고 겸손모드로 코드를 돌려놓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일 리커창 총리는 1시간 40분 동안 1만 9000자 업무보고를 통해 금년 발전 목표도 하향 설정했다. 좋은 의미로 통상 분쟁도 줄이고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을 하겠다는 제시이다. 6%대를 유지하는 경제발전 목표를 봐도 확장적 정책의 추진은 어렵기에, 국내 기간시설 투자와 소비 진작으로 대외적 외풍을 막고 더 멀리 날기 위해 날개를 움츠리는 자세로 완전 전환한 것이다. 정치구호보다는 내실 있게 운영하겠다는 것인데, 이것도 거대한 미국의 산을 넘어야만 하는 필연성을 외면할 수 없기에 중국의 고민도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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